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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기 연속 부진’ 아모레퍼시픽, "반등 전망" 불구 잠잠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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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88-589호 윤지원⁄ 2018.05.16 12:00:37

전국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들로 붐비는 서울 명동 거리. 최근 중국이 한한령을 단계적으로 해제해 나가면서 유커가 조만간 돌아와 침체됐던 관광 및 유통 산업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사드 역풍’으로 고전 중인 아모레퍼시픽에 대해 2분기에는 실적이 반등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해제 조치가 이어지면서 조만간 유커(游客: 중국인 단체 관광객)가 돌아와 국내 면세 채널이 회복될 거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재의 외부 환경 변화가 생각보다 낙관적이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아모레퍼시픽이 신경써야 할 다른 과제도 산적한 상황이다.

 

“면세 채널 위주로 반등 시작될 것”

 

5월 9일 아모레퍼시픽의 2018년 1분기 실적이 공시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0% 감소한 1조 6643억 원, 영업이익은 27% 감소한 2781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부터 낀 ‘사드 역풍’의 먹구름이 4분기 째 걷히지 않은 결과였다.

 

아모레퍼시픽의 실적을 누르는 가장 큰 요인은 국내 면세 채널의 부진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영업이익은 50%가 면세점 채널 매출에서 발생하지만, 1분기 아모레퍼시픽의 면세 부문은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역성장했다. 두말하면 입 아픈 얘기지만, 이는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로 내려진 중국의 한한령, 그에 따른 유커의 급감 때문이다.

 

그럼에도 증권가는 1분기 실적이 아모레퍼시픽의 ‘바닥’이라고 보고 2분기 반등을 기정사실처럼 전망하는 분위기다. 이런 전망의 가장 큰 요인도 국내 면세 채널의 실적 회복 가능성이다. 최근 이어진 한중 화해 무드가 중국 정부의 한한령 해제 조치로 이어지면서 유커의 귀환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지난해 4분기부터 방향성 전환이 시작됐지만 실질적인 외형 회복과 이에 따른 매출총이익의 턴어라운드는 2분기 이후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고, 이지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 2분기 아모레퍼시픽의 면세점 매출액은 전년보다 31% 증가한 3095억 원을 예상한다”며 “본격적으로 단체 관광객이 늘면 3분기 면세 매출액은 4300억 원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2분기부터 중국인 인바운드 관광객이 전년 대비 증가하면서 금년 동사의 면세점 매출액은 전년 대비 15% 증가할 전망”이라고 짚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용산 신사옥. (사진 = 아모레퍼시픽그룹)

한한령 풀리고, 중국인 관광객 늘고 있다지만

 

일단 한한령은 풀리기 시작했다. 5월 7일 중국 국가여유국이 충칭 여행사들을 소집해 그간 금지됐던 한국 단체 여행을 허용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앞서 베이징, 산둥, 우한에 이은 추가적인 한한령 해제 조치로 머지않아 한국을 방문하는 유커가 사드 배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을 기대하는 목소리들이 이어졌다.

 

실제로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3월 우리나라를 찾은 중국 관광객은 전년 동기보다 11.8% 증가한 40만 3천 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소비 또한 늘어났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랄라블라(구 왓슨스)에서는 4월부터 5월 7일까지 중국계 은련카드의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7%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2분기에는 중국 노동절 연휴(4월 29일~5월 1일)가 포함되어 있고, 이번 노동절 기간 국내 면세점 및 백화점의 중국인 관련 매출은 크게 증가했다. 노동절 기간 롯데면세점의 중국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0%, 신세계면세점은 95% 증가했으며 현대백화점은 83.2%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인 관광객과 면세점 매출이 모두 증가했다니, 아모레퍼시픽 실적에 직결되는 긍정적인 변화로 보인다. 분위기만 보면 2분기에 대한 밝은 전망이 5월 중순을 지나기 전 벌써 실현되는 것 같다. 하지만 사실 여기까지는 아모레퍼시픽과는 무관한 변화다.

 

4월 24일, 서울 시내 한 면세점 앞에서 외국인들이 매장 오픈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따이공’의 면세점 매출 늘어도

물량 제한하는 아모레퍼시픽엔 “남의 집 얘기”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유커 수는 전년 대비 절반에 불과했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국내 면세점들은 사상 최대의 연간 매출을 기록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48개 면세점의 총 매출액은 전년 대비 17.9% 증가한 14조 4684억 원이었다. 매출액 증가폭은 2016년의 기록적인 33.5%보다는 떨어졌지만 여전히 두 자리 수의 증가율을 보이며 성장했다.

 

이는 중국 보따리 장사꾼인 ‘따이공’(代工) 때문이다. 따이공은 중국 현지인들의 구매 대행을 하는 사람들로, 국내 면세점에서 커다란 여행가방 가득 대량으로 물건을 사간다. 한한령 초기에는 이들의 활동도 제약을 받았지만 지난해 한중 정상회담 이후 해빙 무드가 조성되면서 면세점 업계 큰손으로 다시 부상했다.

 

따이공의 위력은 지난 3월 국내 면세점 전체 매출을 사상 최고치로 올려놓았다는 데서 드러난다. 3월 국내 면세점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7.4% 증가한 약 1조 6600억 원에 달했다.

 

그러나 아모레퍼시픽은 높아진 면세점 매출의 혜택을 크게 보지 못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따이공의 활동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지난해 9월부터 면세점 고객을 대상으로 개인당 최대 5~10개 제품 이하, 1000달러 이하로만 구매할 수 있도록 구매 제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 입장에서 이 구매 제한 조치는 불가피하다.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 다수가 중국 현지에 진출했기 때문에, 따이공이 중국에서 물건을 저렴하게 팔면 현지에서 정식으로 유통되는 제품의 가치가 떨어지며, 브랜드 이미지도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따이공이 한번 휩쓸고 지나가면 예상치 못한 품절 사태가 갑자기 생겨 다수의 개인 구매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같은 이유로 LG생활건강 역시 지난해 8월부터 구매제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긴 명동의 화장품 매장들. 양국 관계가 회복되기만을 바라며 버텨야 했다. (사진 = 연합뉴스)

유커는 돌아오고 싶을까?

 

결국 따이공보다는 유커가 돌아와야 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유커가 예전 수준으로 돌아올 시점이 언제쯤일지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것. 일부 유통 관련 업체에서는 올해 유커 귀환에 대비해 벌써부터 채용을 늘리고 매장도 넓힌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지만, 관광업계에서는 여전히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유커 귀환에 대한 현재의 기대에 거품이 꼈다는 지적이다. 현장에서는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선 지난 노동절 연휴에 한국의 면세점 및 백화점에서 보인 매출 증가 양상은 어디까지나 한한령 직후였던 지난해 실적과 비교한 수치로, 결코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또한, 이는 대부분 구매력이 높은 ‘싼커’(散客: 개별 관광객)가 늘고, 고가품 위주의 소비가 늘면서 만들어진 매출이기 때문에 아모레퍼시픽 입장에선 큰 의미가 없다.

 

실제로 평소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비는 서울 한 번화가의 이니스프리 매장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이 늘었다는 얘기가 몇 달째 들리지만 여기서는 느껴지지 않고, 매출도 지난 해 이맘때와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1년 넘는 시간 동안 유커가 한국을 대체할 여행 목적지로 선택한 일본 및 동남아 관광이 이젠 더 큰 유행으로 자리 잡았으며, 따라서 향후 한국 방문 유커는 예전만큼이 아닐 수 있다고 보는 분석도 있다.

 

경복궁에서 한복 체험을 하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들. 최근 관광 업계는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고, 사드 역풍으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도 매력있는 관광 상품을 다양하게 개발하지 못했다며 자성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중국의 한 여행사가 지난 노동절 연휴를 앞두고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중국인들이 가장 높은 관심을 보이는 해외(중국 본토 외 지역) 인기 여행지 최상위는 일본, 홍콩, 태국 순으로 나타났다. 또, 이번 노동절 연휴 여행객 증가폭이 가장 큰 5대 여행지는 캐나다, 아랍에미리트, 프랑스, 러시아, 터키 순이었다. 한중 해빙 무드가 조성되고 싼커의 한국 방문이 늘었지만 한국은 순위권 밖이다.

 

중국이 단체관광을 다시 허용한 지역이 아직은 네 곳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5월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한중 해빙 무드가 조성되기 시작한 무렵부터 한한령이 곧 해제될 것이라는 전망은 수시로 제기되어 왔지만, 현재까지의 결과는 말한 대로다. 여전히 온라인 단체관광이나 전세기, 크루즈를 이용한 단체관광은 허용되지 않고 있어, 전과 같은 여건이 조성되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는 전망도 설득력 있다.

 

한국 드라마와 K팝, 예능 프로그램 등이 만든 한류 붐마저 그 사이 반한 감정의 여파와 방송 제한 조치 등으로 크게 꺾였다. 한류 콘텐츠 관련 코스의 비중이 적지 않았던 기존의 유커 관광 상품도 유행에 뒤쳐졌는데, 이를 대체할 매력적인 관광 자원이 잘 개발되어 왔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한 번 끊긴 발길이 저절로 다시 돌아오지는 않는다”라면서 “우리 관광업계는 지나치게 유커에 의존했고, 동남아 관광객들로 빈자리를 조금이라도 메우며 외교 관계가 개선될 때까지 버티려고만 했을 뿐, 다양한 외국 관광객을 유치하거나 훗날 돌아올 유커를 다시 사로잡을 새로운 계기를 만드는 데 소홀했다”며 한국 관광 산업의 나태함을 꼬집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주력 럭셔리 브랜드 '설화수'는 최근 브랜드 론칭 후 처음으로 전속 광고 모델을 ​​​​​내세운 광고를 개시했고, 첫 모델로 배우 송혜교를 선택했다. (사진 = 아모레퍼시픽그룹)

해외 시장에서의 큰 승부가 중요한데…

 

유커 특수를 기대할 수 없다면 대체재는 무엇일까? 아모레퍼시픽은 일찍부터 해외 사업을 그 해답으로 보고 성장에 공을 들였지만 최근 해외에서의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감이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1분기 해외 화장품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한 5010억 원, 영업이익은 7.4% 감소한 820억 원을 기록했다. 해외에서 아시아 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95%인데, 동남아 화장품 매출액은 약 20% 성장한 반면 중국 현지 매출 성장율은 한자리 수 중반에 그쳤다. 이는 중국 현지 백화점에서 마몽드 매장 50개 점포를 철수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주력 브랜드 중에는 럭셔리 브랜드인 설화수의 중국 내 매출액이 20%대 증가했지만 이니스프리는 한자리 수에 그쳤다. 아이오페·헤라·려의 매출액은 10%대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1분기 중국 내 한국 화장품 수입액이 전년 동기 대비 58%나 증가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아모레퍼시픽의 중국내 낮은 사업 성장률은 실망스럽다. 증권가 관계자는 2분기 20%대 매출 증가를 전망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반면, 라이벌인 LG생활건강은 후, 숨 등 럭셔리 브랜드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9%나 성장하며 중국 전체 매출을 크게 끌어 올렸다. 그 결과 해외 매출 역시 33% 성장해 전체 화장품 매출의 26%를 차지했다. 1분기 LG생건의 화장품사업부는 매출 9477억 원, 영업이익 2120억 원을 기록하며 전사 사상 최고 1분기 실적을 견인했을 정도다.

 

이처럼 아모레퍼시픽은 현재 해외 시장에서 주력 브랜드의 점유율을 두고 더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다. 유커와 국내 면세 채널 회복이 이루어진다 해도 밖에서의 큰 승부를 소홀히 할 수 없다.

유커의 귀환으로 국내 관광 및 유통업계에 다시 호황이 불어닥칠까? 사진은 지난해 8월 휴가철의 인천공항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아모레퍼시픽 “우리도 예상 어렵다”

 

다행히 아모레퍼시픽의 실적 반등은 이미 현재진행형으로 일어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지난 4월에 국내 면세 채널을 포함해 거의 모든 채널에서 실적 관련 수치가 고르게 증가했다”고 밝혀 2분기 실적이 증권가의 전망과 다르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 관계자는 “반등이 거론될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면서 현재 외부환경의 긍정적인 변화를 반기면서도 “그러나 2분기 전망에 대한 우리의 솔직한 입장은 잘 모르겠다는 것”이라며 신중함을 보였다. 그는 “원래도 우리 스스로 실적을 예측해서 내놓거나 하지 않지만, 이번에는 특히 더 예측하기 어렵다고 여긴다”고 덧붙였다.

 

사드 역풍을 누구보다 세게 맞고 4분기 동안이나 와신상담했던 아모레퍼시픽은 신중할 만하다. 비관론에 휩쓸려 위축될 필요는 없지만 기대에 부풀어 앞서 나가서도 안 된다. 한한령 해제가 곧 국내 관광 및 유통 시장의 호황을 의미하지 않는다. 관광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커 귀환 관련 전망에 대해 “와야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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