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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인사이트]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일단 멈춤’… 주주‧시장 아우를 ‘플랜B’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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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90호 정의식⁄ 2018.05.24 11:39:12

현대차 사옥. 사진 = 연합뉴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엘리엇을 비롯한 외국인 투자자들과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의 반대에 부딪히며 수포로 돌아갔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을 골자로 한 개편안이 철회되면서 현대차는 주요 이해관계자와 국내외의 주주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묘수를 강구해야 할 처지가 됐다. 다양한 해법이 제안되는 가운데 현대차가 단시일 내에 새로운 ‘플랜B’를 도출해낼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의결권 자문사들 반대에 모비스‧글로비스 주총 연기

 

5월 21일 현대모비스가 “(현대글로비스와의) 분할·합병 절차를 중단하고 현대글로비스와 분할·합병 계약에 대한 해제합의서를 체결했다”며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계획이 사실상 무산됐음을 선언했다. 

 

지난 3월 28일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을 통해 오랜 숙원이던 4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끊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올바른 의사결정으로 긍정적이다”라며 현대차그룹에 힘을 실어주면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순풍을 단 듯 했다. 

 

하지만 불과 1주일 뒤인 4월 4일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가 태클을 걸면서 암운이 드리워졌다. 엘리엇은 현대차가 추진하던 현대모비스-글로비스 분할 합병안이 "주주들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현대모비스와 현대차를 합병한 후 지주사로 만드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엘리엇의 요구는 헤지펀드의 부도덕한 요구로 일축되고 일반 주주들을 설득하는 선에서 해결될 가능성이 보였다.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위)와 글래스 루이스의 로고. 사진 = 양사.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ISS, 글래스 루이스 등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은 물론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서스틴베스트,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국내 의결권 자문사들까지 현대차의 개편안에 반대의견을 표명하고 나선 것. 특히 국민연금공단과 자문 계약을 맺은 기업지배구조원이 반대 권고를 내 현대모비스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반대 가능성이 높아지자 현대차로서는 두 손을 들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결국 5월 21일 현대모비스가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들이 반대 의견을 권고하고, 그에 따른 주주들의 의견을 고려한 결과, 주주총회 특별결의 가결 요건의 충족 여부와 분할·합병 거래 종결 가능성이 불확실해짐에 따라 현재 제안된 방안의 보완 등을 포함해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5월 29일 열릴 예정이었던 양사의 임시 주주총회도 취소됐다.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이 반대 의견을 표명한 상황이라 주주총회 표결에서 승산이 낮아졌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정의선 부회장 “주주‧시장과 소통 부족했다”

 

업계는 개편안의 좌초 이유로 ‘소통 부재’를 꼽았다. 오랜 기간 주요 자문사들과 의논 끝에 도출해 낸 방안이지만 시장과 주주들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구조개편안에 대해 말씀 드립니다’ 자료를 통해 “그동안 그룹 구조개편안 발표 이후 주주분들과 투자자 및 시장에서 제기한 다양한 견해와 고언을 겸허한 마음으로 검토해 충분히 반영토록 하겠다”면서 “이번 방안을 추진하면서 여러 주주분들 및 시장과 소통이 많이 부족했음도 절감했다”고 말해 이같은 비판에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사진 = 연합뉴스

그는 "현대차그룹은 더욱 심기일전하는 마음으로 여러 의견과 평가들을 전향적으로 수렴해 사업 경쟁력과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보완해 개선토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어떠한 구조개편 방안도 주주분들과 시장의 충분한 신뢰와 지지를 확보하지 않고서는 효과적으로 추진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주주와 시장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개편안을 제안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안이 나오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시간은 현대차의 편이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당국의 순환출자 해소 압박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3가지 플랜B 거론… 관건은 주주 설득

 

현대차그룹이 한 발 물러서면서 지배구조 개편은 일단 미궁에 빠진 양상이다. 현대차그룹 측은 조만간 지배구조 개편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기존 개편안의 미비점을 불식시키고 주주들을 설득할 플랜B의 실체가 아직 모호하기 때문이다. 

 

현재 논의되는 플랜B 후보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 비율 조정을 통한 주총 재상정이다. 기존 개편안에서 분할 비율이 모비스 주주들에게 불리하고 정몽구 회장, 정의선 부회장 등 대주주 지분이 많은 글로비스 주주들에게 유리하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이를 모비스에 유리한 방향으로 조정하는 방안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이사는 “원점에서 다시 지배구조 개편안을 만드는 것은 실사를 재진행하고 법적·정책적 검증 등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기 때문에 가능성이 떨어진다”며 분할합병 지율 조정이 유력하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 방안을 강행할 경우 기존의 분할 비율이 잘못됐다는 것을 사실상 인정하는 셈이라 경영진 입장에서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게다가 합병 비율이 모비스에 유리하게 조정될 경우 대주주 지분이 높은 글로비스의 지분 가치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는 문제가 있다. 순환출자 고리를 제거하면서 충분한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대주주와 현대모비스 일반 주주의 이해가 충돌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양측이 합의할 수 있는 합병비율 산정이 쉽지 않다.

현대차그룹의 현재 지배구조. 사진 = 유진투자증권

두 번째로 거론되는 방안은 현대모비스의 모듈‧AS 부문을 먼저 인적 분할한 후 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안이다. 합병 비율 결정을 시장에 맡기는 셈. 

 

정대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모비스를 인적분할한 뒤 대주주와 기아차 주식을 교환하고 글로비스와 합병을 추진할 것"이라며 3단계 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모비스 인적분할을 통해 지배회사(존속법인)와 모듈·AS부품회사(신설 법인)를 설립한 뒤 재상장하면 분할 비율에 시장 평가가 반영되고 시장가가 형성돼 공정성이 확보된다. 다음은 대주주가 보유한 글로비스 지분(30%)과 모비스 분할 신설 법인의 지분(7%)을 기아차가 보유한 존속 모비스 지분(16.9%)과 교환한다. 이 경우 대주주의 비용 부담은 늘지만 대주주 이해관계에 따라 합병 비율을 산정했다는 논란을 차단할 수 있다. 합병 전 주식을 교환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모비스 분할 신설 법인과 글로비스를 합병하면 대주주의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합병이 진행되므로 논란을 피해갈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거론되는 건 ‘새로운 개편안 도입’이다. 이를테면 엘리엇이 제시했던 현대모비스와 현대차 합병을 통한 지주사 체제 구축, 또는 일찍부터 증권가에서 거론됐던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 3사를 사업 부문과 투자 부문으로 분리한 후 투자 부문을 합쳐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방식 등이다. 

 

이 방안 역시 추진이 쉽지는 않다. 현대캐피탈 등 금융계열사를 지주사 산하에 둘 수 없는 금산분리 조항이 가장 관건이다. 현대차 측이 금융 계열사 운영을 포기하거나 정부가 금산분리 조항을 완화하는 결정이 선행되야 하는데 둘 다 난망하기 때문이다. 현대차로서는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모두 보유한 금융 계열사를 자신만 보유하지 않을 이유가 없고, 정부로서도 현대차를 위해 특혜를 주기 어렵다. 

 

이외에 현대글로비스를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재일 유진투자 연구원은 “대주주의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글로비스를 활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며 “M&A 등을 통해 글로비스의 시가총액을 상승시킨 후 지배구조를 재추진할 경우 글로비스 주식 교부가 모비스 주주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쨌든 확실한 건 이전처럼 대주주들의 이해관계가 전적으로 반영되는 방식의 지배구조 개편은 더 이상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외국인주주, 소액주주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이와 관련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새 개편안은 일반 주주의 보유 지분가치 상향(자사주 매입·소각 확대, 배당성향 증대 등)이 가능하고, 사업 분할에 대한 논쟁이 없거나(현대차·기아차·모비스 3각 분할), 가치 산정에 대한 쟁점을 완화(분할·합병 비율 변경 또는 인적분할 및 상장 후 합병)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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