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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소비자만 모르는 카드 수수료의 진실

10년째 인하 논란…해법은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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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12호 도기천 기자⁄ 2018.11.05 10:48:01

중소상인 자영업자 단체들이 지난 17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금융위원회가 카드사와 밀실에서 카드수수료 적격비용을 산정하고 있다며 항의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도기천 기자) 중소상인들로 구성된 한국마트협회가 카드수수료율이 불공평하다며 농성을 이어가면서, 그동안 대기업가맹점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적용돼온 수수료율 체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마트협회는 카드사들의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중소상인들이 충당하는 구조라며 제도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어디서부터 첫단추가 잘못 꿰어진 걸까? CNB가 베일에 가려진 수수료 산정방식의 근본 문제를 따져봤다. 


한국마트협회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며 지난 18일부터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카드사들과 수수료 문제를 놓고 협상 중이지만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카드수수료 조정기간이 도래한데 따른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2012년 여신금융전문법 개정으로 3년마다 카드 결제에 수반되는 원가와 카드사의 수수료 수익을 따져 수수료율을 재산정해오고 있다. 3년 전에는 매출액 3억원 미만인 영세가맹점은 1.5%에서 0.8%로, 3억원 초과∼5억원 미만인 중소가맹점은 2.0%에서 1.3%로 각각 0.7%포인트 낮아졌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운데)가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민생연석회의’ 출범식에서 ‘불공정 카드수수료 개선’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금융당국은 내년에 가맹점 수수료를 1조원 이상 줄일 방침이다. 이는 8개 카드사의 작년 수수료 매출 11조6784억원의 약9%에 해당하는 규모며, 3년전 조정 당시 수수료 절감액 6700억원보다 3300억원 증가한 수치다. 당국은 카드사가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 수수료를 낮출 여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카드사 마케팅 비용은 작년 기준 6조원을 넘어 전체 수수료 수입의 절반에 달한다.


우선 카드사들의 반발이 거세다. 지난 10년간 9차례나 카드수수료를 내린 카드업계는 더는 인하 여력이 없다며 맞서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여신금융협회, 카드사 임원 등으로 구성된 ‘카드수수료 원가(적격비용) 산정 태스크포스(TF)’는 지난 25일 내년도 카드수수료 재산정을 위한 TF회의를 열었으나 사실상 아무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당국은 카드사들이 가맹점 수수료율을 0.23∼0.25%포인트까지 낮출 여력이 있다고 보고 있는 반면, 카드업계는 인하 마지노선을 0.1%포인트 안팎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계 봉착 카드업계 “더는 못해”


하지만 넘어야할 산은 크게 두 가지다. 카드업계는 지난 2009년부터 지속적으로 수수료를 내린 탓에 수익이 크게 악화됐다. 작년 8개 전업카드사(신한·롯데·KB국민·현대·삼성·우리·하나·비씨카드)의 순이익은 전년(1조8132억원)보다 32.3% 감소한 1조2268억원에 머물렀다. 신한·KB국민·우리·하나카드 등 은행계 카드사들의 올해 3분기 순이익은 2400억원으로 전년(2715억원) 동기 대비 11.6% 줄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오른쪽)이 지난 25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농성 중인 한국마트협회 김성민 회장 등으로부터 카드수수료 관련 애로사항을 듣고 있다. 사진 = 금융위원회

앞으로가 더 문제다. 정부는 내년부터 영세·중소 온라인 판매업자와 개인택시 사업자의 카드 수수료를 대폭 낮출 방침이다. 온라인 판매업자 수수료는 현행 3%에서 매출규모에 따라 1.8~2.3% 수준으로 낮아지며, 개인택시 사업자는 1.5%에서 1.0%로 수수료율이 내려간다.  


삼성페이,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신세계 SSG페이, 롯데 L페이 등 다양한 결제수단이 등장한 점도 카드사들의 설 자리를 좁게 만들고 있다. 특히 서울시와 중소벤처부는 최근 ‘제로페이’(가칭)를 도입해 연말에 시범운영에 나설 계획이다. 제로페이는 민간 결제사업자들이 제공하는 새로운 결제수단으로 결제과정에서 밴(VAN)사와 카드사를 생략함으로써 0~0.5%의 낮은 수수료가 가능토록 한 시스템이다. 


금리상승기가 도래하면서 조달금리가 오르고 있는 점도 실적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카드대출(카드론)의 조달비용이 상승하고 있다. 


현재 카드사들은 카드수수료에서 일정 부분을 떼어내 카드전표수거 등을 담당하고 있는 밴사에 지급하고 있는데, 수수료가 정적기준 이하로 내려가면 가맹점으로부터 얻는 수익보다 밴사에 지급하는 비용이 더 많게 돼 적자상태가 될 수도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CNB에 “정부가 영세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책으로 매년 수수료를 낮추고 있는데, 이것이 그분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라며 “막대한 예대마진을 남기고 있는 은행들의 (자영업) 대출금리는 건드리지 못하면서 매번 카드사만 압박하고 있다. 수익이 계속 악화되면 업계 종사자들의 고용도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대기업가맹점만 특혜 “왜” 


또 다른 문제는 당국이 카드사들과 수수료 인하 조정에 합의하더라도 인하분을 어디에 우선 배정하느냐다.  


현재 매출액이 5억원 미만인 영세가맹점은 금융당국이 관계 법령에 따라 수수료율을 정해주고 있다. 5억원을 초과하는 일반가맹점은 당국과 업계 관계자가 모여 수수료율을 결정하는데 현재는 2.3%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문제는 대기업가맹점이다. 이들은 일반가맹점보다 훨씬 낮은 0.7%~1%안팎의 수수료만 내고 있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신세계·롯데·현대백화점 등 유통대기업을 비롯, 대형프랜차이즈와 영화관(CJ CGV, 롯데시네마 등), 주유소(SK에너지,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S-OIL), GS칼텍스)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대기업가맹점의 수수료가 낮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일단 이들은 수많은 가맹점을 거느리고 있다 보니 갑의 지위에서 카드사들과 거래하고 있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자칫 제휴가 끊어지기라도 하면 수수료 수입에 큰 타격을 입게 되므로 각종 요구를 무시할 수 없다. 

 

중소상인 자영업자 단체들이 지난 25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불공정 카드수수료 차별철폐 전국투쟁위원회 발족식’을 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대기업가맹점이 관리비용이 적다는 점도 수수료가 낮은 이유 중 하나다. 일반가맹점은 개별적으로 상대해야 하지만 대기업가맹점은 입출금, 수수료 정산이 본사 시스템을 통해 이뤄지므로 관리가 용이하다. 


이에 대해 중소자영업자들은 대기업가맹점은 최저 0.7%, 일반가맹점은 2.3%로 부과하는 수수료가 ‘차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마트협회 관계자는 CNB에 “카드사가 대기업가맹점에 대해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는데, 이는 뒤집어 생각해보면 중소가맹점의 높은 수수료로 대기업가맹점의 마케팅 비용을 대주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마트협회 측은 카드 수수료 원가 개념인 적격비용 산정 과정에 가맹점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이들의 손을 먼저 들어줘야 할지, 영세가맹점(연매출 5억원 이하)의 수수료부터 인하해야 할지가 난제다.  

 

“카드사·자영업자 함께 살길 찾아야”


이처럼 카드사와 중소상인, 대기업가맹점 간의 시각차가 뚜렷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중재자 역할을 소홀히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세현 인하대 겸임교수(경영학)는 CNB에 “정부가 대형가맹점의 낮은 수수료 문제는 건드리지 못하고 있는데 이 문제에 대해 정부가 조정자 역할을 해줄 필요가 있다. 대기업수수료를 올리면 그만큼 작은 가맹점은 내려줄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마트협회와 카드사도 원론적으로는 공감하고 있다. 한국마트협회 홍춘호 정책이사는 CNB에 “카드수수료 문제를 시장경제 논리로만 봐서는 안된다. 카드산업이 발전하면서 정부는 세수를 확보하고, 카드사는 적정이윤을 보장받고 있다는 점에서 공적인 개념에서 이 문제가 다뤄져야 한다”며 “대기업가맹점과 일반가맹점 간의 수수료 불평등 문제는 이런 바탕에서 풀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형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정치권이 표를 의식해 영세상인들의 수수료 인하에만 관심이 있는데  영세가맹점(연매출 5억원 이하)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가 되지 않는다”며 “이 문제에만 매달릴게 아니라 일반가맹점과 대형가맹점 간의 형평성 문제, 자영업자 금융지원책 등이 종합적으로 다뤄져야 카드사도 살고 자영업자도 산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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