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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한국판 ‘블프’ 코리아 세일 페스타, 올해는 실속 찾을까?

할인율 낮아 소비자 유인 실패… 정부 주도 이벤트 한계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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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08호 정의식⁄ 2018.09.28 12:19:05

2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8 코리아세일페스타 전야제 쇼퍼스 펀 나이트에서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왼쪽 세번째) 등 참석자들이 개막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중국의 광군제와 대비되는 대형 쇼핑 이벤드 ‘2018 코리아 세일 페스타’가 올해도 열렸다. 주요 백화점과 대기업들이 다양한 할인 상품을 준비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여전히 뜨뜻미지근하다. 가장 큰 불만은 할인율이 기대만큼 높지 않다는 것. 일각에서는 해외와 달리 정부가 쇼핑 이벤트를 주도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3회 코리아 세일 페스타… 362개 기업 참여

 

국내 최대의 관광·쇼핑축제 ‘2018 코리아 세일 페스타’가 28일 개막했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이 행사에는 28일까지 총 362개 기업이 참여할 예정이다. 

 

이번 코세페의 특징은 “기간은 줄이고, 할인율은 높였다”는 말로 정리된다. 이전까지 코세페는 약 1개월 간 열렸지만 올해는 9월 28일부터 10월 7일까지 약 10일 간이다. 여기에다 그간 단점으로 지목됐던 ‘낮은 할인율’을 극복하기 위해 올해는 약 20개의 기업을 공모로 선정해 최대 80%를 할인한 ‘킬러 아이템’을 선보일 예정이다.

 

선정된 20개 기업은 패션잡화 부문의 금강제화, 난닝구, 슈피겐코리아, 신성통상, 이랜드리테일, 제이에스티나, 하미코리아와 가구‧가전 부문의 까사미아, 삼성전자, LG전자, 자이글, 장수돌침대, 현대리바트, 유통‧생활용품 부문의 마쯔오카, 양키캔들, 엘엔피코스메틱, 이베이코리아, 한국인삼공사, 한화갤러리아 명품관, 현대백화점 등이다.

대표할인상품 20종을 소개하고 있는 2018 코리아 세일 페스타 홈페이지. 사진 = 코리아세일페스타

이들이 판매하는 대표적인 킬러 아이템으로는 삼성전자가 최대 20% 할인한 가격에 판매하는 그랑데 건조기, LG전자가 25% 할인하는 올레드 TV 등이 꼽힌다. 적외선 그릴 '자이글 파티'는 30%, 현대리바트의 그란디오스 4인 소파는 26% 할인된 가격에 판매된다. 장수돌침대는 힐링에잇Q/S를 35% 저렴하게 판매하며, 현대백화점은 아디다스, 나이키, 한섬 등 400여개 브랜드 제품을 최대 80% 할인한다.

 

완성차 업계도 코세페에 참여한다. 현대자동차는 엑센트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 i30, i40, 벨로스터 등 승용차를 8000대에 한정해 3∼15% 할인하며, 마이티, 쏠라티, 엑시언트, 메가트럭 등 상용차는 500대에 한정해 2∼20% 저렴하게 판매한다. 기아차는 모닝, K5, K7 등 7개 차종을 선착순 5000대에 한정해 최대 7% 할인한다.

 

중소상인과 전통시장과의 상생을 위한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진행된다. 대규모 점포와 가까운 시장이 함께 온라인 홍보를 하고 대규모 점포가 주변 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할인쿠폰을 발행한다. 전국 주요 전통시장에서 다양한 체험행사를 진행하고, 5대 백화점의 전국 17개 매장에서 중소기업 우수 제품 판매전을 한다.

 

블프‧광군제보다 매력 떨어지는 이유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를 만들겠다는 구상 하에 벌써 4년째 진행되는 행사지만, 코세페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관심은 여전히 높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블랙 프라이데이’, ‘광군제’ 등 해외의 유명 세일 이벤트에 비해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IT블로거 K씨는 “‘블프’를 기다려 ‘직구’를 할 계획은 있지만, 코세페에서 뭘 살 계획은 없다. 나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도 다들 그렇다”며 “한 번 블프의 할인율을 경험하면 다른 이벤트에는 관심이 안 가게 된다”고 말했다.

 

가정주부 B씨도 “타오바오 등 중국 쇼핑몰에서 저렴하면서도 힙한 아이템을 구입하는 재미에 빠졌다”며 “코세페는 몇 번 가봤지만 가격 면에서도 아이디어 면에서도 살 게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블랙 프라이데이, 광군제 등의 이벤트에서는 40~50%의 세일이 기본이고, 심한 경우 90%의 ‘재고‧떨이 대처분’ 상품도 종종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코세페 상품들은 대부분 10~30%의 할인율을 보이는데, 이는 평상시 쿠폰 등을 활용하거나, 정기세일기간 등에도 볼 수 있는 할인율이다. 이번에 최대 80%까지 세일한다는 20개의 대표 아이템 목록을 들여다봐도 대부분 30~50% 정도이며, 결정적으로 품목 수가 너무 적다. 

2017년 11월 12일 알리바바가 광군제 행사가 진행된 11일 0시(현지시간)부터 24시간 동안 매출액 1682억 위안(28조 3078억 원)을 기록했다. 사진 = 연합뉴스

그렇다면 왜 국내 유통‧제조업계는 미국, 중국과 달리 높은 할인율의 제품을 이 기간에 내놓지 않는 것일까? 미국, 중국과 달리 국내는 유통‧배송망이 잘 갖춰져 있고,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사실상 연중 내내 최저가 이벤트가 유지되는 것과 다름없다는 게 업계의 항변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미국, 중국과 다른 국내의 소비 습관이다. 미국의 경우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로 이어지는 연간 최대 명절시즌을 앞둔 11월 말 4번째 금요일이 블랙 프라이데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가족, 지인 간에 선물을 주고받는 풍습이 있다보니 소비자들은 너나없이 백화점과 마트를 찾게 되고, 자연히 이 기간에 밀린 재고를 처분하려는 기업들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진다.

 

중국 광군제의 경우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타오바오 등이 독신자 등을 위한 데이 마케팅을 시도한 것에 주요 쇼핑몰들이 합세하면서 규모가 커진 것인데, 이 역시 거대한 시장 덕분에 파격적 마케팅이 가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비해 코세페 기간은 딱히 선물을 주고받는 시즌도 아니고, 중국처럼 쇼핑몰들이 자발적 마케팅을 할 이유도 크지 않다보니 현재같은 애매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관 주도 행사의 한계… 100% 민간에 맡겨야”

 

유통업계 관계자는 “애초에 정부가 이런 이벤트를 기획하고 주도한 것이 문제”라며 “한국 시장에 대한 충분한 고민 없이 해외에서 한다니 무작정 모방한 이벤트라 성공할 가능성이 낮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코리아 세일 페스타는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 시절 메르스 사태로 인한 내수시장 위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당시 해외에서 인기있던 ‘블랙프라이데이’를 한국에서도 실시하려고 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에서 시작했다. 

2017년 11월 17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에서 열린 '롯데 블랙페스타'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 사진 = 연합뉴스

2015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는 당시 박근혜 정부가 “10월 1일부터 10월 14일까지 2주간 블랙프라이데이를 실시하라”는 식으로 민간에 지시를 내리고, 이에 주요 백화점과 마트, 편의점, 쇼핑몰 등이 부응하는 방식으로 이뤄진 전형적인 ‘관 주도 행사’였다. 문제는 이런 행태가 이후로도 큰 변화없이 현재까지 이어져 왔다는 것. 2016년 명칭을 코리아 세일 페스타로 바꾸고 3년이 지났지만, 산업부가 대한상공회의소, 백화점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유관기관을 추동하는 방식은 과거와 같다. 

 

이렇다보니 대부분의 유통‧제조업체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게 아니라 정부의 눈치를 보며 마지못해 참여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지적이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올해까지만 직접 행사를 추진하고 내년에는 대한상공회의소, 유통물류진흥원 등 정부와 민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관에 행사를 맡긴다는 해결책을 제시했지만, 여전히 업계에서는 이전과 본질적인 차이가 없는 구조라는 비판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블랙 프라이데이, 광군제는 100% 민간 자율”이라며 “두 행사처럼 성공적인 쇼핑 이벤트를 만들고 싶다면 우선 정부가 관심을 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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