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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업계, ‘무슬림 여심’ 잡겠다지만 ‘할랄 인증’엔 소극적

‘K팝·한류 특수’로 승부 중… "지속 성장하려면 할랄 인증 필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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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16-617합본호 옥송이⁄ 2018.11.28 15:30:12

무슬림들의 소비가 늘어나면서 할랄 뷰티 역시 각광받고 있다. 사진 = 와다 

 

17억 무슬림 시장이 꿈틀댄다. 이 가운데 뷰티 시장도 빼놓을 순 없다. 히잡을 두르고 있지만 여성이라면 누구나 예쁘게 꾸미고 싶기 마련이다. 덕분에 할랄 뷰티 시장은 글로벌 화장품 기업들의 ‘블루 오션’으로 각광받고 있다. 한국 화장품업계도 그동안의 ‘중국 기대기’에서 벗어나 수출 다각화를 위해 중동 시장 개척에 적극적이다. 그러나 정작 이슬람권 제품 수출의 필수 관문인 ‘할랄 인증’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색조’ ‘자연주의’ 등 … 제각기 다른 전략으로 K뷰티 아랍권 영토 넓히기

 

무슬림이 글로벌 경제의 큰손으로 부상한 지 오래다. 가장 큰 이유는 인구 증가다.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의 인구는 2014년 기준 17억 명에서 2030년 22억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쟁쟁한 해외 대기업들이 아랍권 손님 모시기 각축전에 푹 빠진 이유다. 

 

한국 기업들도 무슬림 시장에 뛰어들었다. 특히 국내 화장품 업계는 ‘무슬림 여심 사로잡기’에 자신있어 하는 모양새다. 무슬림의 80%가 집중돼있는 아세안과 중동은 K팝과 K드라마의 강세 지역이기에, 이른바 ‘한류 특수’가 힘을 쓰기 좋은 상황이다. 

 

지난해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도 국내 화장품업계가 아랍권 뷰티 시장 진출 규모를 늘리는 데 한 몫 했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주요 화장품 수출 대상국인 중국에서 노골적인 반한 감정이 일어나면서 화장품 업계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수출 다각화 모델로 동남아시아와 중동 뷰티 시장을 택하게 된 것.  

 

에뛰드하우스 두바이 1호점 매장 모습이다. 사진 = 아모레퍼시픽 

 

국내 주요 기업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도 발 벗고 나섰다. 아모레퍼시픽은 한류에 관심이 많은 젊은 무슬림을 겨냥해 ‘색조 화장품’으로 아랍권 뷰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무슬림 여성들이 눈을 제외한 얼굴 대부분을 히잡과 차도르 등으로 가리는 대신 노출될 수 있는 ‘눈 화장’ 등의 색조 화장을 중요시한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지난 2016년 중동 법인을 설립한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3월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몰에 색조화장품 브랜드인 ‘에뛰드하우스’ 매장을 열었다. 두바이몰은 연간 800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중동 최대 쇼핑몰이다. 아모레는 걸프 연안의 아랍권 주요 국가로 뷰티 시장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또 인구의 60% 가량이 무슬림인 말레이시아 현지에 법인을 설립하고 2020년 완공을 목표로 현지 생산 공장을 설립 중이다. 

 

LG생활건강은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브랜드 ‘더페이스샵’을 내세워 이슬람권 뷰티 시장에 진출했다. 더페이스샵은 중동 진출 초기 자연주의 컨셉과 한류를 적극 이용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고, 최근에는 현지 소비자 맞춤형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현지인의 피부 톤을 고려한 색조 화장품과 주 고객층인 1020 소비자를 고려한 제품들의 인기가 높다.  

 

더페이스샵의 말레이시아 매장. 사진 = LG생활건강

더페이스샵은 지난 2006년 요르단, 2007년 아랍에미리트 진출을 시작으로 현재 요르단 1개, 사우디아라비아 45개, 아랍에미리트 18개 등 총 아랍권 7개국에 8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내년에 더페이스샵 매장을 쿠웨이트로 확장하고, 이를 통해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 전체에 입점하겠다는 목표다.  

 

할랄 화장품? 대기업은 ‘소극적’ vs ODM 기업들 ‘적극적’ 

 

문제는 국내 주요 뷰티 대기업들이 아랍권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도 정작 ‘할랄 인증 화장품’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점. LG생활건강 측은 “현재 더페이스샵의 할랄 인증 제품은 없으며, 할랄 인증과 관련된 계획은 크게 없다”고 일축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조금 진전된 모습이다. 아모레 측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이 회사의 뷰티 브랜드인 이니스프리가 중동 지역에 할랄 인증 제품 3가지를 출시했고, 해당 제품 생산을 위해 공장 일부 라인에서 할랄 인증을 받았다. 따라서 이를 기반으로 향후 다른 브랜드에 할랄 인증 제품을 어떻게 확장할지 논의하고 있는 단계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아모레는 무슬림 국가 가운데서도 대도시를 위주로 입점했다. 소득 수준이 비교적 높고, 글로벌 제품에 익숙한 고객들을 타겟으로 했기 때문에 ‘할랄 인증’이 반드시 제품 구매의 결정적 요소는 아니었다”면서도 “할랄 인증이 되면 무슬림 고객에게 진정성있게 다가갈 여지가 있고, 향후 수요에 선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돼 아모레의 다양한 브랜드에서 할랄 인증 제품 생산에 대해 내부적으로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할랄 인증을 받은 코스맥스의 화장품. 사진 = 코스맥스 

 

이처럼 국내 뷰티 대기업들이 ‘할랄 인증 화장품’에 다소 주저하는 반면, 국내 ODM(제조자 개발생산) 화장품 기업들은 일찍이 할랄 뷰티 시장 진출 준비를 해왔다. 대표적인 기업으론 코스맥스와 한국콜마가 있다.

 

코스맥스는 이미 무슬림 국가에서 현지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2년 로레알의 인도네시아 공장을 인수하고, 2014년부터 현지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해당 공장은 인도네시아의 현지 할랄 인증 기관인 ‘무이(MUI)‘로부터 할랄 인증을 받았다. 

 

한국콜마도 2012년부터 말레이시아 현지 할랄 인증기관인 자킴(JAKIM)으로부터 할랄 인증을 받고 관련 화장품을 수출하고 있다. 

 

할랄 인증은 뷰티업계의 숙제 

 

할랄 화장품은 일반 화장품과 어떻게 다를까. 할랄(Halal)은 이슬람어로 ‘허용된 것’이라는 뜻으로, 이슬람교도인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는 제품을 총칭한다. 따라서 할랄 화장품을 생산하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까다롭다. 돼지에서 추출되는 콜라겐, 알코올 성분의 글리세린 등이 화장품에 들어가선 안 되기 때문. 

 

콜라겐, 글리세린 등 일반적인 화장품에 들어가는 주요 성분이 빠져야 하기에 할랄 화장품 생산을 위해서는 별도 라인을 갖춰야 한다. 게다가 할랄 인증을 받는 것도 쉽지 않다. 할랄 마크 인증기관은 30여 개국에 이르며, 약 80여 개의 기관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마크 취득에 최대 1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다. 

 

한국할랄인증원(KHA)이 인증하는 할랄 마크. 사진 = 한국할랄인증원 

 

물론 모든 무슬림들이 반드시 할랄 인증된 화장품만을 구입하는 것은 아니다. 식품과 달리 화장품과 생활용품의 경우, 무슬림의 할랄 인증 제품 구입 여부는 개인 신앙심의 정도와 국가의 관습에 따라 상이하다. 

 

코트라의 조사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의 아랍권 개인 설문조사에서 “식품과 달리 화장품 구입 시에는 할랄 인증 마크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답변한 사람이 있었던 반면 “화장품 역시 피부에 닿기 때문에 할랄 마크를 확인해야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다“는 답변도 있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아랍권 뷰티 시장에서 영역을 넓히고, ‘입지 굳히기’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할랄 인증이 장기적으로 중요한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웰빙 바람으로 비 무슬림인구의 할랄 제품 수요도 증가하고 있어 잠재력이 크다. 기존 제품을 리모델링하거나, 할랄 인증만으로도 더 많은 소비자층을 넓힐 수 있어 차세대 캐시카우 영역으로 주목받기도 한다.

 

현지 기업부터 글로벌 기업까지… 전세계 ‘할랄 뷰티’ 경쟁 치열 

 

코트라(KOTRA)에 따르면 중동의 화장품 시장 규모는 2015년 기준 약 180억 달러(약 21조 5000억 원)로, 향후 5년간 6.4%씩 성장해 2020년까지 360억 달러(약 43조 원) 규모로 늘어날 전망이다. 무슬림이 다수 거주하는 중동 지역은 이미 세계 5대 화장품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화장품 편집숍 세포라 매장 중 두바이몰 점이 전세계 매출 1위를 차지했을 정도다.
 

자료 = 코트라(KOTRA)

 

하지만 할랄 뷰티 시장에서 한국 제품들의 입지는 크지 않다. 중동권에서 선호하는 수입 화장품은 주로 선진국 제품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의 다국적 기업들은 이미 선제적으로 발 빠르게 할랄 뷰티 시장 선점을 위해 뛰어들었다. 미국의 다국적기업 존슨앤드존슨 사는 할랄에 대응한 바디 제품, 영국-네덜란드계 다국적 기업인 유니레버는 치약으로 무슬림 사이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현지 기업들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인도네시아의 무슬림 토종 브랜드 ‘와다(Wardah)’는 ‘히잡에 어울리는 화장품’을 콘셉트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드라마 협찬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 것을 계기로, 시장점유율을 높여나가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처럼 할랄 뷰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지만,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인도네시아의 무슬림 토종 브랜드 ‘와다(Wardah)’의 립제품 광고. 사진 = 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동 여성들은 노출되는 부위인 눈, 네일 등에 메이크업을 하지 않고는 외출을 하지 않을 정도로, 화장품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장기적으로 가치 있는 사업으로, 할랄 인증은 현지인들에게 성분이나 안전성 관점에서 신뢰를 줄 것”이라며 “한류 바람에 할랄 인증까지 더하면 아랍권에서 K뷰티의 입지가 더욱 견고해질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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