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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SPC그룹 오너 3세 허희수 부사장 퇴출의 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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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정의식⁄ 2018.08.08 14:14:39

6일 허희수 SPC 부사장이 마약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사진 = 연합뉴스

“불미스러운 일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SPC그룹은 허희수 부사장에 대해 그룹 내 모든 보직에서 즉시 물러나도록 하였으며, 향후 경영에서 영구히 배제하도록 조치 하였습니다. SPC그룹을 아끼고 사랑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실망을 드린 점 다시 한번 사과 드리며, 이번 일을 계기로 법과 윤리, 사회적 책임을 더욱 엄중하게 준수하는 SPC그룹으로 거듭날 것을 약속 드립니다.”

 

지난 6일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차남으로 오너가 3세인 허희수(40) 부사장(SPC그룹 마케팅전략실장)이 액상 대마를 밀수해 흡연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자 불과 하루만인 7일 SPC그룹이 공식적으로 내놓은 입장문의 내용이다.

 

허 부사장의 범죄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행동이므로 기업과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이 입장문은 여러모로 재계에 파문을 남겼다. 

 

우선 회사의 공식 입장이 나오는 속도가 전에 없이 빨랐다. 과거 유사한 사안들의 경우 대부분의 기업들이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거나, 나오더라도 시일이 오래 걸리기 일쑤였다. 

 

두 번째로 회사측 처분의 수위도 유례없이 높았다. ‘그룹 내 모든 보직 사임’까지야 그간 논란이 됐던 여러 오너 2‧3세 경영자들에게 대부분 적용됐던 처분이지만, ‘향후 경영에서 영구 배제’는 선례가 없던 강력한 조치다. 

 

예상외의 강력한 입장이 표명되자 사건 초반 들끓던 여론은 일단 “좀더 지켜보자”는 관망세로 잦아드는 모양새다. 이는 강도 높은 처벌을 약속했으면서도 시간이 흐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경영에 복귀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허희수 부사장의 나이가 아직 40대 초반으로 젊고 쉑쉑버거 국내 론칭 등을 통해 나름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가던 와중이었음을 생각하면, 오너가 측이 여론이 잠잠해졌을 때를 기다려 다시 경영에 복귀시킬 것이라는 의심도 근거가 없는 것만은 아니다. 

 

'경영 영구 배제' 배경과 향배에 관심 집중

 

반면,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허영인 SPC 회장이 후계 구도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린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간 SPC그룹은 장남 허진수(41) 부사장과 차남 허희수 부사장의 나이가 1살 터울로 크지 않고, 둘다 지난 2015년 부사장으로 승진해 향후 후계구도가 자칫 형제간 대결 구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왔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사건이 불거진 터라 허영인 SPC 회장이 “경영 영구 배제”라는 강수를 내놓은 건 이참에 아예 후계자를 장남 허진수 부사장으로 확정짓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결말이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이번 사건에서 기대하는 건 SPC그룹의 이번 ‘영구 경영 배제’ 조치가 제대로 이뤄져 재계에서 하나의 ‘전례’로 남는 것이다. 그간 국내 재벌가 구성원이 경영권에서 영구 퇴출되는 건 형제간 경영권 다툼이나 부모에 대한 항명 등의 상황에서만 존재했고, 마약‧폭력‧배임 등 범죄와 관련해서 이뤄지는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다. 

 

SPC그룹이 실제로 허희수 부사장에 대한 ‘영구 경영 배제’ 조치를 잘 실행한다면, 이후부터는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한 수준의 조치를 취하라는 압박을 받게 된다. 이는 결과적으로 국내 대기업들의 도덕성 향상과 투명성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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