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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시 쓰는 건축 CEO 박상호 회장] “배고픈 괴테 되기 싫어 건설현장 누볐을 뿐 꿈은 문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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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05호 부산 = 최원석 기자⁄ 2018.09.17 09:48:46

자신의 건축 철학과 문학 인생을 이야기하는 박상호 회장. 사진 = 최원석 기자

(CNB저널 = 최원석 기자) 정부의 분양주택 전매제한 등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주택 거래량이 반 토막 나고, 주택 가격이 하락하는 등 부동산 경기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신태양건설은 최근 건설사 신용평가에서 AO등급을 받아 우량 건설사임을 입증했다.


㈜신태양건설은 1995년 설립 후 이듬해부터 흑자를 기록하고 무차입 경영을 해온 부산 명문 종합건설 업체다. 이 업체는 업계로부터 기업 자체의 체질 개선을 통해 건축 공사비를 절감했으며, 성실한 시공으로 건축주에게 이익을 주고 건물 가치를 높였다는 평을 받아왔다. 이러한 내실 경영으로 지역 건설사 중 보기 드물게 기업 신용평가 ‘A0’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회사를 20여 년 동안 이끌어온 박상호 회장은 건설업계에서 ‘마이다스의 손’으로 통한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사업가보다는 문학인 박상호가 되길 원한다. 그는 지금도 “배고픈 괴테가 되기 싫어 건설 현장을 누볐을 뿐 나의 꿈은 문학인”이라고 했다.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 박상호 회장을 CNB저널이 만났다.

 

성공한 삶보다 가치 있는 삶을 추구하다


1995년 설립된 (주)신태양건설은 정도 경영의 길을 고집해온 박 회장의 경영 철학이 한 땀, 한 땀 쌓여 20년 간 무차입 경영을 유지하고 있다. 사실 회사 규모와 관계없이 건설사가 차입 경영을 외면하기란 우리나라 건설 시장 현실에서 쉽지 않은 결단과 인내가 필요하다.


박 회장은 ‘성공한 삶보다 가치 있는 삶을 추구해야 한다’는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예술과 건축이 조화를 이루는 건축 문화를 만들어냈다. 그가 완성한 건축물은 자연과 어우러지는 예술적인 건축 스타일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결과물이 ‘누리마루 APEC하우스’다. 이 건축물은 부산의 대표적 관광명소가 됐다. 

 

부산 사하구의 대표 명소 10선에 선정되면서 ‘부산다운 건축 대상’까지 받은 아미산 전망대의 시원한 풍광. 사진 = 신태양건설

또 다른 결과물인 ‘아미산 전망대’는 사하구의 대표 명소 10선에 선정되며 ‘부산다운 건축 대상’까지 수상했다. ‘아미산 전망대’는 비상하는 솔개 형상으로 철새와 모래톱, 갈대 낙조가 어우러진 천혜의 풍광을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예술가적인 노력과 시간을 공들인 작품으로 통한다.


“평범함을 거부합니다. 그래야 문화 자원이 되겠죠. 바르셀로나의 가우디 작품처럼 시(詩)적인 건물을 올리고 싶어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돈과 시간을 더 뺏기고 설계가 더 힘들어진다. 원가를 절감해 손해 안 볼 정도라고 하지만 사업가로선 비상식적인 고집이다. 


“예술이 건축 기능과 조화를 이루는 집을 짓는 것은 행복한 일”이라는 박 회장의 건축 철학이 ‘건축이란 쉽고 편리하게 짓는 것’이라는 일반의 상식을 넘어 이제 소비자에게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상업적 주거문화를 조경·조화로 승화


상업적 주거 문화를 조경과 조화로 승화시킨 ‘신개념 명품 아파트’로 새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부산 북구 화명동에 위치한 주상복합주택 ‘레지던스 엘가’는 도시형 생활주택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입면을 자랑한다. 


“아파트에 마당 개념을 도입한 건물이죠. 성냥갑 방식이 아니라 감성을 녹여낸 집을 지었습니다.” 알파벳 엘(L)자와 집 가(家)를 합친 이른바 L자형 집이다. 똑같이 주어진 사각의 공간에 주거 공간을 L자 모양으로 배치하고 남은 공간을 테라스로 처리했다. 

 

사각형 빌딩에 자연을 최대한 집어넣으려는 노력이 돋보이는 신태양건설의 작품 ‘해운대 베르나움’. 사진 = 신태양건설

엘가는 지역 건축물로는 처음으로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에 진출했다. 그 외에도 올해 입주한 감천 ‘오펠리움’, 내년 상반기 입주 예정인 부산국제금융단지 ‘코아루 오펠리움’ 등은 주거 공간의 기본 기능을 넘어선 독창적 건축미를 자랑한다. 


박 회장의 건축 철학이 잘 담긴 주거 지역으로는 양산신도시 아파트, 그리고 금강을 품은 자연 친화적인 충남 공주 아파트가 있다. 양산 신도시는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노래 가사처럼 주변 조경에 실제 복숭아꽃과 살구꽃, 진달래꽃 등을 적용했다. 피톤치드를 생성하는 편백나무로 마감해 입주자들의 건강까지 배려했다.

 

2006년 6월 ‘열린시학’ 신인상으로 등단


이렇듯 건설업계에 큰 족적을 남겼지만 정작 박 회장 본인의 꿈은 문학도라고 했다. 배고픈 시인이 되기 싫어 업계에 뛰어들었지만, 한시도 문학의 끊을 놓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어릴 적 책을 많이 사주셨던 어머니 덕분에 자연스럽게 문학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어머니가 암 투병을 시작하면서, 진로를 바꿔 의사가 되려고 의예과에 입학해 2년을 버텼지만, 결국 문학에 대한 꿈을 접지 못하고 다시 펜을 잡았다고 한다.


박 회장은 2006년 6월 ‘열린시학’ 신인상 등단을 시작으로 2008년 1월 ‘동백섬 인어공주’ 시집 발간, 2010년 9월 이기대공원 시비 건립 기증, 2010년 10월 한국바다문학상 본상 수상 등을 이어왔다. 또한 2016년 8월 부산문인협회 부산문학상 특별상, 2017년 4월 전국문학인 꽃 축제에서 한국 꽃 문학상 특별상 수상 등 건축가와 시인의 길을 동시에 걸어왔다.


최근 내놓은 장편시 ‘피안의 도정’은 박 회장이 20대에 시작해 장장 40여 년이 걸려 완성한 작품으로, 시 평론가들 사이에서 문학적 감성을 인정받았다. 

 

2011년 부산 건축대상을 받은 박상호 회장(오른쪽). 사진 = 신태양건설

박상호 회장의 시세계 ‘행복의 존재론’


박 회장의 인생 장편시 ‘피안의 도정’에 대해 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는 작품 안에 설정된 ‘시인’ 캐릭터는 단계적으로 수행해가는 깨달음과 변해(辨解)의 과정을 극시(劇詩)형식을 빌려 형상화한 창의적인 미학적 결실이라고 평했다. 극시는 연극적 요소를 품고 있는 장편 시를 뜻하며, 서정시와 서사시의 속성을 복합적으로 견지하고 있는 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극시는 전편(全篇)이 인물들의 대사로 되어 있고, 그러한 대사는 각각 하나의 서정시편으로 돼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박 회장은 이 시집을 통해 행복은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 ‘영원한 행복의 별’, ‘행복의 진실’을 찾아 가는 과정으로 이뤄질 것임을 예고했다. 그는 ‘불멸의 여의주’가 될 이러한 목표들을 찾아 떠나는 과정을 ‘시인의 고뇌에 찬 여정’이라고 명명했다. 이 시집의 핵심적인 서사(narrative)가 고뇌와 행복을 동반하는 존재론적 깨달음의 차원이 될 것임을 암시한다. 이러한 과정의 첫머리로 그는 이번 시집의 ‘서시(序詩)’라고 할 만한 다음 작품을 서두에 배치했다.

 

본질 속에 행복이 있는가를 먼저 묻는다
저 수평선 넘어
미지의 찬연한 희망 속에 있는가
진리의 태양 속에 있는가 
달빛 그림자가 머금은 신비한 무엇일까
사랑하는 그대의 영혼 속에 있는가
로렐라이의 아름다운 노래 속에 있는가
알렉산더의 꿈이 성취되는 그 희열에 있을까
무지개처럼 진정 잡을 수 없는 것일까 
행복은 시들지 않는 꽃일 수 없고 
꺼지지 않는 등불일 수 없네
사랑하는 그대의 영혼도 영원할 수 없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오래지 않아 시들어 버리며
루비 빛 희열은 잠시일 뿐
그 잿빛 비애와 번뇌는 장대한데
진정한 행복은 마음 속에 있으니 
내 영혼의 등불을 밝히고
생명의 꽃을 피우리라.
내 사랑의 등불은 오랫동안 타오르고
생명의 꽃은 시들지 않으리라
진리의 생명, 시의 영혼
이것만이 영원히 빛나는 금강석이며
영원히 스러지지 않는 행복이리라
행복은 그대의 영혼보다는
내 영혼 속에 찬연히 빛나고 있나니
내 생명 속에 무지개로 떠 있나니
( ‘행복 그 어디에 있는가’ 전문)

 

이 작품은 수평선 너머 빛나는 ‘미지의 찬연한 희망’이나 ‘진리의 태양’ 같은, 흡사 절대치에 가까운 본질 속에 행복이 있는가를 먼저 묻는다. 그와 동시에 그렇게 신비한 행복이 사랑하는 사람의 영혼이나 아름다운 노래나 꿈의 희열 같은 데 있는가를 재차 질문해간다.


이러한 질문과 답변의 끝없는 반복과 교차 과정이 결국 이 시집의 구성 원리다. 하지만 이 작품은 결국 행복이라는 것이 잡을 수 없는 것이고, 더구나 ‘끊임없이 변화하고 / 오래지 않아 시들어’버리는 유한한 것이라는 생각에 도달한다. 이처럼 진리의 생명, 시의 영혼은 영원히 빛나고, 그 안에 영원히 스러지지 않는 행복을 안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박 시인은 자신이 탐색하고 궁구해가는 행복의 존재론을 찾아 기나긴 시(詩)의 여정을 시작한다.

 

행복으로의 여로를 적극 안내한다


박상호 시집은 ‘시인’의 안내를 따라 여러 캐릭터를 만나는 구성을 취함으로써, ‘어린 왕자’와 확연히 차별화된다. 그리고 행복을 찾아 가는 형이상학적 탐색의 여정이 한결 사유의 심층을 드러낸다고도 할 수 있다. 여기서 시인이라는 존재는, 말뚝이처럼, 내레이터처럼, 가이드처럼, 행복으로의 여로를 적극적으로 안내해간다.


시집 전체를 관류하는 ‘장자, 미인, 학자, 철인, 은사, 음악가, 도덕가, 종교인, 성인, 선인’의 목록은 인류의 모든 지적, 정서적, 영적 노력의 집성(集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시집은 이들의 무용함을 강조하는 게 아니라 이들이 각기 강조하는 기율과 이치를 우리가 준용하되, 그것들을 넘어 가장 근원적인 삶의 원리를 궁구하는 데까지 이를 것을 강조했다고 볼  수 있다. 


박상호 시인의 이 시집은 새로운 양식적 실험과 깊은 사유를 통해, 한국 현대 시의 커다란 모험이면서 동시에 박상호 시인을 기억하게끔 해주는 미학적 족적으로 남을 것이란 평가를 받았다.


유성호 평론가는 “극적 구성을 통해 찾아가는 행복 존재론의 박상호의 시 세계”라고 평가했다. 또한 “박상호 시인만의 ‘피안의 도정’이 이렇게 아름답게 완성된 것으로, 이 시집은 새로운 양식적 실험과 깊은 사유의 편폭(篇幅)이자, 한국 현대시의 커다란 모험이며 박 시인을 기억하게끔 해주는 미학적 족적으로 남을 것”이라는 문학적 소견을 전했다.

 

“사회공헌은 기업인이 마땅히 해야 할 책무”


“기업가는 국가에 이익이 되도록 해야 한다. 영리 추구가 당면 과제지만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박 회장 자신은 음주가무도 골프도 담배도 안 한다고 한다. 추석과 구정 외엔 휴가도 없다고 했다. 대신 사회 공헌은 기업인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책무라는  생각에 소홀히 하지 않았다. 덕분에 ‘집 짓고 시 쓰는 CEO’라는 별명에다가 ‘기부천사’라는 훈훈한 별명도 갖고 있다. 

 

음주가무-골프-담배와는 거리가 멀지만 기업의 사회공헌은 항상 가까이 한다는 철학을 가진 박상호 회장(왼쪽)이 부경대 발전기금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 = 신태양건설

그는 2004년 골수성 백혈병 어린이 치료비 기부, 2007년 사회 배려 청소년 성금 전달, 2009년 부산 지역 저소득 주민에 쌀 250포대 전달, 2009년 사랑의 징검다리 2000만 원 성금 전달, 2011년 사랑의 열매 1000만 원 전달, 2016년 3000만 원 기탁 등의 사회공헌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지속적인 기부 활동으로 2010년에는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부산 시민으로는 세 번째 회원으로 등록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최근에는 ㈔부패방지국민운동총연합 전국중앙회장으로 임명돼 국가 경쟁력 발전을 위해 다양한 사회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평소 정도 경영의 길을 고집하는 만큼 우리 사회에 부정부패 방지 분위기 조성을 위해 힘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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