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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 행간 읽기] ‘경제 보릿고개’ 넘을 대책? “살길은 혁신뿐”

은행·증권사·카드사 CEO의 신년사 모아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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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23호 이성호-손정호 기자⁄ 2019.01.21 09:27:39

금융·카드·증권사가 모여 있는 서울 여의도 증권가 모습. 사진 = 연합뉴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신년사를 통해 던진 화두는 ‘혁신과 도전’이었다. 미중 무역 분쟁과 신흥국 금융 불안, 환율·금리·유가의 불확실성, 내수 침체 등 나라 안팎으로 위기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변화를 통해 위기를 정면 돌파하자는 것. 특히 올해는 세계 경제의 중심축인 미국과 중국의 경제마저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재계는 ‘생존 전략’을 새로 짜고 있다. 이에 CNB는 기업·산업별로 신년사에 담긴 의미를 분석해본다.<편집자주>


① 하나·신한·KB·우리·농협…금융지주 키워드는 ‘고객’

(CNB저널 = 이성호 기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등에 따르면 올해에는 금융권 전반적으로 성장률·수익성이 모두 악화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무엇보다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Debt Service Ratio) 규제가 전 금융권으로 확대되면서 대출 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여기에다 경기악화에 따른 대손비용 증가,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 인하, 법정 최고금리 추가 인하, 대출금리 산정체계 변화 등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발목을 잡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융사들 간의 경쟁도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카카오뱅크에 이은 제3의 인터넷은행 설립이 가능해진데다 소규모 특화 금융회사의 설립 허용, 금융업 인가단위 세분화, 겸영 및 부수업무 확대 등 경쟁을 유발하는 정책이 적극 추진될 예정이기 때문.

이에 올해 금융지주사들의 경영 키워드는 ‘고객 중심’으로 모아진다. 손님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친고객 서비스 확대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지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변화만이 살길”

“핀테크 기업이나 인터넷은행이 금융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해 우리를 따라 오려면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나? 그렇다면 우리도 코닥과 노키아와 같은 운명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먼저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새해를 맞아 이 같이 스스로와 직원들의 경각심을 일깨웠다. 시대의 트렌드를 잘 파악하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고객의 사회적 니즈에 주목하고 있는데 하나금융은 지난해 디지털 전환을 선포, ‘2020 손님중심 데이터기반 정보회사’로의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김 회장은 디지털 컬쳐코드에 담긴 ‘손님중심, 도전, 협업, 실행, 주도성’ 5가지 덕목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하며 “정보를 입력단계부터 디지털화하고 4차산업 혁명의 핵심인 AI, Blockchain, Cloud, Big Data(ABCD) 기술 활용을 통해 손님 개개인의 니즈를 파악해 최적의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울러 글로벌 시장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4년 넘게 꾸준히 준비해 온 GLN(Global Loyalty Network)사업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됨에 따라 GLN을 통해 해외 어디서든 간편하게 결제된다면 글로벌 핀테크 경쟁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김 회장은 “글로벌 ICT 기업인 라인(LINE)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글로벌 디지털 뱅크 사업을 시도할 것”이라고 청사진을 제시, 글로벌 시장에서의 새로운 도전을 천명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서민과 함께 혁신성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2019년 그룹 슬로건으로 ‘더 높은 시선, 창도하는 신한’을 내걸었다.

네 가지 과제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확장·쇄신·선도·행복으로 축약할 수 있다. 먼저 원신한(One Shinhan)을 강력히 확장, 그룹 시너지를 더욱 발휘한다는 전략이다.

조 회장은 “현재 인수작업을 진행 중인 오렌지라이프와 아시아신탁 역시 최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기존 그룹사와 긴밀히 협업해 신한의 강점인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강화시킬 것”이라며 힘을 모으고 있다.

 

(왼쪽부터)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윤종규 KB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 사진 = 각사, 연합뉴스

또한 모든 것을 쇄신하겠다는 각오도 단단히 다지고 있다. 지난해 말 조직 전반에 근본적 변화를 주고자 세대교체를 위한 그룹 경영진 인사를 단행한 바 있고, 앞으로도 능력 있는 인재 중용, 외부인재 수혈, 여성리더 육성 등을 꾀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조 회장은 “기업의 혁신과 투자를 지원하는 본연의 역할과 함께 서민에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꿈을 가진 청년 창업과 소상공인의 성장을 지원하겠다”고 피력했다.

단순한 금융사를 넘어 고객과 기업, 사회의 ‘희망’이 돼야 한다는 경영철학이다.

아울러 조 회장은 직원의 행복이 긍정의 에너지를 낳고 이 에너지가 고객의 성장과 신한의 발전으로 연결되는 ‘행복의 선순환’이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는데 이는 하나의 신한으로 힘을 합쳐 미래를 이끌어 가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윤종규 KB금융 회장 “고객 중심의 비즈 인프라”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고객 중심의 비즈 인프라 혁신(customer-centric Innovation)을 통해 손님 편의성을 향상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고객 관점의 유연한 사고와 행동을 바탕으로 디지털 혁신을 이뤄내야만, 고객에게 가장 먼저 선택 받는 1등 금융그룹이 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윤 회장은 “아무리 좋은 앱(App)이라도 사용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지론으로 핵심 플랫폼 고도화를 통해 고객의 활용도를 높이고, 데이터 분석 정교화를 꾀해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복합점포, 디지털채널, 아웃바운드 모델 등 고객 접점에서의 채널을 더욱 다변화하고, 30대 여성과 워킹맘, 사회초년생 등 디지털 최우선 타깃고객을 선점해 새로운 기회를 발굴해 나간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따라서 KB가 추구해 나가야 할 최우선 가치는 ‘고객 중심’. 윤 회장은 “KB가 정말 달라졌다, KB에 가보니 너무 좋다 라는 인식을 확실하게 심어줄 수 있도록 고객의 입장과 이익을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고객 중심적인 판단과 의사결정을 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직원들에게 주문하고 있다.

더불어 성장하고 신뢰받는 ‘평생금융파트너 KB’가 되기 위한 인재 양성의 노력도 박차를 가한다는 요량이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지주 출범으로 재도약”

우리금융은 오랜 염원이었던 지주사 전환에 성공함에 따라 금융 명가(名家)로의 재도약을 채비하고 있다.

이에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2019년 우리은행이 창립한 지 120년이 되는 해를 맞아 ‘120년 고객동행, 위대한 은행 도약’이라는 경영목표를 정했다.

세부적으로 살며보면 ‘고객 중심 마케팅 강화’로 빅데이터와 비대면 채널 등을 활용해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금융명가(名家) 지배력 확대’를 위해 자산관리, 기업투자금융 그리고 혁신성장 부문을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최강의 리스크 관리’는 기본이며 ‘글로벌 금융시장 제패’를 당당하게 내걸었다. 현재 우리은행은 해외 네트워크 수 430개로 국내 1위이자 세계 20위권에 랭크돼 있지만 규모뿐만 아니라 수익 면에서도 명실상부한 월드 클래스 은행으로의 성장을 꾀한다는 것. 현지 리테일 영업과 IB 영업을 강화하는 등 지역별특성을 감안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확충해 나가겠다는 전략으로 추이가 주목된다.

더불어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버린 디지털 금융에 전사적으로 매달려 사용자 중심으로 환경을 개선하고, 영업점에 전자문서시스템을 신속히 도입해 고객 편의성을 극대화 시킨다는 구상이다.

손 회장은 “최고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정익구정(精益求精)이라는 사자성어를 인용해 “올 한해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10년, 20년 후가 달라질 것”이라며 2019년을 지주사 전환을 발판으로 최고 금융그룹 도약의 원년으로 삼았다.

김광수 NH농협금융 회장 “우산 같은 기업 되자”

김광수 NH농협금융 회장 역시 고객가치에 방점을 찍었다.

자산관리, 기업투자금융 등 고객자산 가치 제고를 위한 사업 부문은 고객수요에 맞게 그룹 관점에서 집적하고, 디지털 인프라와 대면 채널 업무프로세스는 철저히 고객 입장에서 설계해 접근 용이성과 이용 편의성을 개선하겠는 경영전략을 제시한 것,

또한 은행·증권은 농협금융의 가장 중요한 수익센터로서 안정적인 수익창출력을 배가시키기 위해 자산과 부채, 고객, 상품 등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고, 사업 부문별 역량을 균형 있게 업그레이드할 방침임을 밝혔다.

보험의 경우 장기사업인 만큼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에 주안점을 둬 사업구조 혁신을 유도하고, 농업과 보험 가치 확산을 위해 농업인과 지역 농축협과의 전략적 동반자로 신뢰와 정체성을 공고히 다져나간다는 복안이다.

즉 사업라인별 육성전략을 차별화하고, 자원 배분을 최적화한다는 설계다. 특히 미래 채널 트렌드를 고려해 점포전략을 재정립하고, 유사 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간, 사업 부문간 경합적 요소를 조정하고 비효율을 제거하겠다는 것.

김 회장은 이밖에도 “농업인·소상공인·중소기업이 어려울 때 적기에 필요한 우산이 돼야 하고 고객에게는 최상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소비자 보호에 만전을 다해 나가자”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이는 ‘국민의 농협’으로 한층 더 다가서기 위해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② 바닥 기는 증시…‘새먹거리 찾기’ 화두

(CNB저널 = 손정호 기자) 새해 증권업계는 ‘투자은행(IB)’과 ‘글로벌’을 화두로 꺼내들었다.

증권업계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 미중 무역분쟁, 기업실적 악화 등의 여파로 주식시장이 침체되면서 실적이 크게 악화된 상황이다. 브로커리지(주식 위탁매매) 수익이 작아지면서 전체 순이익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증권가에서는 올해도 코스피가 반등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분쟁이 계속되는데다, 기업의 실적이 좋지 않다는 실물지표가 조금씩 발표되고 있기 때문. 중국은 우리나라 전체 무역규모의 25%를 차지하고 있는데, 중국과 미국 간의 무역분쟁으로 중국의 미국 수출이 줄어들면, 중국에 원자재를 수출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은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이런 상황을 반영한 듯 증권업계 대표들은 신년사를 통해 사업 다각화에 방점을 찍었다. 기존 주식 중개 업무에서 벗어나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 증자 등의 업무를 할 수 있는 IB 사업을 확대해 위기를 극복하자는 얘기다. 글로벌 영토 확장도 증권사의 위기극복 노력 중 하나로 풀이된다.

자기자본 기준 증권업계 1위인 미래에셋대우 최현만 수석부회장은 “IB 상품의 경쟁력이 자산관리(WM) 채널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 것”이라며 “자기자본 8조원, 해외법인 자기자본 3조원을 갖춘 투자전문회사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부회장은 글로벌, 투자자문, 연금, 디지털이라는 4개의 큰 축을 토대로 경영해왔는데, 이를 넘어서 융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IB와 트레이딩 직원이 디지털 기술을 통해 새로운 데이터 기법을 도입하고, WM 직원이 시장예측 기법을 활용하는 등 융합비즈니스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고 본 셈이다.

 

(왼쪽부터)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박정림 KB증권 공동대표. 사진 = 각사, 연합뉴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는 디지털금융과 해외법인을 통한 글로벌 확장을 새해 목표로 제시했다. 초대형 IB 증권사 사이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IT기술을 보유한 증권사의 대두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디지털 금융 지원체계는 반드시 확보해야 할 생존수단”이라며 “홍콩 현지법인은 본사와의 협업을 통해 아시아 최고의 증권사로 성장할 수 있는 해외 토대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수익사업 다각화’ 최대 화두

‘IB 대부’로 불리는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는 금융시장이 중요한 변곡점에 와 있으며, 올해도 영업환경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고객가치를 강화하면서, 디지털 변화에 주력해 어려움을 이겨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 대표는 “다양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 분석체계를 갖추면 고객의 다양한 니즈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며 “디지털을 활용한 차별화된 고객경험과 이를 뒷받침하는 IT 인프라가 경쟁사와 차이를 이루는 핵심요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KB증권은 신규 비즈 육성, 디지털 혁신을 새해 목표로 꼽았다. 박정림, 김성현 공동대표는 “기업과 관련된 IB영업의 성과를 확대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S&T(Sales & Trading)부문의 구조화 신상품 개발, 발행어음 사업 추진 등 신규사업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디지털혁신본부가 전사의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를 정립하고, 데이터 분석을 통한 실질적인 비즈니스 활용과 영업점 업무의 디지털 창구화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대표는 “IB 사업영역을 확장해 자산운용 수익률을 제고할 것”이라며 “전통사업의 성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신기술 등 융복합으로 비즈니스를 고도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전통적인 사업영역인 브로커리지 부문은 플랫폼 혁신을 통해 새롭게 재정비하고, 홀세일(기관영업) 등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겠다는 얘기다.

미래 먹을거리를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사업 수익성 향상, 조직의 디지털화 가속, 신한금융그룹과의 협업체계 강화도 강조했다.

KB증권 이남석 연구원은 CNB에 “올해 경기도 여전히 증권사에 우호적이지 못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증권업계에서도 IB와 해외사업 확대를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계속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공매도 사태로 어려움을 겪었던 삼성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 하나금융투자, 하이투자증권, SK증권 등은 별도의 대표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았다. 각 회사별로 처한 상황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요란한 신년사 대신에 조용히 내실을 다지는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③ 카드업계, 수수료 수입 급감…‘뿌리부터 변화’ 역설

(CNB저널 = 손정호 기자) 수수료율 추가 인하로 카드업계는 어느 때보다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다. 올해도 ‘봄날’을 기대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우선 다음 달부터 가맹점 수수료율이 더 내려간다. 기존 연매출 5억원 이하 가맹점에서 30억원 이하 가맹점으로 우대수수료가 확대 적용되며, 연매출 30~100억원, 100~500억원 구간의 카드 수수료도 하향 조정된다.

카드업계는 이미 지속적으로 수수료를 내려왔다. 이 여파로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BC·하나·우리·롯데카드)의 순이익이 내리막길인데, 올해는 경사가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심지어 적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왼쪽부터) 임영진 신한카드 대표,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 김창권 롯데카드 대표, 이문환 BC카드 대표. 사진 = 각사, 연합뉴스

이런 현실을 반영한 듯 시장점유율 1위인 신한카드는 올해 카드업계가 ‘전략적 변곡점’을 맞았다며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카드결제시스템에 신기술을 도입하고, 수익사업을 다각화해 새롭게 도약하는 기회로 삼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임영진 신한카드 대표는 “근거리무선통신(NFC), 생체인증 등 빠르게 변하는 새로운 지불결제 시장에서 다양한 플레이어와 협업해 차별적인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며 “스마트폰 어플 ‘신한PayFAN’의 혜택과 편의성을 강화해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신규사업 추진도 강조했다. 수수료(Fee) 비즈니스, 이커머스 등 기존 부수사업의 성과를 확대하면서, 보유 회원과 데이터 등 강점을 기반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는 장기적인 변화를 제안했다. 이 대표는 “고객의 접점을 유지하면서 종합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데이터드라이븐 마케팅 컴퍼니(Data-driven Marketing Company)’로 변화해야 한다”며 “카드 거래 데이터와 다른 정보를 융합해 카드 주도의 KB금융 플랫폼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대표는 이런 변화를 위해 데이터 분석 전문가를 늘리고, 다른 업종과의 데이터 융합을 위한 ‘데이터 오픈 랩’, ‘마이 데이터’ 사업 등 다양한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예 테크핀(Tech-Fin) 중심 기업으로 비즈니스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해 11월 26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와 전국금융산업노조 대표들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안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그는 “플랫폼 중심의 금융 업무방식을 혁신하고 인공지능(AI), 결제 프로세스의 슬림화 등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며 “개방과 혁신의 디지털 컴퍼니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차세대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문환 BC카드(KT 계열사) 대표는 “올해 결제시장의 디지털화가 더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QR코드 결제 등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더욱 확장해서 디지털 결제시장을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디지털 플랫폼은 비용 효율화와 고객 중심 서비스를 바탕으로 가맹점과 상생할 수 있는 핵심역량이 될 것”이라며 “이런 다양한 노력은 본업의 수익성이 떨어질 경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익사업 구조를 다각화한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회사 매각이 진행 중인 롯데카드는 우선 직원들을 안정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김창권 롯데카드 대표는 “롯데그룹 지주사의 공정거래법 규제 준수를 위한 회사 지분 매각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며 “부문별 경영전략은 이미 구축돼 있다. 자신의 업무에 최선을 다한다면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고 말했다.

롯데·삼성·하나카드 ‘각자도생’

그러면서도 미래를 위한 준비를 강조했다. 김 대표는 “기존 신용판매, 금융수익 모델을 넘어 새로운 시장과 비즈니스를 발굴하는 등 업무 특성에 맞게 전방위로 다변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디지털 플랫폼 컴퍼니’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모든 업무 영역의 디지털화에 힘써 경쟁우위를 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수진 하나카드 대표는 “해외 지불결제 시장은 성장성이나 수익성 모두 국내보다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하나카드는 최근 글로벌성장본부를 신설했는데, 베트남 국책은행인 ‘BIDV(Bank for Investment and Development of Vietnam)’와 제휴하는 등 해외사업 확대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원기찬 삼성카드 대표는 디지털과 빅데이터 분석 역량의 격차 확대, 신사업 육성을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 안정적인 리스크 관리, 회원자산의 질적 향상 등을 올해 사업 추진방향으로 내세웠다. 영세, 중소가맹점, 고객과의 상생 마케팅 구축, 커뮤니티 서비스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기술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겠다는 계획으로 보인다.

이처럼 카드사 수장들의 신년사에는 절박함과 비장감이 묻어난다. 이들의 바람대로 신사업이 속도를 내더라도 당장은 ‘보릿고개’를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빅데이터 등 카드사의 수익구조 자체를 변화시키려는 시도는 제도 정비 등의 문제로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SK증권 김선주 연구원은 CNB에 “카드업계는 올해 수수료 인하 부담이 더 가중되기 때문에 업황 전망이 밝지 않다”며 “부가서비스를 줄여서 비용을 줄인다고 해도 장기적인 수익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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