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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넘긴 항공사 오너리스크‧채무‧갑질… "새해 돼도 이륙 못해"?

온갖 구설수들에 항공업계 어수선한 새해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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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23호 윤지원⁄ 2019.01.12 07:18:29

지난 연말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 화물터미널 너머로 해가 지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새 출발을 다짐하는 시기지만 항공업계는 여전히 지난해의 혼란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분위기다. 대한항공은 그룹 총수 일가의 일탈 논란이 해를 넘겼고, 아시아나항공은 연말 유동성 위기를 벗어났다고 선언했으나 올해도 1조 원이 넘는 차입금을 갚아야 할 상황이다. 제주항공은 안용찬 전 부회장의 대표이사 사퇴를 둘러싼 논란이 시끄럽고, 진에어는 음주 비행을 할 뻔했던 부기장 문제로 구설수에 올랐으며, 에어부산은 연초부터 대표이사의 갑질 논란이 터졌다.

대한항공 ‘오너리스크’ 해 넘겨

새해 첫 근무일인 2일 대한항공은 서울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에서 시무식을 열었다. 창립 50주년이라는 뜻 깊은 한 해를 시작하는 행사였다. 그런데 이날 시무식을 주재한 것은 지난해까지 대한항공 시무식을 직접 챙겨온 조양호 회장이 아니라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었다. 조 회장이 수백억 원대 상속세 탈루 및 면대약국 운영 혐의 등에 얽매인 상황이어서 공식 행사의 전면에 나서는 데 부담을 가진 탓으로 여겨진다.

조 회장의 혐의 외에도 지난해 대한항공은 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과 업무 방해, 밀수 혐의 등 수많은 악재가 있었다. 수사기관의 압박이 거듭됐고, 임직원들은 총수 일가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열었으며, 브랜드 이미지는 크게 실추됐다.

‘오너리스크’는 연말연시까지 이어졌다. 12월 27일에는 조 회장 아내와 딸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과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조현민 대한항공 전 전무 등이 관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31일에는 이 이사장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폭행, 상습특수상해,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불구속 기소됐다.

앞선 11월 15일엔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KCGI가 한진칼의 지분 9%를 보유했다고 공시한 데 이어 12월 1.81%를 더 사들이는 등 2대 주주에 올라서면서 조 회장의 경영권을 위협하고 나섰다. 펀드 운용사의 강성부 대표는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할 의사가 있음을 시사했다.
 

한 대한항공 조종사가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쓰고 지난해 5월 18일 오후 서울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일가 퇴진 촉구 3차 촛불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희망적인 것은 이처럼 거듭된 악재에도 대한항공의 지난해 실적이 나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한항공은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24% 증가한 9조 7256억 원을 기록했다. 업계는 지난해 대한항공의 누적 매출이 약 13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원가 상승과 환율 영향으로 1~3분기 누적 영업이익(6349억 원)과 순이익(-575억 원)은 조금 줄었지만, 지난해 4분기부터 유가가 떨어지면서 올해 사업 전망은 더 희망적이다.

대한항공은 이처럼 안정적인 사업을 바탕으로 내부 결속과 기업 이미지 제고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상황이다. 조원태 사장은 2일 시무식에서 사업 성과와 올해 목표, 계획 등 경영 측면에 관해 언급하기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조와 내부 직원들을 다독이는 데 집중했다. 조 사장의 신년사는 지난 50년 동안 대한항공의 발전을 이끈 임직원들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고 조직 문화 쇄신에 대한 의지를 강조하는 데 상당부분 할애됐다. 지난해 조양호 회장의 신년사가 고객 중심 경영을 강조한 것과는 많은 차이를 보였다.

아시아나, 올해도 1조 원 넘게 갚아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지난해 “각고의 노력 끝에 그룹의 재무구조를 눈에 띄게 개선하였고 특히 IDT와 에어부산의 연말 극적인 IPO 성공은 2019년 성장 기반을 확보한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금호아시아나는 2018년 그룹 재건 원년을 선언하고 금호타이어의 계열 분리와 같은 노력을 통해 부채 비율에 따른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고자 했다. 지난해 만기가 도래한 차입금은 총 2조 1000억 원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은 사옥과 CJ대한통운 주식을 매각하고 전환사채 및 자산유동화증권(ABS) 등을 발행하면서 자금을 마련했다. 아시아나IDT, 에어부산을 상장하는 등 노력하고, 연말에는 박삼구 회장이 자신의 금호고속,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등의 지분을 담보로 산업은행 차입금 만기를 연장했다.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기준 감축한 차입금은 8939억 원이다. 올해에 만기가 도래한 차입금도 1조 원 수준이다. 지난 3년간 강도 높은 구조조정 작업을 해왔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내다 팔 자산도 얼마 남지 않은 데다 올해부터 새 회계기준(IFRS-16)이 적용되면 항공기 리스료도 부채에 포함되어 부채비율이 크게 상승하고, 이는 자금조달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사진 = 연합뉴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BBB-인 신용등급을 BBB 또는 BBB+로 올리겠다는 목표를 밝혔지만 아직까지 달성하지 못했다. BBB-는 투자 적격 등급의 제일 하위 단계이며, 투자 부적격 등급인 BB 등급보다 겨우 한 단계 위다.

게다가 박 회장은 주식 담보가 늘어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박 회장은 신년사에서 “개별 그룹사들이 자율경영을 통해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좋은 성과를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아시아나항공이 영업 활동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영업으로 현금을 창출해 차입금을 상환하는 선순환구조를 정착시키고, 금융시장 접근성을 개선, 자본 확충을 통한 차입 부담의 완화가 필요하다.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도 신년사를 통해 올해 수익개선을 위한 역량 확대 노력을 강조했다.

다행히 아시아나항공의 수익성 개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우선 지난해 영업이익에 가장 큰 걸림돌이던 국제유가 하락세가 반갑다. 유럽노선 등 장거리 노선의 실적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고, 중국의 사드 보복에 따라 실종됐던 중국 노선의 여객 수요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항공기 추가 도입 등 투자를 통해 이익 창출능력을 강화한 것도 신용등급 전망을 밝게 했다는 평가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발간한 항공사 신용도 관련 보고서에서 “아시아나항공은 장거리 노선 공급을 확대하며 매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비용효율성을 높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앞으로 외부 변수 변화에도 양호한 영업실적이 지속되고 금융시장 접근성 개선, 자본 확충 등을 통해 재무구조에 유의미한 개선이 나타나면 신용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용찬 제주항공 전 대표이사가 지난해 1월 25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제주항공 창립13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 제주항공)


제주항공 대표이사 돌연 사퇴 논란

제주항공은 지난해 실적 면에서 호황을 누렸다. 1분기 매출액 3086억 원은 전년 동기 대비 28.5% 늘어난 규모다. 2분기엔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인 누적 매출액 5918억 원을 올렸고, 3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28.8% 증가한 9419억 원의 누적 매출을 기록하며 ‘1조 클럽’ 가입을 기정사실화했다. 무안 등 지방 공항을 거점으로 적극적으로 노선을 확장하는 등의 투자로 연간 탑승객 수가 309일 만에 1000만 명을 돌파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런데 12월 5일, 제주항공 공동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안용찬 부회장이 돌연 사퇴 의사를 밝혀 그 배경에 이목이 쏠렸다. 안 전 부회장은 애경그룹 오너인 장영신 회장의 사위로, 2012년부터 제주항공을 이끌며 제주항공을 국내 1위 저가항공사로 키워냈다는 평가를 받아 왔는데, 임기를 2년 넘게 남기고 갑자기 사임한 것이다.

표면적으로 안 전 부회장의 사임은 본인의 선택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 측은 “안 부회장은 항상 아름다운 뒷모습을 남기는 경영자가 되고 싶어했다”며 “지금이 가장 적절한 때라 생각해 사의를 표명한 것”이라며 불필요한 의혹을 일축했다.

하지만 제주항공이 최고의 실적을 올리며 한창 성장하고 있는 시기에 임기도 많이 남겨둔 채 물러나는 것이 이례적인 데다 ‘안용찬 라인’으로 통하던 고위 임원들의 동반 퇴진이 이어지면서 장 회장의 장남이자 안 부회장의 처남인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과의 갈등설이 불거졌다.
 

국토교통부가 불법 등기이사 재직 논란을 빚은 진에어에 대한 면허취소 처분을 내리지 않기로 결론내렸다고 발표한 지난해 8월 17일 인천공항 진에어 탑승수속 카운터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진에어 '안전불감증'과 에어부산 '갑질 논란'

진에어는 지난해 조현민 전 부사장의 불법 등기임원 등재 적발로 닥친 면허취소 위기를 겨우 넘겼으나 신규 노선 허가, 신규 항공기 등록, 부정기편 운항 허가 등이 무기한 제한되는 제재를 받았다. 저가항공 업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가운데 2019년 사업 계획을 제대로 수립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 와중에 진에어는 지난 11월 14일 부기장 A씨가 음주 상태로 항공 업무를 수행하려다 항공안전감독관에게 적발된 건으로 지난달 28일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A씨는 90일의 자격증명 효력정지 처분이 내려지고 관리감독 의무가 있는 진에어는 4억 2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심지어 새해 첫날에는 인천에서 일본 삿포로로 향하던 항공기에서 기내 압력조절 장치에 문제가 발생해 승객 181명이 산소마스크를 쓰고 일부는 두통과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피해를 입는 일이 발생해 국토부가 조사에 나섰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새해 항공 안전체계와 관련한 근본적인 혁신을 주문한 만큼 진에어의 거듭된 안전불감증 이슈는 가뜩이나 실추된 브랜드 이미지 회복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게 됐다.
 

한태근 에어부산 대표이사 사장. (사진 = 연합뉴스)


에어부산은 지난해 마지막날인 31일, 한태근 대표이사의 갑질 논란이 터졌다. 기내에서 추가 요금을 받고 판매되는 넓은 자리를 요구하며 대표이사와의 친분을 내세운 승객에게 매뉴얼대로 요구를 거절한 승무원이 이후 대표이사로부터 부당한 징계와 진급 누락의 갑질을 당했다는 폭로가 나온 것이다. 직장인 익명 게시판 어플리케이션(앱)인 ‘블라인드’에 이러한 폭로글이 올라온 31일은 에어부산이 코스피에 상장한 지 사흘째 된 날이어서 에어부산은 더욱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폭로글에 따르면 이 일은 지난 12월 17일 중국 싼야~부산행 항공기에서 일어났다. 해당 승객은 승무원에게 자신이 한태근 사장의 친구라면서 추가 요금을 지불하지 않은 채로 더 넓은 유료 좌석에 앉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승무원은 매뉴얼을 설명하고, 제자리로 돌아가도록 조치했다. 그런데 지인의 전화를 받은 한 대표는 다음날 해당 항공편의 객실팀장과 승무원을 불러 질책하고, 경위서 작성을 지시하고 과장진급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한 대표는 언론 매체를 통해 “지인이 다리가 불편해 자리를 바꿔달라고 요청했다고 들었다”며 “양쪽의 입장을 충분히 듣기 위해 경위서 작성을 지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후 블라인드에는 “다리가 불편하지 않았고, 골프 단체 손님이었다”는 반박 글이 올라왔고, 해당 승무원은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매뉴얼대로 대처한 일에 대해 경위서를 작성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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