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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길 닦은 아시아나 vs 도전장 낸 저가항공…몽골 하늘길 쟁탈전

LCC 낮은 가격? “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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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28호 도기천 기자⁄ 2019.02.25 09:47:13

몽골이 인기 여행지로 부각되면서 항공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운항권을 취득하려는 항공업계의 경쟁이 치열하다. 한 관광객이 몽골올레 1코스 출발점인 헝허르 마을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도기천 기자) 대한항공이 28년간 독점해온 인천∼울란바토르(몽골) 노선이 복수 항공사 운항 체제로 바뀌면서 항공업계의 운수권 취득 경쟁이 치열하다. 아시아나항공이 20여년 간 공을 들여온 이 하늘길에 저비용항공사들이 가세하면서 항공업계 모두가 총력전에 나선 형국이다.

인천∼울란바토르 노선은 1991년 한국과 몽골이 항공협정을 맺으며 처음 개설됐다. 당시 양국이 1국 1항공사 체제 운영에 합의하면서 대한항공(한국)과 미아트항공(몽골)이 독점 운항해 왔다.

하지만 90년대 한류 바람이 불면서 몽골과의 교류가 크게 늘기 시작했다. 몽골이 인기 여행지로 부각되면서 항공수요가 연평균 약 11%씩 증가하고 있으며, 작년에만 약 33만명이 인천에서 울란바토르를 다녀왔다.

해외여행 전체 수요도 크게 늘었다. 한국은행 통계 자료를 보면 지난해 한국인이 외국에서 쓴 돈을 말하는 여행지급금이 319억 7000만 달러로 지난 2006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뒤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몽골과 첫 항공협정을 맺을 당시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의 규모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대한항공의 독점 취항으로 인천∼울란바토르 간 항공권이 지나치게 비싸고, 해마다 증가하는 항공수요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특히 이 노선 티켓 값이 성수기에 100만원 수준까지 치솟는 등 같은 시간(약 3시간 30분)을 비행하는 다른 노선보다 2배 이상 비싼 부분은 소비자 불만을 키웠다.

우리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 2003년부터 몽골에 운항 확대를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몽골이 난색을 표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15년 동안 무려 8차례나 양국 간 항공협상이 결렬됐다.

그러다가 지난달 양국 항공회담에서 극적인 타결이 이뤄졌다.

한-몽골 정부는 인천∼울란바토르 노선 1국 1항공사 체제를 1국 2항공사 체제로 바꾸기로 하고, 운항 편수도 주 6회에서 9회로 늘리기로 했다.
 

아시아나 항공기가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아시아나의 ‘20년 민간외교’ 한 몫

공급 좌석 수는 한국이 기존 주 1656석에서 2500석으로, 몽골이 주 1320석에서 2500석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인천 노선과 함께 부산∼울란바토르 노선도 주 2회에서 3회로, 324석(162석×2회)에서 585석(195석×3회)으로 각각 늘렸다.

이 같은 성과를 이끌어낸 데는 아시아나항공이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시아나는 지난 20여년간 몽골 총리, 장관 등 주요 인사를 30회 이상 면담하며 공급 증대를 요청하는 등 공을 들여왔다.

특히 작년 3월 몽골 인민당 대표단의 한국 국회 방문 때는 박주선 국회부의장을 통해 양국 간 우호증진 및 복수취항의 필요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득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노력에 보답하듯 몽골은 국회 방문 3개월 뒤인 작년 6월에 관련법 개정을 통해 복수 취항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고쳤다.

저가항공들,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얹기?

하지만 아시아나가 몽골 운항권을 가져갈지는 미지수다.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 저비용항공사(LCC)들이 국토부에 운수권을 신청했기 때문.

이들은 ‘저렴한 항공권’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유류비 인상과 업계 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라 과거와 같은 싼 가격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실제로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 주요 LCC 모두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수익성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진에어는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무려 36.5% 감소했으며, 티웨이도 영업이익으로 전년보다 3% 하락했다. 제주항공의 당기 순이익도 전년대비 8.9% 줄었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의 비행기들이 인천국제공항에서 대기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에 따라 LCC들은 무료 서비스를 줄이고 유상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수익성 늘리기에 나서고 있다. 위약금 규정을 새로 만들거나 기존 위탁수하물 초과 요금을 올리는 등의 방식이다. 이렇다보니 기내식, 수하물 등 각종 유료서비스를 포함하면 성수기 가격은 대형항공사에 육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으로 볼때 몽골 노선이 대형항공사에 비해 얼마나 가격경쟁을 가질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나는 ‘좌석 활용도’를 장점으로 내세워 항공당국을 설득하고 있다. 협상에 따라 늘어난 좌석 규모가 주 844석(1656석→2500석), 주 3회(6→9회)인 만큼, 1회당 281석을 소화할 수 있는 항공사가 낙점돼야 운수권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는 논리다.

현재 아시아나는 290석 규모의 대형기 A330을 보유하고 있어 1회당 최대 좌석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 반면 LCC는 189석 수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어 LCC에 배분할 경우 주 3회를 운항하더라도 추가 확보한 844석을 모두 활용할 수 없게 된다.

아울러 LCC가 189석으로 운항할 경우 공급력 부족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기 힘들 수도 있다. 대형항공사에 비해 낮은 가격의 항공권을 공급하려면 그만큼 공급량이 충분해야 하는데 현재 좌석수로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CNB에 “확보된 좌석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는 점, 아시아나가 20여년 간 몽공 정부와 교류하며 항로 개척을 위해 노력해온 점, 장거리 환승 고객의 편의성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할 때 국익 관점에서도 아시아나에 배정되는 게 순리“라고 밝혔다.

반면 LCC의 한 관계자는 “남는 좌석 운용에 있어서는 부정기편으로 대처가 가능하며, 대형항공사의 독과점 해소 측면에서 LCC에게 운수권을 부여하는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토부는 오는 26일 항공교통심의위원회를 열어 취항사를 결정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동안 높은 운임과 (인천-몽골 간) 항공권 부족으로 불편을 겪었던 국민들의 고충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운수권 배분 규칙에 따라 민간위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공정하게 (취항사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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