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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LG·두산 상속세에 쏠린 두 시선

“재벌 페널티” vs “부 대물림 과세 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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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45호 이성호 기자⁄ 2019.07.29 09:47:31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두번째)이 지난  6월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업상속 지원세제 개편방안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이성호 기자) 조만간 실체가 드러날 ‘2019년 세법개정안’에 포함된 상속세 개편과 관련해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재계의 오랜 숙원인 상속세 부담 완화가 이뤄질지 촉각이 곤두서고 있는 것. 하지만 ‘부의 대물림’ 지원이라는 곱지 않은 시각도 존재한다.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찬·반 의견을 정리해본다.

기획재정부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경제활력 제고를 명목으로 ‘가업상속지원세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가업상속공제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일정 요건(영위기간 10년 이상)에 해당하는 가업으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제외한 매출액 3000억원 미만의 기업의 상속에 대해 최대 500억원까지 상속세를 예외적으로 공제해 주는 제도를 말한다.

이는 중소·중견기업의 장기간 축적된 기술·경영 노하우의 안정적 승계를 지원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 등 경영계에서는 가업상속공제를 받게 되면 10년 간 업종·지분·고용유지 등 사후관리 요건을 충족시켜야 함에 따라 경영 현실에 비해 지나치게 엄격해 실효성이 낮다는 주장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실제로 이 제도의 연간 이용실적을 보면 2016년 76건(3184억원), 2017년 91건(2226억원)에 불과하다.

이에 정부는 현행 10년의 사후관리기간을 7년으로 단축하고, 업종변경 허용 범위도 표준산업분류 상 소분류에서 중분류 내까지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고용유지 의무도 사후관리기간 10년간 통산해 상속 당시 정규직 근로자 수의 100% 이상 유지(중견기업의 경우 120% 이상 유지)에서 중견기업의 사후관리기간 통산 고용유지 의무를 중소기업 수준으로 완화(기준 인원의 120% → 100%)시킨다는 복안이다.

기재부는 이 같은 내용을 ‘2019년 정부 세법개정안(상속증여세법)’에 반영해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이며 오는 9월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모처럼 정부가 기업가들에게 우호적인 정책을 내놨지만, 재계에서는 마뜩지 않은 표정이다.

경총 등에서는 이 개편방안이 “그동안 요구한 내용에 비해 크게 미흡해 회사승계를 추진하려는 기업들이 규제완화 효과 자체를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대한상의도 앞서 사후관리기간을 5년으로 단축해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한진·LG 등 천문학적 상속세

여기에 더해 재계는 근본적으로 상속세율 인하를 촉구하고 있다.

상속세는 재산 규모에 따라 세율이 달리 매겨지는데 통상 5억~10억원까지는 세금이 없거나 미미하다. 하지만 상속 재산이 30억원을 넘으면 최대세율인 50%를 적용받는다. 여기에다 최대주주 지분을 50% 미만 상속·증여할 때는 20%, 50% 이상 상속·증여할 때는 30% 할증된다. 이를 감안하면 최고세율은 65%까지 높아진다. 1000억을 상속받거나 증여받는다면 최대 650억원의 세금을 내야한단 얘기다.

이는 주요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학계에 따르면 실제 상속세를 내는 비율인 실효세율이 일본, 독일, 미국 보다 우리나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최근 그룹을 승계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은 막대한 금액의 상속세를 내야 하는 처지다.

한진그룹은 조양호 회장이 지난 4월 별세함에 따라 조 회장이 보유했던 한진칼(17.84%), 한진(6.87%), 대한항공(0.01%), 대한항공우(2.4%), 정석기업(20.64%) 등의 지분을 아들 조원태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상속 중인데 상속세 총액이 2600억원 규모다.

LG그룹은 작년에 구본무 회장이 타계하면서 총수 자리에 오른 구광모 회장이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LG 주식 8.8%에 대한 상속세가 무려 7155억원에 이른다. 판토스 보유 지분(7.5%) 매각 대금 등으로 일부(1536억원)를 냈으며, 주식담보대출로 나머지 세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두산그룹은 박용곤 명예회장이 지난 3월 별세하면서 장남인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으로의 지분 상속이 진행되고 있다.

재계는 이 같은 높은 세금을 내게 되면 가업승계의 의미가 사라지게 되고, 투자 의욕이 저하되며, 심지어 기업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경영권 방어수단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경영제도에서는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재계는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는 물론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를 부르짖고 있다.

이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입장은 상속세율은 그대로 유지하되 최대주주의 상속세 할증률을 조정해주는 방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서도 가업상속공제 개편과 더불어 최대주주의 주식 상속에 적용하는 할증평가 폐지에 긍정적이다. 이에 곧 공개될 세법개정안에 이 내용이 포함될지 예의주시되고 있다.

시민단체 “세금 줄이는 상속은 안돼”

반면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른바 ‘부의 대물림’을 용이하게 해준다며 날선 비판을 가하고 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산불평등은 심각한 상황으로 상위 50%가 전체 자산 중 98.2%, 상위 5%가 전체 자산 중 50%, 상위 1%가 전체 자산 중 25%를 가지고 있다.

상속세율이 높다고 하지만 기초·일괄·인적·물적 등 각종 공제로 인해 실제 상속세를 납부하는 사람은 2017년 기준 납부 대상자의 2.45%에 불과하고 최종적인 실효세율도 28.6%로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오히려 부의 재분배를 위한 상속세가 제 기능을 발휘해야 한다는 게 시민사회단체의 주장이다.

이들은 가업상속공제 문턱이 높아 이용률이 떨어진다는 재계 측 주장에도 일침을 놓는다. 우리나라의 외감 기업 3만1899개 중 가업상속공제 대상이 되지 않는 기업은 전체의 3.5%에 불과한데 신청기업의 수가 적은 것은 이 제도를 이용하지 않아도 가업상속에 문제가 없었음을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는 것.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과세가 중소기업에는 미치지 않기 때문에 이를 과세해서 중소·중견 기업 모두 편법을 사용하지 않고 가업승계 제도를 활용하게 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얘기다.

참여연대는 현행 상속세 제도의 공제가 과다함에 따라 공제 수준을 축소해야 하고, 가업상속공제의 경우 제도의 취지에 맞게 대상을 비상장기업·중소기업으로 좁히고 공제한도도 줄여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참여연대 관계자는 CNB에 “기업에서 인수합병 등을 할 때 단순히 주식가격만 따지는 게 아니라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는다”며 “소유주가 상속자에게로 이전되는 것도 같은 맥락인데 (재계에서) 이때는 빼달라고 하는 것은 논리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유리할 때는 가산하고 불리할 때 없애라고 하는 것은 자가당착의 오류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

경실련에서도 가업상속공제가 본래의 취지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은 지속적으로 할 필요가 있지만 이 과정에서 ‘세금 없는, 세금 줄이기 위한 상속’으로 악용돼서는 결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찬·반이 엇갈리는 가운데 향후 국회에서 ‘부의 세습’이라는 논란을 어떻게 피해갈지 뜨거운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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