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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준동의 역설…삼성전자 임원들 웃은 이유

끄떡없는 한국 증시, 맷집 세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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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45호 도기천 기자⁄ 2019.07.29 09:47:31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위해 일본 현지 기업들을 방문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2일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도기천 기자)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 규제가 시작된 이후 국내 관련기업들의 주가가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일부 업종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으며, 수출규제 대상인 반도체 소재와 관련된 종목 또한 공급축소 우려로 상승세다. 한국경제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는 당초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있다. 애국심에 기댄 일시적 현상일까. 한국경제의 맷집이 세진 걸까.

“한국기업들 주가는 거의 타격이 없거나 오히려 상승했지만, 일본 관련 종목들은 대체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23일 한국거래소 관계자)

일본이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의 한국 수출을 규제하는 조치를 발표한 지난 1일 이후, 코스피(종합주가지수)는 현재까지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규제발표 직전 거래일인 지난달 28일 2130으로 마감했는데, 23일 종가는 2101로 큰 변화가 없다. 그나마 다소 하락한 이유는 일본의 수출규제 보다는 미중 무역분쟁과 예상보다 저조한 2분기 기업 실적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양대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합계는 현재(23일 종가기준) 339조 7373억원으로 일본이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발표하기 직전(지난달 28일)의 331조 1759억원보다 8조 5614억원(2.58%) 늘었다.

이 기간 삼성전자 주가는 반도체 생산 차질 우려에 한때 5% 가량 떨어졌다가 차츰 살아나 현재는 4만7300원(23일 종가기준)으로 수출 규제 발표 직전(4만7000원) 수준을 상회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주가는 6만9500원에서 7만8800원으로 13.38%나 상승했다.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18일 세종시 유니클로 세종점 앞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반도체의 역설…일본이 삼성 도와준 셈?

양사 주가가 이처럼 선방한 것은 일본 수출 규제로 반도체 공급량이 조절(감산)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반도체 가격이 오르고 있기 때문. 현재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반도체 굴기(屈起)’를 선언한 중국 정부가 반도체 생산규모를 크게 확대한 탓에 공급과잉 상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 등에 따르면 PC에 주로 사용되는 DDR4 8기가비트(Gb) D램 제품의 현물 가격은 지난주(19일 기준) 3736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주 보다 14.6%나 오른 것이며,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발동된 직후인 5일에 비해서는 무려 23.3%나 높은 가격이다.

또 상대적으로 저사양 제품인 DDR3 4Gb D램의 경우 지난 5일 평균 1.42달러에 거래되던 것이 지난 19일에는 1.775달러까지 오르면서 2주일 만에 25.0%나 급등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와 USB 드라이브 등에 사용되는 64Gb MLC(멀티플 레벨 셀) 낸드플래시 제품 현물 가격 역시 6.1% 올랐다. 이는 반도체 경기가 호황이던 2017년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상황을 6년 전과 비슷한 경우로 보고 있다. 2013년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실적 쇼크 우려가 제기됐지만, 이후 공급이 딸리면서 D램 가격이 40% 넘게 급등했었다.

이런 가운데 5~6월에 삼성전자 임원들이 자사주 매수에 나선 사실이 알려져 주목된다. 반도체·디스플레이(DS)부문 대표인 김기남 부회장, IM(IT·모바일)부문장인 고동진 사장 등 CEO급 임원들 5~6명이 적게는 1억원 안팎에서 많게는 10억원대까지 자사주를 매입했는데 이들의 평균 매수단가는 4만2000원대다. 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4만7000원대로 당시보다 10%가량 올랐다. 일본의 수출규제를 예측하고 매입한 것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이번 사태로 득을 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1년 반 넘게 하락세를 이어오던 메모리 가격이 일본의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이후 급등하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생산라인 가동에 실제로 차질이 발생할 경우 메모리 가격이 한 단계 더 수직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번엔 다르다” 거센 반일 열풍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번지면서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국내기업들의 주가도 상승세다. 일본의 이번 조치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노동자에 대한 한국 법원의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성격임이 알려지면서 한국 소비자들의 반일 열기가 어느 때보다 고조됐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일본산 맥주, 라면, 과자 등의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이달 들어 아사히, 기린 등 일본 맥주 매출이 전월 대비 30% 이상 감소했다. 일본 라면과 일본산 소스·조미료 또한 비슷한 수준의 감소세를 보였다.

롯데마트도 비슷한 상황이다. 최근 3주간 일본 맥주의 매출이 전월 동기 대비 15.2%, 일본 라면 매출은 26.4%, 일본 과자류의 매출은 21.4% 감소했다.

GS25, CU,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에서도 일본 상품은 찬밥 신세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일본 맥주의 하락폭이 두드러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품목이 확대되고 감소 폭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국산 제품들의 매출은 호조세다. 대표적인 예는 하이트진로다. 이 회사의 전신은 1933년 설립된 ‘조선맥주’다. 1952년 주력상품인 크라운맥주를 출시했고 1993년 하이트맥주를 선보이는 등 토박이 맥주회사로 자리매김해 왔다는 점에서 ‘애국 테마주’로 꼽힌다.

 

과거사 문제에서 비롯된 한일 간 갈등이 경제 분쟁으로 확산되면서 재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396차 수요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일본의 사죄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일본의 수출규제 발표 직전인 지난달 28일 1만원이었던 이 회사 주가(종목명: 하이트진로홀딩스우)는 현재(23일 종가기준) 1만4500원으로 45%나 급등했다. 글로벌 주류기업인 AB인베브가 대주주인 오비맥주는 국내증시에 상장되어 있지 않아 상대적으로 하이트의 주가가 많이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문구류 업체인 모나미는 소비자에게 인기인 하이테크, 제트스트림 등 고가의 일본산 볼펜을 대체할 업체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 모나미는 일본산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온라인몰 문구류 매출이 5배나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8일 2595원이었던 주가는 현재(23일 종가기준) 4150원으로 무려 60%나 올랐다.

반면 불매 운동의 영향으로 롯데그룹 일부 계열사들의 주가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유니클로 한국법인의 지분 49%를 가진 롯데쇼핑은 현재까지 10% 넘게 주가가 내렸고, 일본 맥주 아사히를 수입·유통하는 롯데아사히주류 지분의 절반가량을 보유한 롯데칠성도 비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일 분쟁, 지금부터 진짜 시작

하지만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지금 같은 반사이익이 계속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일본으로부터의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통상 불균형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과 한국경제 전반에 상당한 악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엇갈린다.

당장 발등의 불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우방국에 대한 수출 절차 간소화 대상)에서 한국이 제외될 가능성이다. 이 경우 총1112개 품목이 수출 규제 적용을 받게 된다.

이렇게되면 대표적인 수출기업인 현대차의 수소차 플랜이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FCEV(수소차) 비전 2030’을 통해 2030년까지 7조6000억원을 들여 수소차 생산 능력을 연 50만대로 늘리고 5만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초대형 플랜을 진행 중인데, 수소연료탱크 소재인 탄소섬유를 일본 도레이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 18일 일본으로 날아간 것도 이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CNB에 “현재는 한일 양측이 과거사를 놓고 대립하는 정치적 성격이 짙어 보이지만, 장기화 될 경우 아시아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며 “한·일 양국이 타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서 재계의 ‘공포 지수’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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