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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LG‧SK, '알짜 매각' 서두르는 이유…공정위 규제강화 예고에 선제 대응

구광모‧최창원, 판토스‧SK디앤디 주식 매각…서브원‧SK인포섹 등도 준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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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09호 정의식⁄ 2018.10.10 12:21:41

구광모 LG 회장(왼쪽)과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사진 = 연합뉴스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움직임에 주요 재벌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LG그룹의 서브원-판토스, SK그룹의 SK디앤디 등은 이미 매각 계획이 공개됐고, 이외에도 여러 대기업들이 그간 일감 몰아주기 논란의 대상이 됐던 계열사 처리 방안을 놓고 고민 중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알짜 기업이 사모펀드의 손에 넘어가는 상황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어 자칫 정부의 규제가 엉뚱한 수혜자만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구광모 회장 등 특수관계인, 판토스 지분 전격 매각

 

지난 4일 LG그룹은 구광모 LG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하고 있는 물류 계열사 판토스의 지분 전량(19.9%, 39만 8000주)을 미래에셋대우에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구체적인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판토스는 1977년 설립된 종합물류기업으로 전세계 230곳에 글로벌 물류센터를 갖추고 대한민국 1위의 항공 수출 물동량을 기록 중이다. LG상사가 지분 51%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구광모 회장은 7.5% 지분을 갖고 있다. 이외에 고 구본무 회장의 장녀인 구연경 씨 등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모두 합하면 약 19.9%다.

판토스의 로고. 사진 = 판토스

공정거래법 상 대기업 비상장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기준은 20%라 LG 특수관계인들의 판토스 지분율 19.9%는 법적으로는 문제될 게 없지만, 규제 기준에 지나치게 근접했다는 이유로 그간 논란이 돼왔다. 이와 관련 LG그룹 측은 “애초에 법적 문제는 없었지만, 이번 조치로 논란 자체가 해소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지난 5월 고 구본무 회장의 별세로 구광모 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공식화됐지만, 아직 구 회장이 승계에 충분한 지분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을 거론하며, 구 회장이 상속세 마련을 위해 판토스 지분을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대해 LG그룹 측은 “지주회사 ㈜LG와 LG상사, 판토스로 이어지는 출자구조로 단순화함으로써 지배구조와 경영 투명성을 높이라는 국민 눈높이에 적극 부응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입장이다.

 

최창원 부회장, SK디앤디 지분 매각… LG는 서브원 부분 매각 추진

 

갑작스러운 LG그룹의 판토스 지분 매각 발표에 대해 업계는 "지난달 SK가스가 SK디앤디 지분 매각을 의결한 것, LG그룹이 서브원 MRO사업 분할을 추진한 것 등과 같은 흐름 아니겠냐"고 분석하고 있다.

 

앞서 9월 18일 SK가스는 이사회를 열어 SK디앤디 지분 일부를 한앤컴퍼니에 매각하고 공동 경영을 추진하기로 의결했다. 매각 대상은 SK가스가 보유한 지분 3.5%(56만 2501주)와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 24%(387만 7500주)이며, 매각 단가는 주당 4만 4000원이다. 

 

매각이 완료되면 한앤컴퍼니가 SK디앤디 주식 444만 1주(27.5%)를 갖게 되고, SK가스는 한앤코보다 2주 적은 443만 9999주(27.5%)를 보유하게 되므로, 경영권이 한앤컴퍼니로 넘어간다. 양측은 이사회 중심의 공동 경영을 통해 SK디앤디의 기업 가치 높이기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SK디앤디 매각이 업계의 관심을 모은 이유는 부동산 개발회사인 이 회사가 그간 SK건설의 신규 주택 사업에 가구를 납품하거나, 분양 대행 및 광고, 모델하우스 건설 등을 주도하면서 사세를 급속히 늘려온 대표적인 ‘일감 몰아주기’ 기업으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SK디앤디 로고. 사진 = SK디앤디

2014년까지만 해도 이 회사는 내부거래액이 규제 기준인 200억 원 혹은 연매출의 12% 이상이고, 총수 일가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의 지분이 규제 기준인 비상장 20%를 넘는 24%였으나, 2015년 증시 상장을 통해 지분율 규제 기준선이 30%로 높아지면서 규제 대상에서는 벗어났다. 

 

이후 공정위의 총수 일가 지분 규제 기준이 상장‧비상장 모두 20%로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던 시점에 최 부회장의 주식이 전액 매각되면서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자유로와졌다.

 

같은달 19일 LG그룹이 비상장 계열사인 서브원의 MRO(소모성 자재구매 부문) 사업 분할 추진

계획을 공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브원은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주요 계열사를 대상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올려온 기업으로 지분 100%를 그룹 지주사인 ㈜LG가 보유하고 있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의 하나로 지목돼왔다.

 

서브원 측은 MRO 사업의 분할 및 외부 지분 유치에 나선 이유에 대해 “사업 전문성과 효율성 제고 및 대기업의 사업 운영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아직 서브원 매각처가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매각이 확정되면 이 회사 역시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공정위 규제 따라 사모펀드들 때아닌 ‘반사이익’

 

이렇듯 일감 몰아주기 논란의 대상이 되던 기업들이 잇따라 매각되거나 매각 계획이 거론되는 건, 공정위의 규제 강화 움직임 때문이다.

 

공정위는 지난 8월 24일 사익 편취 규제의 기준을 기존의 총수 일가 지분율 상장회사 30%, 비상장회사 20%에서 상장‧비상장 구분없이 20%로 일원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총수 일가 지분이 20% 이상인 기업이 50% 초과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까지 규제에 포함시키고 있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규제 대상 기업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LG그룹의 서브원, 판토스, SK그룹의 SK디앤디는 물론 현대차그룹의 글로비스와 이노션, SK그룹의 SK인포섹과 SK해운, CJ그룹의 CJ올리브네트웍스와 조이렌트카, LS그룹의 가온전선 등이 이미 매각됐거나 매각 검토 중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사진 = 연합뉴스

문제는 이로 인해 몇몇 사모펀드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판토스의 경우 매각 상대는 미래에셋대우의 사모펀드 운영사인 미래에셋대우PE다. 서브원의 인수 대상으로는 MBK파트너스와 홍콩계 어피너티파트너스가 거론된다. SK그룹의 SK디앤디, CJ그룹의 조이렌트카는 한앤컴퍼니에 매각됐다. 

 

대기업의 알짜 계열사들이 사모펀드에 매각되는 건 이들이 막강한 현금 보유력을 가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간 대기업 내부거래에서 이익을 얻어온 덕분에 타 대기업으로 매각될 경우 영업비밀이 누설될 수 있다는 매각 대상 기업들의 특수성에도 기인한다. 

 

재계 관계자는 “선의에서 비롯된 정부의 규제가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면서 “이번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역시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를 막겠다는 본래 목적이야 문제될 게 없지만 결과적으로 사모펀드와 대기업 간 ‘짬짜미’만 낳는 꼴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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