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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 제약사 ‘1조 클럽’의 착잡한 속내

유한양행·한국콜마·녹십자·한미약품, 덩치 커졌지만 사정 복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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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30호 이동근 기자⁄ 2019.03.11 09:47:13

2018년 매출 1조원을 기록한 제약회사가 5개로 늘었다. 각 기업별 잠정집계에 따르면 유한양행, 한국콜마, GC녹십자, 한미약품이 확정됐고, 광동제약의 1조원 달성이 확실시 되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매출 1조원 돌파가 확정된 유한양행, 한국콜마, GC녹십자, 한미약품 사옥. 사진 = 각 사

(CNB저널 = 이동근 기자) 한미약품과 한국콜마의 가세로 지난해 소위 ‘1조클럽’(매출 1조원 이상 제약사들) 가입 제약업체가 5개로 늘었다. 이에 따라 제약업계의 덩치가 예전보다 더 커졌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1조클럽 가입을 불편해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왜 그럴까.

2018년 매출 1조원을 기록한 제약회사가 5개로 늘었다. 각 기업별 잠정집계(21일 기준)에 따르면 유한양행, 한국콜마, GC녹십자, 한미약품이 확정됐고, 광동제약의 1조원 달성이 확실시 되고 있다.

2014년 국내 제약사 최초로 매출 1조원을 기록한 유한양행은 지난해에도 1조5188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국내 제약사 중 매출 1위를 수성했다. GC녹십자도 1조3349억원을 기록하며 1조 클럽 가입을 확정지었다.

광동제약은 아직 실적 발표를 하지 않았지만 이변이 없는 한 1조 클럽에 가입할 것으로 확실시 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이 전년 동기(8634억원) 보다 많은 8855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올해 추가로 1조클럽 가입을 확정지은 제약사는 한미약품과 한국콜마다. 우선 한미약품은 2015년 1조클럽에 가입했다가 2016·2017년 매출이 하락, 아쉽게 1조클럽에 끼지 못했다가 지난해 1조160억원을 기록하며 재진입했다.

한국콜마도 1조클럽 가입에 성공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로 8917억원을 기록했지만, CJ헬스케어 인수효과로 연결 기준 1조357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한국콜마는 지난해 2월 1조3100억원에 CJ헬스케어를 인수한 바 있다.

이밖에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셀트리온, 대웅제약 등이 매출 1조를 넘을 지가 관심을 끌고 있다.

게다가 개별 회사 별로는 1조 매출이 아직 멀어보여도 그룹 단위로 보면 1조원을 넘는 곳이 여럿이다.

예를 들어 종근당 개별 회사는 잠정매출이 9557억원(개별 기준)을 기록했지만, 종근당 관계사 중 지주사인 종근당홀딩스(5311억원)는 제외하더라도 종근당바이오(1245억원), 종근당건강(1245억원), 경보제약(2000억원 이상 추정) 등을 고려하면 종근당 그룹은 매출 1조원을 훨씬 넘었다.

이처럼 일부 제약사들의 덩치가 커지고 이들이 마냥 기뻐하는 건 아니다. 우선 실속 문제다. 매출이 증가한 만큼 영업이익도 오른 한미약품 같은 경우도 있지만, 매출만 늘고 영업이익은 오르지 않은 제약사들도 많아서다.

예를 들어 유한양행은 명실상부한 국내 매출 1위사지만, 영업이익은 501억원으로 전년 대비 43.5% 줄었다. 지난해 매출의 10%에 이르는 1105억원을 R&D에 투자했기 때문. GC녹십자도 지난해 독감백신 폐기 충당금 등으로 인한 1회성 비용 지출로 인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44.5% 줄어든 502억원을 기록했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 관련 법에 의한 규제가 강화된다. 예를 들어 상법, 공정거래법 등에 따르면 상장사는 자산 2조원 이상이면 사외이사 선임요건이 강화되고, 감사위원회 설치가 강제된다. 사진 = 연합뉴스

순수하게 매출이 증가한 것이 아닌 외부적 요인으로 1조클럽에 가입한 회사들도 있다. 이들은 회사 인수에 들어간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매출이 당장 늘었다 해도 실제로 순이익 면에서는 아직 이익 증가를 체감하기 어렵다.

한국콜마는 순수한 매출 증가가 아닌 CJ헬스케어 인수를 통한 매출 증가였고, 광동제약도 코오롱제약으로부터 소모성 자재 유통업체인 코리아이플랫폼을 인수하면서 2016년 1조클럽에 발을 들였다.

이를 두고 해석이 엇갈린다. 제약사들의 인수합병(M&A) 및 연구개발(R&D) 투자는 더 많은 매출을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고 회사의 저력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겉으로 보여지는 것만큼 ‘실속’이 있을지는 의문이기 때문이다.

매출 커진 게 기쁘지만은 않다?

회사 규모가 커진 만큼 부담감 또한 커진다는 제약사들도 있다. 매출증가가 자산증가로 이어져 결국 규제가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다.

작년 3분기 기준 제약사별 자산은 유한양행 1조8883억원, 녹십자 1조5918억원, 한미약품 1조4564억원 등이었다. 이대로 간다면 몇 년 안에 자산 규모가 2억원을 돌파하게 되어 각종 규제를 받을 수 있다.

상법, 공정거래법 등에 따르면 상장사는 자산 2조원 이상이면 사외이사 선임요건이 강화되고, 감사위원회 설치가 강제된다. 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 의결권도 3%로 제한된다. 5조원 이상이면 공정거래법상 각종 공시의무와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추가적으로 받게 되고, 10조원 이상이면 상호·순환출자 금지, 채무보증 금지,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의 규제가 또 추가된다.

이같은 상황을 피하기 위해 그동안 일부 제약사들은 일정 이상의 규모가 되면 회사를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거나, 회사의 일부를 떼어내 비상장사로 남겨두기도 했다. 소위 성장을 거부하는 ‘중소기업 피터팬 증후군’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1조 클럽에 대한 업계 종사자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중견 제약사 관계자 A씨는 “제약업계가 아직은 큰 크기가 아니다 보니 지금은 매출이 커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산업계 덩치가 커져야 제대로 목소리도 낼 수 있어 아직은 덩치가 커지는 것을 신경 쓰는 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제약업계 관계자 B씨는 “상당수의 제약사들은 어느 정도 성장한 뒤 회사를 더 키우기 보다는 유지하는 것을 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부분 회사들은 ‘몸집 불리기’가 중요할 수 있겠지만, 일부 제약업체들은 사주(事主)의 이익을 이보다 앞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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