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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홍대로 자리 옮긴 아트토이컬쳐, 대중성은 얻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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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42호 김금영⁄ 2019.06.25 13:55:44

2016 아트토이컬쳐의 인기 작품이었던 스티키 몬스터 랩의 설치물.(사진=김금영 기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아트토이컬쳐 2019’가 막을 내렸다. 올해 가장 큰 변화는 장소를 코엑스에서 ‘젊음의 거리’ 홍대로 옮겼다는 것. 올해 행사는 6월 14~16일 AK&홍대점 1층 야외 행사장 공간에서 열렸다. 매년 아트토이에 대한 애정으로 아트토이컬쳐 현장을 찾았던 터, 이번에도 어김없이 홍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트토이컬쳐는 2014년부터 시작된 아트토이 페어다. 캐릭터와 토이를 직접 창작, 제작하는 국내외 아티스트, 디자이너, 스튜디오의 작업에 주목하며 아트토이 장르를 전면에 내세웠다.

회화와 조각 위주의 국내 미술계에서 아트토이 작품을 제대로 보여줄 기회가 많지 않았던 작가에게 아트토이컬쳐는 소중한 기회의 장소로 여겨져 왔다. 2016년엔 120팀 200여 명, 2017년엔 180팀 230여 명, 지난해엔 150팀 200여 명의 국내외 아티스트가 참여하며 몸집을 점점 불렸다.

 

2017 아트토이컬쳐를 찾은 사람들.(사진=김금영 기자)

아트토이컬쳐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스타 작가들의 참여도 이어졌다. 지난해 프랑스 그래픽 아티스트 장 줄리앙, 미국 아트토이 작가 제이슨 프리니가 현장을 직접 찾아 관람객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국내 1세대 아트토이 작가 쿨레인은 엔씨소프트와의 협업 작품을 공개했고, 크리에이티브 그룹 스티키 몬스터 랩, 초코사이다 등 아트토이계의 스타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었다.

이에 따라 관람객들의 호응과 관심 또한 꾸준히 높아져 왔다. 2016과 2017년 각각 8만여 명, 지난해 7만여 명을 동원하며 2014~2018년 누적 관람객 30만 명이 아트토이컬쳐 현장을 찾았다.

 

2018 아트토이컬쳐엔 프랑스 아티스트 장 줄리앙이 포스터 작업에 참여하고, 전시 공간도 마련돼 화제가 됐다.(사진=김금영 기자)

이 가운데 아트토이컬쳐가 기존 행사가 꾸준히 열려 왔던 코엑스를 떠나 홍대에서 열린다는 소식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실내에서 야외로 장소가 옮겨지고, ‘젊음의 거리’라는 특성을 덧입어 새로운 매력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없지 않아 있었다.

기존에 꾸준히 봐 왔던 아트토이컬쳐와는 색다른 느낌이 분명 들긴 했다. 직접 전시장을 찾아가 티켓을 구매해야 했던 코엑스와 비교해 홍대 거리는 나들이를 나왔다가 편하게 들를 수 있어 접근성이 매우 높았다.

 

2019 아트토이컬쳐는 기존 행사가 열렸던 코엑스에서 AK&홍대점 1층 야외 행사장으로 공간을 옮겼다.(사진=김금영 기자)

또 야외 전시의 특성을 살려 따로 티켓을 구매하지 않아도 돼 아트토이에 대해 잘 몰랐던 사람들의 관심 또한 자연스럽게 끌며 방문객의 폭을 다양하게 넓혔다. 관련해 아트토이컬쳐 행사를 주관한 아트벤처스 측은 “좀 더 참가 폭을 넓히고 자유로운 참여와 관람이 가능한 방식으로 행사 포맷을 완전히 바꾸고자 했다”고 의도를 밝혔다.

건프라 체험과 애니메이션 상영 등 체험형 위주의 프로그램이 늘었다는 것 또한 고무적이었다. 전체적으로 여름밤 그리고 홍대의 젊은 분위기가 맞물려 마치 축제의 장과도 같은 분위기가 연출됐다.

아트토이컬쳐 정체성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나?

 

2019 아트토이컬쳐를 찾은 방문객들.(사진=김금영 기자)

하지만 아트토이컬쳐 행사의 본 취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지점이 눈에 띄었다. 지난해에도 우려했던 아트토이컬쳐 정체성의 위기.

2014년부터 아트토이컬쳐를 꾸준히 열어 온 아트벤처스 측은 “아트토이가 단순히 장난감이 아닌 작가의 예술 세계를 표현해주는 캔버스라고 믿는다. 페어를 통해 아트토이가 수집 가능한 독립적인 예술품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며 페어의 취지를 밝혀 왔다.

 

여러 애니메이션 피규어가 전시된 모습.(사진=김금영 기자)

그간 수많은 아트토이 작가들이 아트토이컬쳐를 거쳐 가며 이름을 알린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는 아트토이 장르가 주목받기보다는 작은 캐릭터 플리마켓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더 강하게 들었다. 페어의 규모가 코엑스 때와 비교해 협소해져 다양한 작가들의 참여가 줄었고, 특히 1세대 아트토이 작가 쿨레인 등 아트토이컬쳐의 기둥을 든든하게 받쳐 주던 아트토이 전문 작가들을 볼 수 없었다. 그보다는 엔씨소프트의 캐릭터 브랜드 ‘스푼즈’ 등 기업의 캐릭터 상품들이 대부분 자리를 채웠다.

여기엔 다소 급박했던 일정이 어느 정도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예측된다. 올해 아트토이컬쳐는 기존과 달리 공식 일정 공지가 다소 늦은 4월 15일 올라왔다. 당시 아트벤처스 측은 “일정이 다소 넉넉하지는 않지만, 행사 콘셉트를 좀 더 바꾸고 다양한 공간사업자와 논의를 한 끝에 어렵게 행사진행을 결정하느라 참가신청 공지가 늦어진 점 널리 이해 부탁드린다”며 아트토이 및 캐릭터 전반 아티스트 관련 기업의 참여를 독려한 바 있다.

 

애니메이션 상영회가 열린 공간.(사진=김금영 기자)

또한 올해엔 가나아트가 행사의 주최로 참여하지 않았다. 미술계 대표 화랑인 가나아트는 아트토이에 대한 관심을 기반으로, 해당 분야의 전문 작가들을 아트토이컬쳐에 세우고 소개하는 데 협력해 왔다. 하지만 올해엔 아트벤처스만 주관/주최에 이름을 올렸다. 참여 작가들의 작품과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을 담은 도록도 올해엔 발간되지 않았다.

이 모든 상황들이 작가들의 ‘작품’을 보기보다는 대형 기업의 ‘제품’ 전시장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만들었다. 올해 아트토이컬쳐가 ‘아트토이뿐 아니라 캐릭터, 피규어를 사랑하는 누구나’를 주요 타깃으로 삼았다는 걸 감안할지라도 유독 아트토이의 설 자리가 지난해와 비교해 많이 줄어든 느낌이었다.

 

인기 캐릭터 ‘스푼즈’ 관련 부스.(사진=김금영 기자)

현장을 찾은 한 관람객은 “다양한 아트토이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규모도 많이 축소되고 행사의 성격도 많이 변한 것 같아 아쉽다. 단순 플리마켓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관련해 “단순히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캐릭터 장난감을 파는 게 아니라, 아트토이 장르를 대중에게 소개하고, 아트토이를 장난감이 아닌 예술가의 작품으로 인식하게 하는 방향성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과거 의견을 밝혔던 참여 작가의 말 또한 떠올랐다.

아트토이 작가들을 알렸던 아트토이컬쳐에서 정작 아트토이가 사라지고 있다. 여타 캐릭터 페어들과 구분됐던 확실한 콘셉트가 점차 결여되는 느낌이다. 앞으로 아트토이컬쳐가 갈 방향은 무엇일까? 이제 진짜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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