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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한 모하메드 UAE 왕세제, 이재용 잇따라 두번 만난 이유

삼성전자‧SK하이닉스, 매물 나온 글로벌파운드리 인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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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30호 정의식⁄ 2019.02.28 17:47:36

글로벌파운드리의 반도체제조공장 내부. 사진 = 글로벌파운드리

파운드리 시장 ‘3위’ 글로벌파운드리가 최근 M&A 시장에 매물로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7나노 시대를 맞아 미세공정 진입에 실패하자 실질적인 소유주인 UAE 국부펀드 ATIC이 주요 생산공장의 분할 매각에 나섰다는 것. 최근 UAE의 실권자인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아부다비 왕세제가 한국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재차 만난 것도 글로벌파운드리의 인수협상을 진행하기 위해서라는 설이 나돈다.

UAE 실권자, 이재용 부회장과 짧은 기간 두 번 만나

지난 26일 방한 중인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가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찾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났다.

모하메드 왕세제는 아부다비, 두바이 등 7개 에미리트로 구성된 UAE(아랍에미리트연방)의 초대 대통령이자 아부다비의 초대 왕인 자이드 빈 술탄 알 나흐얀의 셋째아들로, 현 아부다비 에미리트 2대 국왕인 할리파 빈 자이드 나흐얀의 동생이자 후계자이며, 통합군 부총사령관 직도 맡고 있다.

현 UAE 부통령 겸 총리이자 두바이 에미리트 2대 국왕인 모하메드 빈 라시드 알막툼과 함께 UAE를 통치하는 양대 실권자인데, 빈 라시드 총리가 70세의 고령인 반면 모하메드 왕세제는 58세여서 국내외에서는 UAE의 실질적인 통치권자로 간주된다. 실제로 2017년 한국과의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건설 관련 협상 등에서 모하메드 왕세제는 최종 결정권자로 회담을 주도했고, 이번 방한에서도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2월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방문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와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 = 삼성전자

이날 모하메드 왕세제는 삼성전자의 5G 및 반도체 전시관과 반도체 생산 라인을 둘러보고 경영진으로부터 관련 산업현황과 삼성의 미래사업 추진 현황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으며,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5G 통신장비를 시연했다. 이후 두 사람은 5G와 반도체, AI(인공지능) 등 미래 산업 분야에서의 삼성전자와 UAE 기업들 간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앞서 두 사람은 지난 11일 UAE 아부다비에서 만나 양국 간 IT 분야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 바 있어 불과 15일 만에 이뤄진 두 번째 만남에 어떤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특히 UAE 국부펀드 ATIC(Advanced Technology Investment Company)이 보유한 세계 3위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글로벌파운드리’(GlobalFoundries)의 매각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을 것이라는 추측이 많았다. 또, 삼성전자와 함께 SK하이닉스도 글로벌파운드리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됐다. 

파운드리 3위, 시장 커지는데 실적은 내리막

글로벌파운드리는 2018년 기준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3위(8%)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 국적의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이다.

파운드리(Foundry)는 반도체 설계가 아닌 제조만 전담하는 기업이다. 반대로 반도체 설계만 하고, 생산은 파운드리에 맡기는 기업은 팹리스(Fabless)라고 불린다. 반도체 생산라인을 의미하는 팹(Fab, Fabrication)이 없다는 의미다. 이외에 인텔이나 삼성전자처럼 반도체의 설계와 생산이 모두 가능한 기업은 IDM(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 종합반도체기업)이라 불린다.

글로벌파운드리는 원래 인텔과 CPU 분야 경쟁사인 AMD(Advanced Micro Devices) 사의 팹(Fab)이었으나, 2009년 UAE 아부다비 정부와 합작을 통해 별도 회사로 분사됐다. 이후 AMD 지분이 지속적으로 감소해 현재는 아부다비의 국부펀드 ATIC이 약 90%를 소유하고 있다. 사실상 UAE의 국영기업이 된 셈.

미국 뉴욕주 말타에 위치한 글로벌파운드리 매뉴팩처링 센터. 사진 = 글로벌파운드리

문제는 글로벌파운드리의 실적이 영 좋지 못하다는 점이다. 전체 반도체 시장의 약 15~16%의 비중을 차지하는 파운드리 시장이 최근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지만, 글로벌파운드리는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점유율과 늘어나는 손실에 고전하고 있다.

2018년 기준 세계 파운드리 시장은 대만의 TSMC가 1위로 약 50.8%라는 압도적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가 14.9%로 2위다. 3위부터는 글로벌파운드리 8.4%, 대만 UMC 7.5%, 중국 SMIC 5.1% 순이다. 하지만 2018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삼성전자는 2위 글로벌파운드리는커녕 3위 UMC의 점유율에도 못미치는 4위에 불과했다.

7나노미터(nm) 미세공정 조기 양산체제에 돌입하는 등 공격적 시장전략에 힘입어 불과 1년 만에 점유율을 2배 이상 늘리는 데 성공한 삼성전자와 달리, 글로벌파운드리는 지난해 8월 7나노 공정 개발을 중단하고 이전의 12/14나노 공정에만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급기야 올해 1월 31일에는 싱가폴 소재 8인치 웨이퍼 생산 팹을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인 뱅가드(Vanguard)에 약 2600억 원을 받고 매각하기에 이르렀다. 기존 핵심 고객이던 IBM과 AMD마저 차세대 미세공정부터는 공급사를 TSMC로 바꾸는 상황이어서 업계에서는 사업 정리 수순을 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삼성전자, 시너지 애매 vs SK하이닉스, 자금 부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되는 건 두 회사 모두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파운드리 분야는 약세이기 때문이다. 글로벌파운드리를 인수할 경우 두 회사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점유율을 올리고 관련 기술력을 확보하는 등의 이점을 얻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삼성전자의 경우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통해 얻을 시너지가 크지 않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가 이미 7나노 EUV 미세공정 양산 단계에 이른 반면, 글로벌파운드리는 7나노 공정을 포기하고 14나노 공정에 머무르고 있으며, 그 14나노 공정 역시 지난 2015년 삼성전자가 기술을 이전해준 것이다. 점유율 증대효과 역시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서 굳이 인수할 이유로 보기 어렵다.

이번 모하메드 왕세제의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방문 당시 파운드리 사업이 아닌 5G와 AI 위주의 시연이 이뤄진 것 역시 삼성전자 측의 인수 의향이 높지 않았음을 시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파운드리 로고. 사진 = 글로벌파운드리

SK하이닉스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 시장에 이제 막 진입하는 단계라 글로벌파운드리를 인수할 경우 단번에 파운드리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이 가능하고, 14나노 공정 기술 확보도 가능하다. 기존 매출 약 40조 원에 글로벌파운드리의 매출 약 10조 원이 합쳐질 경우 약 80조 원 수준인 삼성전자나 인텔과 몸집 경쟁도 가능해진다.

하지만 자금 사정이 문제다. 지난해 반도체 슈퍼사이클 덕분에 많은 현금이 유입돼 2018년 기준 약 8조 원 대의 현금성 자산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되지만, 올해는 반도체 경기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 올 연말까지 확보 가능한 현금성 자산은 약 10조 원 내외로 예상된다. 연 매출액 7조 원 수준인 글로벌파운드리를 인수하기엔 버거운 금액이다.

김장열 골든브릿지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018년에 번 돈이 있어서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지나치게 서두를 필요는 없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딱히 서둘러 인수에 나설 다른 기업이 보이지 않고, 글로벌 경기 둔화가 당분간 지속되면 글로벌파운드리 측이 시간상 더 불리하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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