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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혐오와 매혹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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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12호 김금영⁄ 2018.10.29 10:07:25

1996년, 영국의 한 괴짜 예술가가 가로로 열두 개의 조각으로 절단된 소를 미술작품이라며 전시했다. 마치 도살된 뒤 가공되기 위해 정육점에 걸린 것처럼 보인 소를 보고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지만 설명할 수 없는 묘한 매력에도 빠져들었다. 이 괴짜 예술가는 한술 더 떠 2007년에는 주물을 떠 백금으로 만든 해골에 1106.18캐럿에 달하는 8601개의 다이아몬드를 박아 넣은 ‘작품’을 만들었다. 도대체 왜 이 예술가는 해골에 다이아몬드를 장식하는 기이한 생각을 했을까?

 

오랫동안 자신의 몸에서 채혈한 피를 얼려서 자신의 두상을 만든 예술가도 있다. 이 예술가는 태반과 탯줄을 얼려 갓난아기 얼굴 모양을 한 두상을 만들었다. 심지어는 시체 안치소에서 실제 시체 사진을 찍거나, 자신의 똥을 깡통에 담아 전시한 예술가, 피가 뚝뚝 떨어지는 쇠고기로 옷을 만들어 직접 입은 예술가도 있다. 더럽고, 지저분하고, 혐오스럽기까지 한 소재들이지만 작품을 본 관객들은 충격과 혐오의 감정을 느끼면서도 그 작품들에서 나에게 다가올 지도 모르는 ‘어떤’ 죽음의 그림자를 느끼고, 피로 만든 두상 앞에서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나’의 얼굴을 직면하는 예술적 경험을 하기도 했다.

 

이 책은 이렇게 불편하고, 어쩌면 혐오스럽게 느껴지지만 묘하게 우리의 마음을 끄는 현대미술 이야기를 들려준다. 앞서 ‘괴짜 예술가’라고 언급한 데미안 허스트, 자신의 피를 얼려 자아 두상을 만든 마크 퀸, 시체 사진을 찍은 안드레 세라노, 자신의 똥을 깡통에 담아 전시한 피에로 만초니, 쇠고기로 옷을 지어 입은 야나 스테르박 등 당대 최고의 아티스트의 작품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겼다. 저자는 “출퇴근길 도로에서 로드 킬 당한 동물 사체, 도시의 패악이 되어버린 길고양이들처럼 지저분해 보이지만 세상에는 한번쯤 진지하게 마주봐야 하는 불편한 것들이 많다”고 말한다. 또한 “이 책에서 이야기되는 불편함을 유발하는 예술적 행위 대부분은 스캔들과 가십이 아니라, 우리 삶에 숨겨진 어떤 진실을 찾으려는 예술가들의 절실한 도전”이라고 말한다.

 

이문정 지음 / 2만 3000원 / 동녘 펴냄 / 3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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