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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석유화학 잘나가도 박찬구 회장 사내이사 연임엔 "글쎄요" 왜?

3월 29일 주총서 선임 여부 결정… ‘배임 이력’에 국민연금발 제동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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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31호 정의식⁄ 2019.03.08 15:40:11

금호석유화학 본사가 위치한 서울 중구 수표동 시그니쳐타워. 사진 = 금호석유화학

지난해 화학업계의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금호석유화학이 영업이익을 배가하는 호실적을 기록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금호석화의 오너 박찬구 회장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가득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대법원으로부터 배임 관련 유죄 판결을 받아 3월 말 열릴 주주총회에서 재선임이 어려워진 때문이다. 지난 2016년 박찬구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표를 행사했던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도 악재로 지목된다.

빅3 고전에도 ‘승승장구’한 금호석화

지난해 석유화학업계가 전반적인 실적 하락세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기업의 공시에 따르면,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등 국내 석유화학 빅3의 지난해 실적이 모두 좋지 않았다.

먼저, LG화학은 연결기준 매출액 28조 1830억 원으로 전년보다 9.7% 증가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매출액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2조 2460억 원으로 전년보마 23.3%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당기순이익은 1조 5193억 원으로 24.9% 감소했다.

롯데케미칼도 매출액 16조 5450억 원으로 전년보다 4% 증가한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지만, 영업이익은 1조 9686억 원으로 33%나 감소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1조 6784억 원으로 27% 줄었다.

한화케미칼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매출액이 9조 460억 원으로 3.17% 줄어들었으며, 영업이익은 3543억 원으로 전년보다 무려 53.15%나 감소했다. 당기순이익도 1604억 원으로 80.77% 줄었다.

금호석유화학 울산수지공장. 사진 = 금호석유화학

이렇게 석유화학업계 전반이 침체를 보인 상황에서 유독 돋보이는 기업이 바로 금호석유화학이다. 금호석화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5조 5849억 원으로 전년보다 약 10.3% 늘었으며, 영업이익은 5542억 원으로 전년보다 무려 111.0%나 증가했다. 당기순이익도 5033억 원으로 131.2% 늘었다.

놀라운 성장의 비결은 페놀유도체 단가의 상승으로 인한 매출 급등이다. 페놀과 아세톤 비스페놀에이(BPA) 등 페놀유도체 판매가격이 2017년 톤당 140만 원에서 2018년 톤당 163만 원대로 급등하면서 관련 매출이 약 48.7%나 늘었다. 금호석화 측은 “합성고무 및 페놀 등 화학업계 호황에 따라 당사 및 관계회사 실적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2심에서도 유죄 판결… 사내이사 선임 ‘차질’ 불가피

금호석화의 순항에도 불구하고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의 표정은 밝지 못하다. 지난해 대법원으로부터 배임 관련 유죄 판결을 받아 올해 사내이사 재선임에 난항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금호석화는 3월 29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서울청소년수련관 대회의실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연다고 공시했다. 주요 안건으로는 박찬구 회장과 신우선 전 한국바스프 회장 등 사내이사 선임이 상정됐는데, 특히 박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여부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3월 27일 박 회장의 3년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라, 이번 주총에서 재선임 안건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 그룹 오너로서의 리더십이 심각하게 실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적만 놓고 보면 박 회장이 사내이사 연임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이 모두 부진을 면치 못한 2018년에 2배가 넘는 영업이익 상승을 기록해서다. 하지만 기업 오너로서의 도덕성 측면에서 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지난해 12월 13일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박 회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집행유예 5년의 유죄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사진 = 금호석유화학

앞서 박 회장은 2008년부터 2011년 사이 23차례에 걸쳐 금호석유화학의 비상장 계열사인 금호피앤비화학의 법인자금 107억여 원을 아들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상무에게 담보 없이 낮은 이율로 빌려주도록 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는 박 회장의 배임 혐의가 인정됐지만 이 가운데 34억 원만 유죄로 인정됐다. 나머지 73억여 원은 당시 금호피앤비화학에 현금 보유분이 많았고 박준경 상무와 차용증을 작성하고 특수관계자 대여 공시를 하는 등 법령에 따른 절차가 이뤄져 무죄로 판단됐다.

그러나 2심에서는 나머지 73억여 원에 대해서도 변제 약정일을 지키지 못했고, 이자 상환이 제때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배임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박 회장이 개인적인 주식취득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 명의로 31억 9000만 원 상당의 약속어음을 발행한 것에 대해서도 1심과 달리 배임 혐의를 인정했다. 다만 이 돈을 횡령했다고 보지 않은 것은 1심 판단과 같았다.

그 외에 박 회장이 2009년 금호그룹의 대우건설 매각과 관련한 미공개 내부 정보를 입수, 그룹 지주회사인 금호산업의 주가가 폭락하기 전에 보유 주식 262만 주를 팔아치워 102억 원의 손실을 피한 혐의를 무죄로 본 1심 판단은 유지됐으며, 박 회장이 실질적으로 차명 보유한 자회사를 통해 금호석유화학 자금 21억여 원을 빼돌렸다는 횡령·배임 혐의에 대해서도 1·2심 모두 무죄가 인정됐다.

실형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유죄 판결은 피하지 못한 탓에 박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과 관련해 도덕성 논란이 불거질 상황이 조성됐고, 자칫 이번 주주총회에서 표 싸움에 패배할 경우 그룹 지배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우호지분 24.7% 불과… 국민연금‧블랙록 반대 가능성↑

그렇다면 표 싸움에서는 승산이 있을까? 상황은 그다지 녹록지 않다는 얘기가 업계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우선, 박 회장의 우호 지분은 약 24.7%로 추정된다. 박 회장 지분 6.69%에 조카 박철완 상무 10%, 아들 박준경 상무 7.17%, 딸 박주형 상무 0.82% 등을 합한 것이다.

반면, 비우호 지분의 세가 만만치 않다. 8.45%의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이 반대 세력의 대표 격이다. 국민연금은 앞서 2016년 주총에서도 기업가치 훼손 이력과 과도한 겸임을 문제 삼아 박 회장의 사내이사 안건을 반대했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선언한 이후 기업주의 도덕성 논란이 불거진 기업에 대해서는 주주권을 한층 더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이번 주총에서도 박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7월 17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국민연금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방안 공청회'에서 박영석 자본시장연구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미국계 사모펀드 블랙록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운용자산이 약 6조 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그간 지속적으로 지분을 늘리며 박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돕는 백기사 역할을 해왔다. 2018년 3월 기준 지분율은 약 8.31%다. 하지만 올 1월 7일과 2월 20일 2차례에 걸쳐 주식을 매각하며 지분율을 크게 낮췄다. 5일 공시에 따르면 블랙락의 금호석화 보유 지분은 약 6.2%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블랙록의 지분 매각이 박 회장과 배당 정책에 대한 이견이 발생한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금호석화의 성장세가 두드러졌음에도 배당은 1% 대에 머무르는 ‘짠물 배당’이 이어졌고, 자사주 소각 요구도 박 회장이 거부했다는 것. 이에 블랙록이 박 회장을 압박하는 차원에서 지분을 줄였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금호석유화학 측은 이같은 우려에 대해 “근거없는 낭설”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블랙록과 당사와의 협력관계는 전혀 흔들림이 없다”며 “주총에서도 반대표를 던지는 일은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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