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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재벌가 ‘일감몰아주기’는 왜 계속될까

잠자는 개정안들…‘법꾸라지’ 논란의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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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90호 이성호 기자⁄ 2018.06.04 15:00:46

지난 10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대한상공회의소에서 10대그룹 전문 경영인과 정책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일감몰아주기 개선을 당부했다.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이성호 기자) ‘일감몰아주기’ 근절은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 핵심 중 하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집단의 사익편취 관행에 대해 엄정 대응할 것을 천명한 상태. 하지만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개혁 속도가 더디다며 정부·여당의 실행의지를 의심하고 있다. 관련 법 개정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이유는 뭘까. 

 

“일감몰아주기는 중소기업의 희생 위에 총수일가에게 부당한 이익을 몰아주고 편법 승계와 경제력 집중을 야기하는 잘못된 행위로서 이제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용납될 수 없고 공정 경제와 혁신 성장 모두를 심각하게 저해한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10대 그룹 전문 경영인들과의 정책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지적했다.


모임에는 윤부근 삼성 부회장, 정진행 현대차 사장, 하현회 LG 부회장, 김준 SK 위원장, 황각규 롯데 부회장, 정택근 GS 부회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  이상훈 두산 사장, 권혁구 신세계 사장 등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이들에게 “기업이 일시적으로 조사나 제재를 회피하면서 우회적인 방법으로 잘못된 관행을 지속하기 보다는 선제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적극 당부하기도 했다.


위원장이 직접 나설 만큼 공정위는 일감몰아주기 근절에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 후보 시절 공약이기도 하다.

 

예외규정 범위 너무 넓어


2013년 개정된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에서는 대기업집단(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하는 계열사가 총수일가의 지분이 일정 비율 이상(상장 30%, 비상장 20%)인 다른 계열사와 거래할 경우 타 사업자와의 합리적인 고려·비교 없이 상당한 규모로 거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일감몰아주기(내부거래) 규제 대상 계열사가 가장 많은 곳은 중흥건설(36개)이었고, 이어 GS·효성(각 15개), SM(13개), 부영(10개), 한국타이어(9개), 호반건설(8개), 태광(7개), 영풍(6개), CJ·롯데·세아·셀트리온·코오롱·하림(각 5개), 현대차·동부·OCI(각 4개), 미래에셋·대림·카카오·한화·현대산업개발·KCC(각 3개), LG·넥슨·삼천리·태영·LS(각 2개), 삼성·교보생명·SK·금호아시아나·네이버·동원·두산·신세계·아모레퍼시픽·이랜드·하이트진로·한진·한진중공업·현대백화점(각 1개) 순이다.


내부 거래액이 연간 200억원 혹은 연매출액의 12% 이상일 경우 위법성 여부를 따지게 돼, 위반 시 관련 매출액의 5%내 과징금 또는 3년 이하 징역이나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처럼 사익편취 규제대상 기업을 정해 감시하고 있지만 처벌 수위가 약하고 법망을 피할 수 있는 허점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오너일가 지분 보유 기준이 ‘30% 이하’이다 보니 규제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오히려 면죄부로 인식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일감몰아주기 예외 규정도 문제가 되고 있다. 


현행법에는 ▲긴밀하고 유기적인 거래관계가 오랜 기간 지속돼 업무 이해도, 숙련도, 협업체계 등에 있어서 효율성 증대효과가 있는 거래 ▲보안성 또는 긴급성이 요구되는 거래는 규제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처럼 예외 범위가 넓다보니 오너일가에게 빠져나갈 구멍이 되고 있다.  


이에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공정위의 규제강화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며 제도적 보완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참여연대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10대 그룹 경영진과의 정책간담회’에 대해 “김 위원장이 기업의 ‘자발적 노력’ 만을 요구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는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데 대한 불만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에는 2016년 제출된 3건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현재까지 계류돼 있다. 


김동철 의원(바른미래당) 안은 총수 일가 지분요건을 상장·비상장 모두 10% 이상으로 강화했고, 제윤경 의원(더불어민주당)·채이배 의원(바른미래당) 안은 상장·비상장 구분 없이 모두 20% 이상으로 단일화 및 간접지분도 지분율 계산에 포함토록 명시하고 있다. 또 채이배 의원안은 일감몰아주기 예외사유를 축소·한정했다.


이 법안들은 현재까지 진전이 없는 상태며, 여기에 추후 공정위 안까지 제시된다 하더라도 언제 국회에서 통과될지는 알 수 없는 상태다.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 고려해야”


따라서 참여연대·경실련 등에서는 절차가 복잡한 모법인 공정거래법을 건드리지 않고도 공정위가 하위법령인 시행령만 개정하면 된다는 해법을 내놓고 있다.


즉, 시행령에서 규제 대상 지분율 기준을 상장·비상장법인 공통으로 20% 이상으로 강화하는 한편 그 20%에 오너일가가 지배하고 있는 계열사의 지분까지 포함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정위는 현재 공정하고 혁신적인 시장경제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명분 아래 ‘공정거래법제 개선 특별위원회(이하 위원회)’를 통해 실체법·절차법을 망라한 공정거래법제의 전면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상태다. 이중 일감몰아주기 부문과 관련해 시민사회단체들의 의견을 얼마만큼 수렴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CNB에 “지분율 기준을 손보는 것은 시행령만 개정해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에서 고려·검토될 수 있다”며 “오는 7월까지 운영되는 위원회에서는 일감몰아주기 뿐만 아니라 여러 주제들을 논의하게 되며 이를 토대로 올해 안까지 결과물을 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재계는 기업활동 제한 등을 이유로 규제강화에 반대하고 있다.  


앞서 재계는 지분율을 하향 조정할 경우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개연성이 낮은 기업까지 규제하게 된다는 의견을 국회 상임위에 전달한 바 있다. 간접지분을 포함할 경우도 수직계열화·전문화·기밀유지 등 정상적인 목적으로 이뤄지는 모든 계열사 간 거래가 규제대상이 돼 기업 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정무위원회 등이 개정안 의견을 취합한 바에 따르면, 일감몰아주기 거래로부터 특정 계열사가 이익을 취했다는 사실만으로 총수일가에게 언제나 이익이 돌아가고, 그러한 이익의 귀속이 부당하다고 간주하는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상당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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