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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오리지널 콘텐츠 전성시대, 국내 OTT 경쟁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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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27호 정의식⁄ 2019.01.31 14:48:43

조선시대 배경 좀비 스릴러 '킹덤'의 한 장면. 사진 = 넷플릭스

전란과 기근, 학정으로 고통받는 17세기 조선. 왕의 죽음을 둘러싼 궁중 권력쟁탈전의 와중에 변방에서 시작된 기이한 역병을 막으려는 젊은 왕세자와 민초들의 치열한 생존투쟁.

지난 1월 25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중세 좀비 스릴러 드라마 ‘킹덤(Kingdom)’의 시놉시스다. 킹덤은 공개되기 무섭게 국내외에서 폭발적인 호응을 얻으며 글로벌 화제작으로 급부상했다.

국내에서도 대부분 호평 일색이지만 해외 반응은 극찬에 가깝다. 해외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이나 영화비평 사이트 ‘IMDB’ 등을 살펴보면 “지금까지 만들어진 최고의 좀비 영화”, “한국인은 좀비 영화를 만들 줄 아는 것 같다”, “‘워킹 데드’와 ‘왕좌의 게임’을 합쳐놓은 것 같다” 등의 반응이 주를 이룬다. “아름다운 조선의 풍광에 반했다”, “등장인물들의 각기 다른 모자가 멋지다” 등 한국의 자연과 독특한 복색 등에 대한 찬사도 잇따른다.

이렇듯 해외의 영화‧드라마 마니아들이 한국 역사‧문화와 좀비 장르의 결합이 빚어낸 결과물에 찬사를 보내는 반면, 국내에서는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지닌 파급력에 새삼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

자체 제작 콘텐츠의 힘, OTT 판도 바꿨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는 넷플릭스가 직접 제작하고 서비스하는 드라마, 영화,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 일련의 영상 콘텐츠를 통칭하는 용어다. 다른 서비스에서는 볼 수 없고, 오직 넷플릭스에서만 서비스되는 독점 콘텐츠다.

킹덤은 넷플릭스가 2019년 들어 첫 번째로 내놓은 오리지널 드라마로, 한국에서 제작된 최초의 오리지널 드라마이기도 하다. 지난 2017년 넷플릭스와 극장가에서 동시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옥자’는 국내 최초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였다.

넷플릭스의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들. 사진 = 넷플릭스

넷플릭스는 설립 초기부터 오리지널 콘텐츠가 가진 힘에 주목, ‘마르코 폴로’, ‘나르코스’, ‘제시카 존스’ 등 수많은 자체 제작 콘텐츠로 승부를 걸었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이 소모됐지만 넷플릭스는 개의치않는 모습을 보였고, 이후 경쟁기업들도 비슷한 전략을 선택하면서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는 OTT(Over The Top,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기업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경쟁력으로 주목받게 됐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킹덤의 제작비는 회당 20억 원(약 200만 달러) 내외다. 시즌1이 6회로 제작됐으니, 총 제작비는 약 120억 원으로 추산된다. 국내 미니시리즈의 평균 제작비가 회당 3~5억 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약 4~6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물론 회당 제작비가 100억 원(약 1000만 달러)이 넘는 ‘왕좌의 게임’ 등 해외 걸작 드라마에 비하면 훨씬 적은 금액이지만 영상미와 완성도는 그에 필적한다. 충분한 제작비와 제작기간이 주어진 덕분이다.


국내 OTT업계 “우리도 넷플릭스처럼…”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의 위력을 입증한 킹덤의 흥행을 바라보며 국내 OTT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분위기다. 아직 국내 OTT업체들의 오리지널 콘텐츠 준비가 미비한 상황에서 넷플릭스가 선제타를 날렸기 때문이다.

SK브로드밴드가 운영하는 국내 OTT업계 1위 서비스 ‘옥수수’의 경우 지난해 총 13개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 서비스했다. 웹드라마 ‘숫자녀 계숙자’, 웹예능 ‘레벨업 프로젝트’ 등 콘텐츠 숫자는 많았으나,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지상파 3사의 연합 콘텐츠 플랫폼 ‘푹(Pooq)’, CJ계열 케이블채널 위주의 동영상 서비스 ‘티빙(Tving)’ 등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두 OTT서비스의 경우 애초부터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보다는 기존 방송 프로그램의 다시보기에 방점이 찍힌 서비스였던 터라 오리지널 콘텐츠가 사실상 전무한 형편이다.

KT의 올레tv모바일, LG유플러스의 LG비디오포털 등 이통사 계열 OTT서비스와 네이버TV, 카카오TV 등 포털 계열 OTT서비스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대부분 제작비와 제작기간, 출연진 등의 규모가 넷플릭스에 비하면 아마추어 수준이다.

(왼쪽부터)MBC 최승호 사장, KBS 양승동 사장, SK텔레콤 박정호 사장, SBS 박정훈 사장이 1월 3일 한국방송회관(양천구 소재)에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사진 = SK텔레콤

다행인 건 늦게나마 국내 OTT업체들도 오리지널 콘텐츠의 중요성을 깨닫고 전략적 투자를 시작했다는 점이다.

지난 1월 초 SK텔레콤과 KBS‧MBC‧SBS 등 지상파 3사는 각자 보유한 OTT서비스 옥수수와 푹을 통합해 6월까지 신설 법인을 출범시킨다는 계획과 함께 신설 법인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이 계획이 성공적으로 추진된다면 옥수수‧푹 연합군도 조만간 넷플릭스 수준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보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시간이다. 이미 넷플릭스는 2018년에만 무려 700여 편의 드라마와 영화 시리즈를 제작했을 정도로 대대적인 물량공세를 펼치고 있다. 특정 국가에서 성공한 콘텐츠를 글로벌 시장에 되팔아 수익을 남기고, 수익의 70%를 제작에 재투자하는 등 선순환 구조도 이미 완성된 상태다. 이에 비해 국내 OTT업체는 투자 규모도 작지만, 수익성 역시 높지 않다.

영화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에미상 시상식에서 17년 간 최다수상 영예를 놓치지 않았던 HBO가 넷플릭스에 왕관을 내줬을 정도로 넷플릭스의 콘텐츠 시장 지배력이 커졌다”면서 “국내 OTT업체들은 소모적인 물량 경쟁보다는 ‘킹덤’처럼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콘텐츠 제작에 집중해야 활로가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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