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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멸망 뒤 어떤 화석으로 발견될까?”

멜팅포트 기획 ‘지하관측소: 여기는 알레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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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금영⁄ 2019.06.26 11:46:56

MM Yu, ‘재고 목록(Inventory)’. 종이에 잉크젯, 400 x 120cm. 2002-2018. ⓒ MM Yu

“인류가 사라지고 난 뒤, 우리의 흔적은 어떤 이미지의 화석으로 발견될 것인가?”

스페이스22 익선이 주최하고 멜팅포트가 기획한 ‘지하관측소; 여기는 알레프’가 6월 28일~8월 10일 열린다. 이번 전시는 멜팅포트의 2019 연간 프로젝트인 ‘인류세의 정원’의 일환이다. ‘인류세의 정원’은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시간적 배경인 2019년을 맞이해 인류 절멸 이후에 발견되는 특정한 지질학적 연대를 뜻하는 인류세를 주제로 한 연속 기획을 선보인다.

앞서 열린 첫 기획전 ‘Another 나쁜 セカイ(어나더 나쁜 세카이, 5월 22일~6월 23일)’는 인류가 오랫동안 간직해 온 멸망에 관한 불안에 기인해 부정(否定)의 또 다른 세계를 상상한 작가들의 예술적 세계관을 담았다.

 

권도연, ‘고고학 #17’. 피그먼트 프린트, 105 x 135cm. 2015. ⓒ 권도연

이번 전시는 인류가 지구에서 사라진 뒤 오늘날 인간이 영유하는 사물과 환경 그리고 비물질적 이미지의 흔적들이 어떤 화석으로 발견될 수 있는지 상상하며 출발했다. 전시 제목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단편소설 ‘알레프’(1945)에서 유래했다. 알레프는 “모든 각도에서 본 지구의 모든 지점들이 뒤섞이지 않고 있는 곳”으로, 소설 속에서 알레프의 직경은 2~3센티미터 정도이지만 우주의 공간은 전혀 축소되지 않은 채 알레프에 드러나는, 일종의 상징적 소우주다. 알레프의 유리 표면에 반사된 세상의 빛처럼 인간의 세계를 이루는 무한히 많은 사물들의 반영을 스페이스22 익선의 지하 전시공간에 담고, 이를 관찰할 수 있는 관측소를 마련했다.

권도연, 무진형제, 유비호, 장서영, MM Yu 작가는 작업을 통해 각각 수집가, 기록자, 고고학자, 예언자 등의 다양한 태도로 일상에서 미래의 화석들을 건져내고, 인류세의 시점에서 현재의 우리를 되돌아보는 저마다의 방식을 사진, 영상설치 작품으로 선보인다.

 

유비호, ‘예언가의 말’. 싱글 채널 비디오, 13분 30초. 2018. ⓒ 유비호

MM Yu 작가는 필리핀 마닐라의 시장과 상점에서 촬영한 수백여 점의 사진 시리즈 ‘Inventory(재고 목록)’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에서 거래되는 욕망의 공급과 수요의 현실을 포착한다. 무진형제는 총 80여 점의 슬라이드를 디지털화한 영상작업 ‘목하, 세계진문(目下, 世界珍門)’에서 쥘 베른의 ‘해저 2만리’는 지금 우리가 사물을 바라보고 그것을 앎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소설 속 아로낙스 박사가 잠수함 속에서 발견하는 바깥세계를 관찰하고 이를 분류해 이름을 붙여 기록한 방식처럼, 무진형제는 현대적 이미지의 중첩과 고전 텍스트 문장의 사용을 통해 롯데타워 지하 아쿠아리움과 최고층 스카이라운지 사이의 세계를 탐색한다.

권도연 작가는 ‘고고학’ 시리즈에서 작업실 주변을 떠도는 개와 함께 인근의 산을 어슬렁거리며 고고학자의 태도로 땅을 파고, 그 속에서 발견한 사물들을 사진에 담는다. 발견된 사물들은 그것들이 온전했을 때의 효용은 사라지고, 정체를 가늠하기 어려운 유물로서 효용을 제외한 전혀 다른 가능성을 드러낸다. 장서영 작가는 ‘아주 중요한 내장을 위한 기념비’에서 회전하고 있는 뒤집힌 양말을 통해 개인의 세계인 ‘안’과 물성의 세계인 ‘밖’의 인식적 전복을 시도한다.

유비호 작가의 영상설치 작업 ‘예언가의 말’은 미래의 누군가가 오늘의 인간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죽음의 세계에서 지상으로 빠져나온 오르페우스에 빗대어 이미 죽은 자가 오늘을 사는 이들에게 전하는 조언이자, 동시대를 반영한 묵시록적 서사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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