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배송] 신세계·동원·BGF…‘새벽배송’ 어디까지 진화?

안갯속 영토 전쟁… 최후 승자는

  •  

cnbnews 제627호 이동근 기자⁄ 2019.02.18 10:16:13

마켓컬리 홈페이지 상단에는 “밤 11시까지 주문 시, 다음날 7시 전 도착”이라는 문구가 강조돼 있다.

(CNB저널 = 이동근 기자) 유통업계의 ‘배송 전쟁’이 갈수록 치열해 지는 분위기다. 이제는 전날 저녁에 주문하면 새벽에 집 앞까지 배달하는 방식으로까지 진화했다. ‘새벽배송’의 문을 연 것은 반찬전문업체인 마켓컬리와 더반찬 등 스타트업 기업들. 하지만 최근 이들이 대기업에 점차 인수되거나 문을 닫는 등 점차 규모의 경제에서 밀리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CNB가 달라진 시장 판도를 들여다봤다.

“저녁 ○○시까지 주문하면 새벽 ○○시까지 배달해드립니다”

온라인 식품 배송 업체들의 경쟁이 뜨거워지면서 최근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고 문구다. 온라인 마켓인 쿠팡이 2014년 3월 ‘로켓배송’을 시작한 이후 온라인 마켓들 사이에서 시작된 ‘빠른 배송’ 경쟁이 이제는 늦은 시간 주문해도 새벽이면 받아볼 수 있다는 ‘새벽배송’ 광고문구가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됐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판매중개업체는 매출이 14.7%, 온라인판매업체는 19.2% 증가했다. 평균 15.9%다. 오프라인 업체(대형마트, 백화점, 편의점, SSM)들의 매출은 1.9% 성장한 것에 그쳤다. 오프라인 업체들은 편의점이 그나마 8.5% 성장했고, 대형마트는 2.3% 감소했다.

산자부 관계자는 “오프라인의 경우 편의점·SSM의 성장에도 불구, 대형마트 매출 감소 추세의 영향으로 전체 오프라인 매출은 소폭 감소했다. 온라인 매출은 무료배송 확대 등 소비자들의 온라인 쇼핑 편의 개선을 통해 소비자 선호 증가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온라인 매출의 증가에 최근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이 바로 식품 분야다. 실제로 산자부에 따르면 식품의 온라인 매출은 지난해 12월 기준 전년 동기대비 29.5% 성장했다.

특히 ‘새벽배송’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매출의 증가는 눈여겨볼만 하다. 2014년 이전만 해도 100억원대에 불과하던 새벽배송 시장은 지난해 40배 가까이 성장한 4000억원대로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

새벽배송 경쟁은 유통 시간이 조금 더 걸려도 물건 자체에는 이상이 없는 다른 물품과 달리 신선도가 중요한 식품 배송 분야에서 더욱 치열하다. 실제로 새벽배송을 내세운 업체 중 주목받는 업체들은 마켓컬리, 더반찬, 헬로네이처 등 식품 전문을 내세우는 업체들이다.

‘빠른배송’ 옛말, 밤에 주문→새벽 도착

업계에서는 새벽배송의 성장에 2015년 마켓컬리의 등장을 꼽는다. 이 회사는 전날 밤 11시까지 상품을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배송해 주는 ‘샛별배송’ 서비스로 주목받았고, 현재 회원수가 7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골드만삭스에서 근무하던 김슬아 대표가 설립한 스타트업 회사로 출발, 2015년 2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2016년 173억원, 2017년 530억원을 기록하며 ‘새벽배송’ 시장의 성장을 이끌었다. 뒤늦게 대기업들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마켓컬리는 여전히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마켓컬리의 인수를 원하는 업체들도 적지 않았다. 2018년에는 쿠팡이 투자 의사를 내비쳤고, 신세계 역시 한때 마켓컬리의 인수를 검토했으며, 현재는 카카오가 마켓컬리의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벽배송의 또 다른 축으로 꼽히는 곳은 더반찬이다. 온라인 간편식 서비스 업체를 표방하는 더반찬은 2008년 설립돼 가정용 음식 배달 업체 중 1위를 달리다 2016년 7월 동원그룹에 인수됐다.

더반찬 역시 설립 초기부터 새벽배송을 내세웠는데, 전날 주문하면 주 5일(화~토) 새벽에 간편식을 배달하는 식으로 운영됐다. 지난 1월14일에는 새벽배송 서비스 기간을 종전 주5일(화~토)에서 주 6일(월~토)로 확대했다.

경쟁사인 마켓컬리가 주 7일 운영되는 것 보다는 편의면에서 떨어진다는 지적은 있지만, 더반찬에서는 직접 고용된 요리사들이 반찬을 만들어 공급한다는데 강점을 내세우고 있다. 올해 설을 앞두고는 설과 추석, 제사 등에 쓸 수 있는 ‘프리미엄 차례상’을 비롯한 신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서초구 롯데 프레시센터에서 직원이 상품을 싣고 있다. 사진제공 = 롯데쇼핑

‘프리미엄 푸드 마켓’을 내세우고 있는 헬로네이처 역시 ‘새벽배송’ 붐을 이끈 공로자 중 하나다. 이 약 50만명에 달하는 가입자와 약 1000여개에 달하는 제휴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이 회사는 2016년에는 대기업 SK플래닛에 매각됐다가 최근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에 인수됐다.

배민찬 영업종료… 마켓컬리도 인수설

하지만 최근 ‘새벽배송’의 시장 구도가 바뀌고 있다. 자금력이 약한 스타트업 기업들이 대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유통 시장에서 성장하는데 한계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초창기 꽃을 피운 스타트업 기업들은 대기업에 인수되거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한때 마켓컬리, 헬로네이처와 함께 새벽배송의 3축으로 불리웠던 배민찬은 최근 ‘오는 2월28일 서비스 공식 종료’를 예고했다.

배민찬은 2011년 설립된 ‘덤앤더머스’가 모체로 전날 마감시간까지 상품을 주문하면 다음날 이른 새벽까지 고객의 집 현관 앞에까지 배송을 해주는 새벽배송 형태의 서비스를 선보였으며, 2015년 우아한형제들에 인수돼 ‘배민프레시’로 운영되다 2017년 현재의 이름인 ‘배민찬’으로 변경됐다.

1위 업체인 마켓컬리 역시 운영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투자에 비해 영업손실이 너무 커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실제로 마켓컬리의 영업적자는 2015년 53억원, 2016년 88억원, 2017년 123억원에 달한다.

마켓컬리측에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진행된 건은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카카오와의 투자 협의가 무산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평가가 하락되는 분위기다.

대기업들 각축장된 ‘새벽배송’

대기업들의 직접 ‘새벽배송’ 참여도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변화다. 이에 따라 이미 동원F&B에 인수된 더반찬이나 BGF에 인수된 헬로네이처 등은 자금력이나 유통망 확보에 큰 문제가 없지만, 나머지는 대기업들과 불리한 싸움에 직면하게 됐다.

한때 마켓컬리의 인수를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진 쿠팡의 경우 지난해 10월 유료 배송 멤버십 서비스 ‘로켓 와우’를 도입했다. 도입 2달만인 지난해 12월 기준 가입자가 이미 100만명을 돌파했다.

역시 마켓컬리의 인수를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진 신세계의 이마트도 지난해 5월 아침 배송 서비스 ‘쓱배송 굿모닝’을 도입했다. 이 서비스는 이마트몰에서 제품을 사면 오전 6시~9시 혹은 오전 7시~10시 두 가지 시간대를 선택해 배송해 주는 서비스다.

이밖에 GS홈쇼핑과 GS프레시는 신선식품 당일배송 서비스를 올 1월부터 시작했으며, 롯데슈퍼도 온라인몰과 롯데슈퍼 앱에서 저녁 10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1시부터 7시까지 집 앞까지 상품을 배송해 주는 새벽배송 서비스를 지방까지 확대했다.

업계 관계자는 “초기 스타트업 업체들이 주도했던 새벽배송은 이제 대기업들이 주도하는 ‘규모의 싸움’으로 바뀌는 분위기”라며 “결국 마켓컬리도 대기업 인수설이 끊이지 않는 걸 보면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관련태그
CNB  씨앤비  시앤비  CNB뉴스  씨앤비뉴스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