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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슈퍼주총 앞두고 총수들이 떨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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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30호 손정호 기자⁄ 2019.03.11 09:47:13

올해 주주총회 시즌에는 전자투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섀도우 보팅 제도가 폐지된 후 두 번째로 맞이하는 주총 시즌이며, 삼성전자는 액면분할 후 주주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에서 주총 자율분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슈퍼 주총’이라는 쏠림현상이 여전히 나타나고 있는 점도 극복해야 할 부분으로 꼽힌다. 작년 삼성전자의 주총 현장 모습. 사진 = 삼성전자

① 섀도보팅 대신 전자투표 부상…실효는 “글쎄요”

(CNB저널 = 손정호 기자)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오면서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섀도우보팅 제도가 폐지됐지만 여전히 효율적인 주총 개최와 주주권리 보호 등을 위해 정착시켜야 하는 일들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섀도우보팅은 의결권을 행사한 지분의 비율대로 나머지 지분도 표결에 참여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가령 지분 10%가 주총에 참여했다면 나머지 지분(90%)에 대해서도 의결을 한 것으로 본다. 말그대로 ‘그림자(Shadow) 투표’다.

하지만 재작년부터 이 제도가 일몰되면서 주총이 성립되려면 의결정족수 25%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주주들이 관심을 갖지 않으면 주총이 무산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금융당국은 올해도 주총 자율분산 프로그램을 독려하고 있다. 통상 3월 셋째주 금요일과 마지막주 목·금요일에 주총이 많이 열렸다는 점을 감안해서, 22·28·29일을 집중 예상일로 보고 피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전자도 집중일을 피해 주총을 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5월 주식 액면분할(50:1)을 통해 주주 수가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작년 3월경 삼성전자의 주주 수는 24만명이었지만 9월에는 67만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주총 참여인원이 예년의 400명보다 크게 증가해 1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첫 집중일인 3월 22일 이전에 주총을 열고, 금융과 제조업 핵심 계열사인 삼성생명과 삼성물산도 겹치지 않게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슈퍼 주총’ 현상은 여전히 나타나고 있다.

25일 한국상장회사협회와 코스닥협회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20일 기준)는 3월 22일(107곳), 27일(85곳), 15일(69곳), 29일(69곳) 주총을 많이 연다.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3월 27일(158곳), 26일(155곳), 25일(81곳), 29일(57곳)에 집중돼 있다.

이를 합해 비교할 경우 27일(243), 26일(198), 22일(154), 29일(126) 등의 순으로 집중돼 있다. 주총 개최일은 2주 전에 공시하도록 돼 있어서 아직 확정하지 않은 기업들이 많다. 작년보다는 집중도가 낮지만 현재보다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섀도우 보팅 제도가 폐지됨에 따라 전자투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모바일 기술이 발달하면서, 한국예탁결제원과 미래에셋대우 등은 주총장에 직접 가지 않아도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하고 있다. 한 주주가 스마트폰으로 주식 거래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코스피 상장사 중에서는, 27일에 SK, 현대중공업지주, 현대상선, 두산인프라코어, CJ, CJ CGV, KT스카이라이프, 한화,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롯데케미칼, LS, 대우건설, SPC삼립, BGF리테일, 녹십자, LIG넥스원, 미래에셋대우, 미래에셋생명, 신한지주, 우리은행, KB금융, 기업은행, NH투자증권, DB금융투자 등이 주총을 연다.

22일에는 현대자동차, 현대제철, 현대모비스, 현대백화점, GS, GS건설, LG이노텍,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금호석유화학, NS쇼핑, 대상홀딩스, 삼양홀딩스, 농심홀딩스, 오뚜기, 삼양식품, 일동제약, 삼성증권, 교보증권 등이다.

15일에도 많은 기업들이 준비하고 있다. 현대건설, 기아자동차, 현대위아, LG전자, LG화학, LG유플러스, 포스코, 효성, 동국제강, 신세계, 이마트, GS리테일,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그룹, 농심, 종근당, 유한양행, 현대차증권, 메리츠종금증권, DB손해보험 등이다.

29일에는 두산, 한진중공업홀딩스, 쌍용자동차, 한전KPS, 금호타이어, KCC, 한국항공우주, 엔씨소프트, NHN엔터테인먼트, 롯데쇼핑, AK홀딩스, LF, 코웨이, 현대그린푸드, 크라운제과, 유안타증권 등이 2019년 경영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전자투표, 접근성 높여야

이처럼 ‘슈퍼 주총’ 현상이 여전히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전자투표제도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관심을 받고 있다.

전자투표는 주주들이 주총장에 직접 가지 않아도, 데스크탑 컴퓨터나 모바일을 통해 투표를 할 수 있는 제도다.

한국예탁결제원은 ‘전자투표서비스(K-eVote)’를 제공하고 있다. 주총 자율분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기업에게는 수수료 50% 인하혜택을 주는 등 유도하고 있다. 지난 13일 기준 1331개 기업이 이용하기로 했다.

올해에는 현대글로비스, 신세계, 신세계인터내셔날, 이마트, 신세계I&C, 신세계푸드, 신세계건설, 팬오션 등이 신규로 도입하기로 했다. 이용하는 기업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게 예탁결제원 측 설명이다.

작년에는 SK,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SK머티리얼즈, 한화, 한화케미칼, 한화투자증권,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생명보험, 한화손해보험, 포스코대우, 포스코ICT, 포스코강판,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중공업, 두산밥캣, 코오롱생명과학, 코오롱글로벌, 메리츠금융지주, 메리츠종합금융증권, 메리츠화재해상보험, 녹십자홀딩스, 녹십자, 녹십자MS, 녹십자렙셀, 녹십자셀, 한국전력공사, 한전KPS, 카카오, NH투자증권, CJ대한통운, 중소기업은행 등이 이를 사용했다.

미래에셋대우도 전자투표 플랫폼 ‘V’를 내놓으며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V’를 통해 주주들이 보다 손쉽게 전자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카카오톡으로 일정을 안내해주고, 주식거래 시스템인 HTS와 MTS 등과 연계해 편의성을 높일 계획이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CNB에 “올해 처음으로 전자투표 플랫폼 ‘V’를 도입해 운영할 예정”이라며 “‘V’는 수수료 없이 무료로 제공하며 의결정족수 확보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CNB에 “현재는 전자투표제도를 활용하는 사람들의 인식이 부족하다”며 “지금보다 간편하게 시스템을 전환하고 접근성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이를 통해 주주들이 보다 활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② ‘국민연금 태풍’ 예고…거수기-무사통과 옛말?

플랫폼 ‘V’정기 주총을 코앞에 둔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수백여개 기업의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공단이 주총에서 적극적으로 의사를 밝힐 수 있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기 때문. 이 제도는 작년 7월부터 시행됐는데, 이번이 첫 번째 ‘슈퍼주총’이다.

국민연금은 지금까지는 기업 경영에 특별히 개입하지 않아왔다. 하지만 보유 지분만큼 적극적으로 경영에 개입할 경우 대주주(총수 등)의 영향력이 줄어들 수 있다.

특히 국민연금은 600조원이 넘는 큰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는 ‘큰 손’이다. 2018년 말 기준 국내 297개 기업에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기업들을 중점관리 대상으로 선정한다고 발표했다.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주총에 임하겠다는 얘기다.

CNB가 국민연금의 투자(지분) 현황을 조사한 결과, 작년 9월 말 기준 국내 10대 기업(자산규모 기준)의 주식을 다수 보유하고 있었다. 삼성전자(9.25%), SK하이닉스(9.10%), LG화학(8.72%), 현대자동차(8.70%), 포스코(11.05%), 한국전력(6.43%), 삼성물산(5.70%), 네이버(10.00%), 현대모비스(9.45%), SK텔레콤(9.22%) 등이다.

 

국민연금공단이 이번 주주총회 시즌에 처음으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시행한다. 국민연금이 주주로써 주총에서 발언권을 강화하게 되는 것으로, 재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향후 기업 경영에 미칠 영향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2월 국민연금의 상위기관인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이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10대기업 외에는 신세계백화점(13.18%), CJ제일제당(11.81%), 현대건설(11.23%), 현대백화점(11.25%), 한진칼(8.35%), SK케미칼(9.97%), 효성(7.20%), LG전자(9.34%), CJ(7.48%), 한화(6.91%), 기아자동차(6.52%) 등의 주요주주다.

금융권에도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다. KB금융지주(9.62%), 하나금융지주(9.55%), 신한금융지주(9.55%), 기업은행(9.41%), 우리은행(9.29%)의 주요주주이며, 삼성증권(10.97%), 미래에셋대우(9.99%), NH투자증권(11.18%), 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 지주사·9.50%) 등 증권사 지분도 상당하다.

국민연금은 이 기업들에 대해 △배당정책 수립 △임원보수 한도 적정성 △법령위반 우려로 인한 기업가치 훼손 △지속적인 반대의견에도 개선 없는 사안 등의 문제를 살펴볼 계획이다.

국민연금發 재벌개혁 첫 신호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지가 관심사다. 증권가에서는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기업에 대해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총수일가의 다양한 갑질과 월권행위로 도마에 올랐던 한진그룹에 대해서는 보다 강도 높은 지적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KCGI가 대한항공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에 대해 주주제안을 했기 때문. 이에 대해 국민연금은 KCGI와 같은 의견을 개진할 수도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진칼은 ‘중장기 경영발전방안’을 발표했다. 오는 2023년까지 한진그룹의 매출 22조3000억원, 영업이익 2조2000억원으로 확대하고, 사외이사를 3명에서 4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사외이사추천위원회를 통해 공정성 문제도 개선하기로 했다.

임기만료가 다가오는 지배주주 이사의 재선임 여부도 관심사다. 국민연금이 발언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의하면, 대기업집단 지배주주 23명의 이사 임기가 조만간 종료된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현대모비스 비상무이사),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현대차 사내이사, 기아자동차 기타 비상무이사) 등이다. 오는 10월 임기가 끝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선임안 상정 여부 등도 거론되고 있다.

국민연금이 경제개혁연대의 지적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경제개혁연대는 의결권자문기관에서 임원 선임에 반대한 기업이 74곳(260개사 중 28.46%)이라고 밝혔다. 삼성, SK, LG,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현대백화점, 현대산업개발, 롯데, GS, 미래에셋, 신세계, 두산, 한화, 포스코, 동국제강, 에스오일(S-Oil), 금호아시아나, 금호석유화학, 한진, 효성, KCC, 네이버, 카카오, 코오롱, 아모레퍼시픽, 영풍, 하이트진로, 대림, 동원, 하림, 한국투자금융, 농협, DB 등이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34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대상으로 한 결과다.

 

증권가에서는 국민연금이 이번 주총 시즌에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던 기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은 총수일가의 갑질논란이 일었던 한진그룹에 대해 지주사인 한진칼에 국한해 경영참여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한진칼의 계열사인 대한항공 서울 사옥 모습. 사진 = 연합뉴스

경제개혁연대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소장을 맡았던 민간 경제단체다. 김 위원장은 경제개혁연대 소장 시절 ‘재벌 저승사자’로 불렸고,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화 등에 대해 개혁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주총이 성립되려면 의결정족수 25%이상 참석해야 하고, 정관 등을 변경하려면 참석자의 3분의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이 이를 상회할 경우 안건 처리에 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의 주총 참여가 기업의 자율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지나치게 활성화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장기적인 투자를 해야 하는데, 주주들의 요구에 따라 배당을 지나치게 확대하고 분기별 실적에 몰입하면 과감한 투자를 하기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KB증권 공원배 연구원은 CNB에 “국민연금이 호실적에도 배당을 하지 않고 있는 기업들에 대해 압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연금이 설령 대주주(오너일가) 지분에 밀려 표결에서 지더라도 반대의견을 냈다는 자체로 투자자들에게 강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민연금의 주주권이 지나치게 커질 경우 기업의 장기적인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의결권전문기관에 맡기면 전문가들이 투자관리를 하는 만큼 그런 우려가 불식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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