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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무대 자체가 예술이 된 뮤지컬 ‘라이온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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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23호 김금영⁄ 2019.01.15 16:34:27

뮤지컬 ‘라이온 킹’의 한 장면. 배우들이 직접 동물 퍼펫을 움직이며 연기하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Photo by Joan Marcus ⓒDisney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아름답다. 평소 공연을 볼 때 노래와 스토리를 중점적으로 살피는 편이지만 뮤지컬 ‘라이온 킹’은 특히 무대 미학이 아름다웠다.

뮤지컬 ‘라이온 킹’의 원작은 유명하다. 디즈니를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중 하나로 꼽히는 ‘라이온 킹’은 1994년 개봉해 그해 모든 박스오피스에서 흥행 1위를 기록했다. 아기 사자 심바가 사촌 카스의 계략으로 인해 아프리카를 다스리던 왕이자 아버지인 무파사를 잃고 도망치지만, 결국 자신의 정체성과 잃어버렸던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주인공은 동물이지만, 그들이 그리는 이야기는 사랑과 성장에 대한 이야기로, 현 시대의 사람들에게도 공감을 준다.

애니메이션을 추억하는 관객들에게 ‘라이온 킹’의 무대화는 기대감과 동시에 우려를 주기도 했다. 자유롭게 날뛰는 동물들 그리고 유독 역동적인 액션이 펼쳐지는 장면이 어떻게 구현될 수 있을지. 그리고 이 우려는 대표적인 두 장면을 통해 불식된다.

 

먼저 공연을 여는 첫 번째 장면이다. 아프리카의 모든 동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개코원숭이 주술사 라피키가 아기 사자 심바를 들어 올리며 새로운 계승자의 탄생을 알린다. 말로는 간단하지만 재현이 어려운 상당한 규모의 장면이다.

 

인형 탈을 적극적으로 이용한 무파사(오른쪽)와 스카의 대치 장면. Photo by Joan Marcus ⓒDisney

수많은 동물들이 관객석 옆 통로를 가로지르며 무대 위에 등장하기 시작하는데 각각의 동물들이 만들어진 방식이 눈길을 끈다. 몸집이 큰 코끼리의 경우 큰 설치물 안에 배우들이 들어가 이를 움직이며 배우의 모습을 다소 감추는 형태를 취했다. 반면 정글을 역동적으로 뛰어다니는 가젤은 동물의 퍼펫(형체)을 만들고 이 퍼펫을 수레를 끌고 가듯, 때로는 양팔에 끼고 조종하는 배우의 모습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덕분에 배우는 섬세한 몸짓으로도 가젤을 연기한다.

극의 중심을 이루는 무파사, 심바 등 사자들은 인형 탈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이 탈이 배우들의 얼굴을 가리는 게 아니라 머리 위에 쓰고 있거나, 위치를 조종하면 앞으로 내려와 배우의 얼굴을 가리기도 한다. 극 중 스카가 왕좌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 무파사와 대립하는 장면에서 두 배우의 사자탈이 앞으로 내려와 대립하는 장면은 탈이 잘 활용돼 흥미롭다.

 

그런가하면 새 모형이 달린 장대를 휘둘러 진짜 새가 날아다니는 것 같은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이 모든 동물들이 나와서 함께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관객들을 압도한다. 극의 마지막 장면에서도 다시 이 축제 같은 광경을 볼 수 있다.

가장 궁금하기도 했던 물소 떼의 돌진 장면도 눈길을 끌었다. 애니메이션에서 절벽에서 내려오는 수많은 물소 떼를 피해 심바가 도망치는 장면을 무대는 아날로그적 방식으로 구현했다. 심바가 무대 앞쪽에서 달리고 뒤엔 물소 떼 형상이 부착된 대형 롤러를 돌려 마치 물소 떼들이 앞으로 달려오는 것만 같은 긴박감을 잘 살렸다.

 

뮤지컬 ‘라이온 킹’은 모든 것은 순환하며, 그렇기에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Photo by Joan Marcus ⓒDisney

이밖에 밤하늘 속 무파사의 얼굴 형상이 나타나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현란한 기술을 사용하기보다 분리 가능한 설치물에 조명을 비추는 방식으로 살아 움직이는 듯한 무파사의 모습을 재현했다.

모든 캐릭터들이 매력 있지만 그 중 단연 인기 캐릭터는 심바의 조력자인 미어캣 티몬과 멧돼지 품바다.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와 가장 닮게 구현된 캐릭터이기도 하다. 티몬은 퍼펫을 다루는 조종 배우가 관객들에게 자신의 얼굴을 보여주고, 나머지 두 조종 배우가 왼손, 다리를 조종하는 방식의 일본 분라쿠 인형극을 차용했다.

 

배우 한 명이 티몬의 두 발을 자신의 발에 붙이고, 두 팔을 조종하면서 마치 그림자와 같은 혼연일체의 연기를 보여준다. 품바는 덩치가 큰 퍼펫을 사용해 중량감을 줬다. 두 캐릭터가 등장할 때 어린이 관객들의 탄성이 가장 터져 나온다. 품바는 한국 공연이라는 특성에 맞춰 순간 한국어를 내뱉기도 해 웃음 포인트도 갖췄다.

이처럼 무대는 배우들의 변장부터 심바의 탄생, 물소 떼의 질주 장면까지 첨단 미디어 기술에 의존하기보다는 아날로그적인 설치물, 배우들의 역동적인 몸짓에 큰 비중을 뒀다. 이 투박함이 현란한 기술이 오히려 흔한 오늘날 아름답게 느껴진다.

 

개코원숭이 주술사 라피키는 공연의 대표곡인 ‘써클 오브 라이프(Circle of Life)’를 열창한다. Photo by Joan Marcus ⓒDisney

공연을 관통하는 주제를 담은 노래 ‘써클 오브 라이프(Circle of Life)’는 관객들의 가슴에 먹먹하게 남는다. 모든 것은 순환하고, 그렇기에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애니메이션에 이어 공연 또한 전한다.

 

한편 1997년 11월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뮤지컬 ‘라이온 킹’은 20년 동안 20개국, 100개 이상 도시에서 공연되며 90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전 세계 6개 프로덕션에서 15년 이상 공연됐으며, 1998년 토니 어워즈에서 최우수 뮤지컬상을 비롯한 6개 부문을 수상했고 뉴욕 드라마 비평가 상, 그래미 어워즈, 이브닝 스탠다드 어워드, 로렌스 올리비에 어워즈 등 메이저 시상식에서 의상, 무대, 조명 등 디자인 부문에서 주요 상을 수상했다.

원어 그대로 선보이는 이번 인터내셔널 투어는 오리지널 연출가인 줄리 테이머가 연출을 맡고, 오리지널 크리에이터들이 참여한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11월 대구 계명아트센터에 이어 올해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3월 28일까지 공연을 가진 뒤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4월 개관작으로 무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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