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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인사이드] 신동빈·신동주 5번째 격돌…롯데 운명 어디로?

장남의 끈질긴 공격…방어 못하면 韓·日로 갈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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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94호 도기천 기자⁄ 2018.07.02 10:17:07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도기천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재판 중인 틈을 타 그의 형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에 신동빈 회장 해임안을 상정하면서 롯데그룹이 경영권 위기에 처했다. 신 전 부회장의 공격은 수년 전부터 끊임없이 이어져왔지만 이번에는 신 회장이 수감 중이라 예사롭지 않은 상황이다. 만약 해임안이 가결된다면 한국롯데와 일본롯데가 50여년간 이어온 협업과 공조 관계에 균열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롯데의 운명은 어찌될까. 

 

“주주총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주총에 나가 해명할 기회를 달라.”


신동빈 회장(63)은 지난 25일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 재판부를 향해 보석을 허가해 달라고 호소했다. 신 회장이 직접 간곡한 의사를 표한 것은 그만큼 롯데의 돌아가는 상황이 급박하기 때문이다. 


앞서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주주제안 형태로 신 회장 및 쓰쿠다 다카유키 롯데홀딩스 사장의 이사 해임 안건과 본인의 이사 선임 안건을 상정했다. 


2015년 7월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시작된 이후 지난 네 차례의 표 대결에서는 신 회장이 모두 승리하며 경영권을 지켰으나 이번에는 신 회장이 구속 수감된 상태라 롯데그룹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 2월 면세점 관련 뇌물공여 혐의로 1심에서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아 복역 중이다.  


신 회장은 그동안 일본 주총 때마다 직접 참석해 주주와 투자자들을 설득해 왔다. 한일 롯데의 투자, 신사업, 해외사업 등 경영상황을 설명하고 지지를 받아왔다. 지난 2016년 검찰수사가 들이닥친 상황에서도 미국 출장일정을 마치고 바로 일본으로 건너가 주총에 참석한 후 귀국한 바 있다.


그가 일본 롯데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한일 롯데그룹 지분구조상 일본이 상위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호시탐탐 자신의 자리를 노리는 신 전 부회장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작용했다.   


롯데는 ‘오너일가-광윤사-일본롯데홀딩스-호텔롯데-한국롯데지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호텔롯데와 롯데지주의 지분을 갖고 있지 않지만 광윤사 지분 50%를 가진 최대주주다. 신 전 부회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광윤사를 통해 일본 주총에서 자신의 입지를 드러내려했다. 


하지만 일본 롯데의 키를 쥐고 있는 종업원지주회(지분 27.8%)와 임원지주회(6.0%) 등은 늘 신 회장 편에 섰다. 종업원지주회는 한국의 우리사주조합과 비슷한 형태로 임직원이 자사 주식을 보유해 경영에 참여하는 제도다. 이들은 한일 롯데가 분열되는 걸 원치 않았다. 통합의 리더십으로 경영능력을 인정받아온 신 회장에게 실질적인 총수 권한을 부여해 왔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건물에 게양된 롯데 사기.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신 회장이 이번 주총에 불참한다면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일본 주주들은 경영비리 문제에 우리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아직 면세점 비리 관련 혐의가 대법원에서 확정된 게 아니지만 1심 재판의 영향으로 주주들의 마음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신 회장 스스로도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실형을 받은 후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 현재 이사직만 유지하고 있다.

 

롯데그룹, ‘신 회장 보석’에 실낱희망


롯데그룹 관계자는 CNB에 “롯데홀딩스 주주들이 신 회장에게 직접 상황을 듣는 것과 신동주 전 부회장의 주장만 접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현재로서는 주총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재판 과정에서 “해임안이 상정되면 당사자에게 해명 기회를 주므로 현장에서 직접 해명 기회를 갖고 싶다”며 “만약 어렵다면 국내에서 전화로라도 제 입장을 꼭 (주주들에게) 설명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만약 이번 주총에서 신 회장의 해임 안건이 통과된다면 51년간 이어져온 한일 롯데 구조가 근본적인 변화를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신 회장이 주주들의 위임을 받아 양국 통합경영을 해 왔지만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마저 내려놓게 된다면 한일 롯데는 서로간의 연결고리를 잃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글로벌 사업 진출, 기업 인수·합병, 고용 확대 등 롯데의 산적한 플랜들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신 회장이 없는 상황이라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들이 사사건건 보수적인 스탠스를 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본 롯데홀딩스와 그 자회사들이 한국 롯데 경영에 간섭할 가능성도 있다. 이들은 한국 롯데 계열사들의 주주사이기도하다. 신 회장의 존재로 한국 롯데 경영에 개입한 적은 없었지만 신 회장 구속에 이어 해임까지 되는 상황이라면 주주 이익 극대화 차원에서라도 한국 롯데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것.


롯데홀딩스 일본인 이사진들이 주주 이익 극대화를 위해 한국 롯데에 배당금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국 롯데는 일본으로부터 막대한 자금 투자를 받아왔지만, 은행 금리 수준에 불과한 한 해 수백억 원만 배당하고 있다.


롯데 사정에 밝은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일본 롯데는 신 회장 일가 때문에 한국 롯데에 투자와 지원을 해왔다는 점에서 신 회장의 해임은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일본 롯데 이사진들이 주주 이익 극대화를 명분으로 한국 롯데 경영에 다양한 루트로 주주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태는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96) 명예회장을 등에 업은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과 차남 신동빈 회장 간의 경영권 다툼에서 비롯됐다. 


이들 형제는 2013년경부터 롯데제과 롯데손해보험 롯데푸드 등 계열사 주식을 매입하며 지분경쟁을 벌였다. 그러다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그룹의 주요 임원직에서 해임되면서 분쟁이 마무리되는듯했다. 


하지만 신 명예회장이 2015년 7월 신 전 부회장,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등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신동빈 회장의 측근들을 해임하면서 다시 분쟁이 점화됐다. 


신 전 부회장과 신 회장은 한·일 양국에서 서로 간에 해임무효, 손해배상청구, 가처분, 업무방해, 재물은닉, 명예훼손 등 여러 소송을 벌였다. 신 전 부회장은 한국롯데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일본롯데홀딩스의 주주총회를 통해 경영권을 장악하려 했지만 번번이 수포로 돌아갔다. 반대로 신 회장은 이 과정에서 주주들의 신임을 확인했고, 롯데그룹의 실질적인 경영자로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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