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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람들은 왜 ‘SKY캐슬’의 해피엔딩이 불편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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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금영⁄ 2019.02.14 09:58:12

극 중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른 김주영(왼쪽 김서형 분)과 한서진(염정아 분)은 드라마 마지막 회에서 극적인 캐릭터 변화를 보이며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사진=JTBC ‘SKY캐슬’)

화제의 드라마가 있었다. JTBC 드라마 ‘SKY캐슬’은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1일 막을 내렸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출연 배우들에게 많은 관심이 쏠릴 정도로 여전히 이슈 몰이 중이다. 이처럼 작품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결말에 대한 반응은 사뭇 엇갈렸다.

‘SKY캐슬’은 마지막 회가 방영되기 전까지는 극찬을 받았다. 상위 0.1%가 모여 사는 SKY캐슬 안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어그러진 욕망이 중심을 이뤘다. 한 명, 한 명이 욕망을 품고 있었다. 강준상(정준호 분)과 한서진(염정아 분)은 딸 강예서(김예분 분)가 서울대 의대에 합격하기를 바랐고, 강예서는 라이벌인 김혜나(김보라 분)의 몰락을 바랐으며, 김혜나는 강준상에게 친딸인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기를 바랐다. 그리고 이 중심엔 모두를 파국으로 이끌어가려는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김서형 분)이 있었다.

이 드라마에 시청자들은 유독 감정이입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드라마가 지나치도록 현실적이었기 때문이다. 고액이 오가는 입시 코디네이터 이야기와 치열한 입시 경쟁은 현재에도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오히려 “드라마가 미화된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SKY캐슬’은 치열한 현실을 끄집어내 이를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한서진 캐릭터가 옹호 받고 이수임(이태란 분) 캐릭터가 욕을 먹은 것도 주목할 만한 현상이었다. 입시 경쟁에 아이들의 꿈을 가두고 싶지 않은 이수임의 모습은 분명 이상적이었지만, 현실과의 괴리감이 있었기에 시청자들은 이를 '철 없는 오지랖 캐릭터'로 불편해했다.

그런데 ‘SKY캐슬’의 엔딩이 딱 이런 방식으로 흘러갔다. 주요 캐릭터인 한서진을 비롯해 악의 축이었던 김주영까지 잘못을 뉘우치고 새로운 출발을 암시하며 해피엔딩을 맺었다. 그런데 시청자들은 이 해피엔딩을 불편해했다. 현실적인 이야기로 공감을 끌어내던 드라마가 갑자기 비현실적인 해피엔딩을 맞아 오히려 괴리감을 준 것. 드라마에 감정 이입을 하던 “그래서 모두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식 극적 해피엔딩에 감정이입을 할 수 없어 허탈감을 느꼈다. 가깝게 느끼며 공감하던 드라마가 갑자기 동화 속 이야기로 혼자 행복해지겠다며 확 멀어진 느낌이랄까. 마치 친구에게 배신당한 듯한 특이점이다.

권선징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도 아쉬운 점으로 비판받았다. 한서진과 김주영 등 여러 인물들은 끔찍한 잘못을 저질렀지만 반성했다는 이유 하나로 용서받은 듯한 모습이 그려졌다. 이에 “잘못 저질러도 막판에 반성만 하면 다 끝나는 해피엔딩은 고구마” “죽은 혜나는 말이 없어 허무하다” “제 자식을 위한다는 명분이면 모든 것이 용서되는가?” 등 아쉽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실제 현실에서 분노를 일으키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져도 “내게 마음의 병이 있어서 그랬다”며 ‘심신미약’을 주장하거나 “깊이 반성하고 있으니 참작해달라”는 사례들이 많다. 이로 인해 진정 피해를 입은 피해자가 구원받지 못하는 사례들은 진정한 용서와 구원이 무엇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 이 불편한 지점을 ‘SKY캐슬’의 해피엔딩이 건드린 셈.

이토록 엔딩에 관해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 건 그만큼 ‘SKY캐슬’이 사회에 많은 질문을 던진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가볍게 입시 경쟁 이야기를 겉만 훑는 게 아니라 그 안에 존재하는 아이들과 어른들의 결코 가볍지 않은 욕망을 사실적으로 그리며 여러 생각할 거리를 던졌다. 그러다 갑자기 맥락이 끊기듯 전환된 해피엔딩에 시청자는 아쉬움을 표했다.

그래도 ‘SKY캐슬’은 앞으로도 회자될만한 분명 매력적인 콘텐츠다. ‘SKY캐슬’을 통해 현실을 어느 정도 되돌아볼 수 있었다. 누구나 해피엔딩을 바라지만, 해피엔딩이 실현 불가능한 동화 속 이야기처럼 허탈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아이러니한 현실. 막연한 해피엔딩을 바라는 게 현실 감각 없는, 철없는 행위로 여겨지기도 한다. 언젠가는 이런 해피엔딩이 ‘납득되는’ 날이 직접 현실에 도래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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