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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업] 신세계·LF… 읽고 먹고 ‘리딩테인먼트’ 뜬다

책을 펴라, 사람들이 몰릴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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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26호 선명규 기자⁄ 2019.02.11 10:15:37

포스코센터 1층에 입점한 카페 테라로사에는 포스코 측이 마련한 1만권의 ‘책 스크린’이 있다. 사진 = 선명규 기자

(CNB저널 = 선명규 기자) ‘어떤 책’ 못지않게 ‘어디서’ 읽을 지도 중요해진 시대. 최근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책을 매개로 새로운 문화공간을 창출한 곳들이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편의점과 도서관, 의류매장과 북카페가 만나 펼쳐진 이색적인 분위기가 탐독가(耽讀家)들을 유혹하고 있다. 서가가 독특한 인테리어 역할을 하는 빌딩이 탐서가(耽書家)들의 성지가 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으니 가히 ‘리딩테인먼트(Reading+Entertainment)’ 전성시대. CNB가 독특한 북큐레이팅으로 주목받는 명소들을 찾았다.

1월 21일 서울 서초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4층. 봄 ‘신상 슈즈’에 눈이 휘둥그레지던 찰나, 구두, 샌들 등속을 배치한 진열대 사이로 별안간 서가(書架)가 나타났다. 잡화 브랜드가 밀집한 이곳에 자리한 ‘반디앤루니스’에서는 쇼핑백을 하나씩 팔에 걸고 열독(熱讀)에 빠진 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방금 산 책을 바로 옆 카페에 앉아 읽는 이도 적잖았다. 어디에나 있지만, 그렇다고 아무데나 있진 않은 독서 공간이 유통가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강에 도서관·서점 품은 편의점이 나타났다

일거수일투족을 공유하는 SNS 문화의 확산으로 ‘무엇을’서부터 ‘어디서’까지도 고려하는 요즘, 독서의 영역이 생활 곳곳으로 침투하고 있다. 얼마나 가까이 들어왔냐면, 편의점에도 있을 정도. 도서관과 서점, 편의시설, 3박자를 갖춰 요즘 탐서가들의 필수 방문지로 떠오른 신세계의 편의점 브랜드 이마트24 ‘동작구름·노을카페’를 같은 날 늦은 오후 찾았다.

 

부영을지빌딩에 입점한 ‘아크앤북’의 책 터널. 사진 = 선명규 기자

위치는 동작대교 남단, 특이사항은 책을 품은 편의점이란 점과 한강조망이 예술작품처럼 펼쳐진다는 것. 방문 당시, 창밖으론 해가 뉘엿뉘엿하고 채광 좋은 창은 하루의 마지막 빛을 완전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전망도 좋지만 구성에 눈이 더 간다. 2층은 편의점, 3층은 책을 판매하는 ‘문학동네 북아지트’, 4층은 보유도서를 꺼내 읽을 수 있는 도서관 ‘별마당 라운지’로 이뤄졌다. 독서에서 구매, 그리고 책장 넘기는 맛을 거드는 커피와 간단한 간식 등을 원스톱으로 즐길 수 있다. 그래서인지 가족, 연인, 회의하는 무리 등 다양한 조합이 구석구석 놓인 테이블에 흩어져 앉아 미독(味讀)하고 있었다.

지난해 8월 문 연 이곳은 오픈 20일만에 1만명 이상 다녀가는 등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영혼 담은 핫플레이스 ‘북큐레이팅’

작년 말, 땅값 높은 명동 한복판에 이상한 매장이 등장했다. LF의 브랜드 헤지스가 문 연 ‘스페이스 H’다. 자잘한 테트라포드로 감싼 듯한 외관이 눈길을 끌었다면, 독특한 내부 풍경은 발길을 끌어당겼다.

 

동작대교 남단에 있는 이마트24 구름노을카페에서는 독서와 함께 간단한 음료와 간식도 구매할 수 있다. 사진 =  선명규 기자

의류가 대부분인 이 매장 들머리에 옷가지와 함께 앉은 것은 다름 아닌 북카페. 출판사 문학동네가 운영하는 ‘카페콤마’가 2층 높이의 책장과 함께 방문객을 맞는다. 독서도 하고 이따금 작가들과 함께 하는 북토크도 열리니, 읽을거리와 볼거리, 먹을거리를 동시에 갖춘 ‘리딩테인먼트’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곳이다.

서울 테헤란로에 위치한 포스코 본사 포스코센터의 상징은 단연 로비에서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온 고 백남준의 ‘철이철철’이다. 그 아성에 최근 도전장을 낸 것이 있으니, 1층에 입점한 카페 테라로사 내 ‘책의 스크린’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널따란 공간을 둘러싼 ‘ㄷ’자 책장이 한 눈에 버겁게 들어온다. 정면으로 길게 뻗은 테이블에도 책이 빼곡히 놓여 있다. 1~2층이 트여있기 때문에 계단을 오르다 뒤돌아보면 장서들을 영화관처럼 ‘관람’할 수 있다. 사실 이 말은 반만 맞고 반은 틀리다. 벽에 꽂힌 책은 관상용, 테이블에 있는 책만이 열람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있는 도서는 약 1만권으로, 포스코 측이 마련한 것이다.
 

LF의 브랜드 헤지스가 서울 명동에 오픈한 ‘스페이스 H’ 1층에 있는 북카페 ‘카페콤마’. 사진 = 선명규 기자

SNS 인증샷 유발하는 ‘도서 인테리어’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이곳은 SNS에서 빠르게 입소문을 타며 단숨에 힙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인스타그램에 #포스코 테라로사로 검색하면 관련 게시물이 약 400개 나오는데 피사체 대부분이 대형 책장이다. 책으로 꾸민 인테리어가 빌딩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급부상하며 삼성동 일대 랜드마크로도 자리 잡고 있다.

을지로에 있는 ‘책의 터널’을 안다면 트렌드에 밝은 사람, 직접 가본 적이 있다면 ‘서점 애호가’일 가능성이 크다. 책을 쌓아 아치형 천장을 꾸민 이곳은 요즘 SNS를 점령한 ‘아크앤북’. 구매하지 않은 책을 서점 안 음식점에 들고 들어가 읽을 수 있게 한 상식 파괴 운영으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 때문에 ‘아크앤북’이 입점한 부영을지빌딩은 탐독가들이 성지순례 하듯이 찾는 곳이 됐다.

메마른 현대인, 책에서 위안

평범한 매장이나 공간이 서점, 도서관과 만난 후 명소로 탈바꿈하는 이유는 뭘까? 온라인서점의 매출 비중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직접 만지고 골랐을 때 전해지는 책의 물성(物性) 그대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란 의견이 많다.

업계 한 관계자는 CNB에 “별마당 도서관이 수년 째 인기몰이 중인 것만 봐도 책의 실물을 선호하는 층이 얼마나 견고한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사회에서는 독서가 인간관계 성립의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는 견해도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독립서점 등에서 같은 서적을 두고 담론하는 모임이 늘고 있는 것처럼, 현대인에게 ‘책방’은 곧 책을 수단으로 대화를 나누는 ‘사랑방’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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