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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인사이트] 삼성생명‧화재의 삼성전자 주식 ‘블록딜’… 다음 수순은?

금산법 넘었지만 보험업법 남아… 추가 매각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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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91호 정의식⁄ 2018.06.07 18:03:21

삼성전자 등이 위치한 서울 서초동 삼성타운의 빌딩 숲. 사진 = 연합뉴스

최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무려 1조 3000억 원 규모의 삼성전자 주식을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해 증시에 파란이 일었다. 삼성그룹 측은 “금산분리법 규정을 어기지 않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정부의 지배구조 개편 압박에 나름의 성의를 보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정부가 준비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을 감안하면 앞으로 훨씬 큰 규모의 주식 매각이 요구될 수도 있어 삼성 측이 내놓을 해법에 관심이 쏠린다.

 

1조 3000억 원 거대 블록딜 성공적 마무리

 

5월 30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이사회를 열고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약 2700만 주(0.45%)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한다고 밝혔다. 

 

이 중 삼성생명 몫이 2298만 3522주로 82.52%(삼성전자 주식 총액 기준 0.38%)를 차지했고, 삼성화재는 17.47%(총액 기준 0.07%)인 401만 6448주였다. 매각 금액은 5월 29일 종가 5만 1300원을 기준으로 각기 1조 1790억 6000만 원, 2060억 4000만 원으로 산정돼 총 1조 3851억 원 규모의 거래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매각 주관사로는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이 선정돼 5월 31일 개장 전에 주식 매매를 완료하기로 했으며, 최종 거래가는 30일 종가를 기준으로 최대 2.4%의 할인율을 적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5월 30일 종가는 4만 9500원으로 하락해 예정된 할인율 최대 2.4%를 적용할 경우 주당 4만 8300원으로 거래될 상황이 됐다. 다행히 삼성전자 주식의 상품성을 인정한 주요 기관투자가들이 적극적으로 매입에 나서면서 인기가 올라가자 실제 할인율은 1.5% 낮아져 주당 4만 8750원에 전량이 성공적으로 매각됐다. 총 거래 금액은 1조 3163억 원으로 집계됐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한 기관투자가의 약 61%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이며, 그 외 지역은 미국 26%, 유럽 13% 등이었다. 이들 투자자들은 약 45일 간 지분을 매각하지 않는 조건에 동의했으므로 이 기간이 지나면 삼성전자 주식의 오버행(대량의 대기 물량)이 예상된다. 

 

매각 이유 “10% 선 지키기 위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한 이유에 대해 삼성그룹 측은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 방침’을 들었다. 지난해부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소각을 실시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올해 예정대로 자사주를 소각하면 삼성전자의 전체 주식 수가 줄어들면서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주주들의 보유지분률이 상승하게 된다.

 

문제는 금융 회사로 구분되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그간 보유해온 삼성전자 지분율이 2018년 3월 말 기준 각기 8.27%, 1.45%여서 합하면 9.72%에 달하는데,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이 진행되면 이 비율이 10.45%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점. 

 

금산분리법으로 불리는 현행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대한 법률’은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들이 비금융계열사의 지분 보유 한도를 5%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다만 삼성생명 등에 대해서는 지난 2007년 “법 제정 이전에 5% 이상 보유한 것에 대해 당국의 승인을 얻은 것으로 본다”는 부칙을 개정함으로써 이를 10% 이내로 허용해왔다. 이 부칙 개정과 관련해 특혜 논란도 있었던 만큼 삼성그룹 입장에서도 ‘10% 초과’를 감당하기는 쉽지 않아 두 금융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할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그래픽. 자료 = 한국투자증권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이번 블록딜을 통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지분은 각기 7.92%와 1.38%, 합계 8.67%로 줄었다. 하지만 이후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각을 단행하면 이 비율은 8.51%, 1.49%로 약 9.99%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10%에 아슬아슬하게 못미치는 비율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현행 금산분리법에 따라 금융 계열사가 비금융 계열사 지분의 10% 이상을 가지려고 할 경우 금융위원회로부터 대주주 승인을 받아야 한다”면서 “정부가 이전부터 이 문제에 대해 허용하지 않을 뜻을 밝히면서 지속적으로 삼성생명‧화재의 주식 매각을 요구해온 터라 삼성그룹 측으로서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을 것”이라 설명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선 압박에 대해 성의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도 거론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비롯한 규제 당국은 이전부터 주요 대기업에 순환출자를 최대한 줄이고 지주사 체제로 지배구조를 개편할 것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지난해 지주사 전환이 여러모로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터라 그 대신 금산분리법에 위배되지 않는 수준의 지분 매각을 단행했다는 설명이다.

 

보험업법 개정안 카운트다운… 추가 지분 매각할까?

 

문제는 보험업법이다. 정부-여당은 보험사가 계열사 주식을 보유 자산의 3%(시장가치 기준)까지만 보유하게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현재는 삼성생명‧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 당시 가격(취득원가)으로 계산하고 있어 문제가 없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시장가치 기준으로 산정되므로 약 20조 원 규모의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5월 31일 블록딜 매각 물량과는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물량이다.

 

정부 측은 이 개정안 입법을 기정사실로 간주하며 삼성 측에는 “대기할 시간을 주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5월 9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이 지금은 괜찮지만 언제 충격이 가해질지 모른다”면서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고 밝혔다. “현실적인 방안을 가장 잘 아는 해당 회사가 스스로 방법을 찾는 것이 옳다”는 최 위원장의 발언은 법 개정에 앞서 삼성 측이 해법을 찾으라는 얘기였다.

 

이와 관련해 삼성그룹 측은 지분 추가 매각 가능성에 대해 “국제회계기준(IFRS) 17이나 신지급여력제도(K-ICS) 등을 감안해 재무건전성 차원에서 종합 검토할 예정”이라고만 답변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증권업계 전문가들도 이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 이후 삼성전기와 삼성화재가 보유 중인 삼성물산 지분 4.04%를 매각해서 그룹 순환출자를 완전히 해소할 것”이라며 “삼성생명‧삼성화재의 잔여 삼성전자 지분 처리가 관건이지만 경영권 이슈와 해소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조기에 추가 매각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삼성 그룹 지배구조 개편 방향성에 대해서는 뚜렷한 해법이 없는 상황이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다”며 “삼성물산 블록딜을 통한 순환출자 구조 해소 시도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향후 도입될 보험권 자본규제제도 K-ICS와 각종 규제 상황을 고려하면 삼성전자 지분의 상당 부분을 매각하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라면서 “공시이율 및 계약자 지분, 자금 시장에 주는 충격 등 고려할 요소들이 너무 많지만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삼성전자 주식 매각 이슈는 이제서야 본격화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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