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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은행 수장들 ‘핀테크’ 한 목소리…사람 일자리는 어쩌나

생존전략은 디지털 혁신이라지만 구조조정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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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24-625합본호 이성호 기자⁄ 2019.01.28 09:59:38

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에서 은행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이성호 기자) 2019년 은행권 전망은 밝지 않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은행의 수익성이 좋아진 것은 순이자마진(NIM) 개선과 함께 대손비용의 감소 효과 덕분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금리상승이 제한되고 취약차주 및 한계기업 중심으로 건전성 악화가 예상되면서 이러한 효과가 상쇄돼, 올해에 실적 부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경기 부진, 차주의 이자상환부담 증가 등으로 인해 신규 부실채권이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는데 국내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111.9%로 양호한 수준이나 은행별 편차가 커 부실채권 규모가 커질 경우 일부 은행의 대손비용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규제 강화는 물론 개인사업자 대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부동산임대업 관련 규제도 조여와 전체 중소기업 대출 증가율은 축소될 전망이다.

대기업의 경우 자금 수요는 증가하겠지만 주로 내부자금을 통해 조달하면서 은행 대출은 쪼그라들고 특히 케이뱅크·카카오뱅크에 이은 제3호 4호 5호 등 인터넷전문은행(이하 인터넷은행) 및 신탁사업자 추가 인가로 인해 치열한 경쟁도 예고되고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경영 여건으로 인해 한국금융연구원에서는 올해 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을 2018년 11조8000억원(추정) 보다 대폭 하락한 9조8000억원 수준을 나타낼 것이라고 추산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시중은행들은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 심정은 은행권 수장들의 신년사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먼저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은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에 따른 세계경제 둔화 조짐과 사상 최대의 국내 가계부채는 올 한해 은행의 건전 경영을 지속적으로 위협하는 리스크 요인이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올해 은행권 경영 키워드는 ‘디지털 강화’로 모아진다. 왼쪽부터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 이대훈 NH농협은행장, 김도진 IBK기업은행장, 허인 KB국민은행장, 위성호 신한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 사진 = 각 은행

김도진 IBK기업은행장도 “대내외 불확실한 경제상황 속에서 중소기업들의 경영여건 전망이 밝지 않다”며 “금리 인상으로 수신 경쟁이 가속화되고 한계가구와 기업의 부실위험도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김도진 행장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중기금융시장 경쟁은 2라운드에 접어들어 ‘초격전’이 예상되고 있다”고 직시했다.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산업 전반의 성장 둔화와 기준 금리 상승은 보다 정교한 건전성 관리를 요구하고 있고 시중은행간 차별성이 희석되고 있으며 인터넷은행과 핀테크기업은 새로운 고객 경험을 내세워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 여느 때보다 불꽃 튀기는 환경임을 재각인한 것이다. 즉, 안주하고 있다가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전 은행권에 팽배한 상황이다.

이에 각 은행들은 신년을 맞아 적극적인 공격 경영을 선언하고 있는데 눈에 띄는 공통점은 한목소리로 디지털 강화를 부르짖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거래의 대부분이 인터넷·모바일 등 비대면 채널로 이뤄지고 있는 현실에서 이는 선택 아닌 필수이자 1순위인 셈으로 풀이된다.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은 디지털화 가속을 전면에 내걸었다. 박 행장은 “매년 어렵지 않은 해가 없었지만 2019년은 더욱 도전적인 해가 될 것”이라며 “그동안 디지털화에 대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성과도 많았지만 올해는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고 페달을 밟았다.

신기술로 승부수…좁아지는 일자리

고객 신규 유치, 상품 가입, 고객 관리 등 프로세스의 처음부터 끝까지의 과정을 살펴보고 가능한 많은 부분을 디지털화해 고객 불편을 해소하고 편의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높인다는 전략이다.

박 은행장은 아울러 씨티 글로벌의 새로운 디지털·자동화 기술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이를 통해 절감된 인력과 시간 등은 사람의 판단과 개입이 필요한 업무로 재배치해 생산성을 향상시킨다는 복안이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11월 ‘디지털 100년 KB’를 향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원년을 선포한 바 있다.

 

은행의 모든 업무를 디지털로 재해석해 시간과 노력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이렇게 확보된 여력을 고객 상담과 가치가 높은 업무에 집중한다는 것으로 허인 KB국민은행장은 2019년 경영방향을 ‘전사적인 디지털 혁신을 통한 고객·직원 중심의 KB실현’으로 정했다.

‘스마트예약상담제’를 전 지점으로 확대하고, 전국 700여개 지점에 우선 시행한 ‘디지털 창구’ 적용도 완료하는 등 은행 곳곳에서 업무를 자동화하고 효율화하기 위한 크고 작은 프로젝트들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허인 행장은 “디지털화 노력에 고객 중심, 직원 중심 철학을 온전하게 담아내야 한다”며 “디지털 완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차세대 전산 ‘더 K 프로젝트’와도 유기적으로 연계해 전행적인 관점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설계도를 펼치고 있다.

IBK기업은행도 IBK만의 강점을 담은 디지털 핵심 전력에 더욱 힘을 싣는다는 고안이다.

중소기업 경영지원 플랫폼 ‘IBK BOX’를 통해 57년 중기금융 역량을 디지털 플랫폼으로 전환시키고 곧 선보이게 될 모바일 플랫폼 ‘i-ONE뱅크 2.0’과 미래형 점포의 출발점으로 기대하는 영업점 내 ‘셀프 디지털 뱅킹’으로 재무장 채비를 단단히 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모바일 통합 플랫폼 쏠(SOL)의 고도화, 기업금융 디지털화, 커뮤니티 창구 개편 등 온·오프라인 채널을 고객 관점에서 정비하고, AI·챗봇·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와 같은 디지털 기반 업무프로세스를 통해 일하는 방식을 다시 짠다는 요량이다.

이대훈 NH농협은행장 역시 디지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앞으로 은행의 경쟁력은 디지털 금융기업으로 얼마나 빠르게 전환하는 지에 달려있다”며 “올해는 디지털R&D센터를 중심으로 다양한 혁신 서비스를 발굴하고, 1등 디지털 전문은행으로 도약하기 위해 비대면채널 사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해나갈 것”이라고 표명했다.

이밖에도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따로 신년사를 내놓지는 않았지만 “기해년을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KEB하나은행이 금융시장의 리더로 우뚝 서는 원년으로 다 같이 만들어보자”며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이제 디지털 금융은 필수로 절박한 각오로 전사적 디지털 혁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사용자 중심으로 디지털 금융서비스 환경을 개선하고 영업점에 전자문서시스템을 신속히 도입해 고객 편의성을 극대화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처럼 은행권에서 하나 같이 디지털 혁신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사람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국내 18개 은행의 총 임직원 수는 10만여명으로 매년 3~4%씩 감소하는 추세다. 급격한 핀테크 추세에 밀려 직원들의 퇴직신청이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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