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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받는 ‘일본 기업’ … 진실은?

투자만 받아도 … “옥석 가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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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46호 정의식 기자⁄ 2019.08.12 10:30:58

7월 25일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 참가 사연 등을 밝히는 ‘일본대사관 앞 시민 촛불 발언대’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정의식 기자) 일본의 갑작스런 수출 규제 조치에 분노한 국내 소비자들의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확산일로인 가운데, 일각에선 일본기업으로 분류하기 애매한 일부 기업을 불매운동의 타깃으로 삼아선 안된다며 신중을 기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국내기업임에도 일본기업이 일부 지분을 갖고 있어 오해받는 다이소, 일본계 자본의 투자를 받은 쿠팡 등이 대표적 케이스다. 반대로 한국기업인줄 알았던 몇몇 기업은 ‘노노재팬’ 등을 통해 실체가 드러나며 뒤늦게 소비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달 초부터 시작된 일본과 우리 정부의 수출 규제 관련 대립 국면이 3주째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개싸움은 우리가 한다. 정부는 정공법으로 나가라”라는 캐치프레이즈 하에 자발적 일본 불매 운동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특히 7월 11일 웹개발자 김병규 씨가 제작, 공개한 일본제품 대체재 웹페이지 ‘노노재팬’(nonojapan.com)은 일본기업들의 브랜드와 제품을 알려주는 한편,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국산 혹은 해외 브랜드를 대안으로 제시해 국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26일 현재 이 사이트에는 유니클로, 아사히맥주, 기린맥주 등 총 123개의 일본 기업 및 브랜드가 불매 운동 대상으로 지목됐다.

재미있는 건 노노재팬을 통해 그간 막연하게 일본기업이겠거니 생각했던 기업들이 알고보니 일본과 대단한 인연이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하고, 반대로 오히려 전혀 일본색이 없었던 기업이 알고보니 일본기업이었던 사실이 드러난 것.

투자 받았다고 일본기업? “아닙니다”

전자의 대표적인 케이스는 다이소다. 다이소(Daiso)는 브랜드 명칭부터 일본어이고, 일본 다이소산업의 지분이 34%에 달해 그간 한국과 일본의 대립이 격화될 때마다 일본기업 아니냐는 눈총을 받아왔다.

다이소 측에 따르면, 일본 다이소는 투자자로 배당금만 가져갈 뿐이고, 완전한 독립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 판매제품도 국내산이 70%가 넘어, 일각에서 제기되는 ‘일본제품의 국내 교두보’라는 지적도 맞지 않다는 해명이다. 노노재팬 역시 다이소를 일본기업으로 분류하지 않고 있다.

온라인쇼핑몰 ‘쿠팡’ 역시 비슷한 케이스로 분류된다. 쿠팡은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 계열 벤처펀드로부터 약 30억달러(한화 약3조3700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투자받아 “사실상 일본자본이 주인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CNB 취재결과, 쿠팡은 2010년 하버드대 출신 인재들이 의기투합해 한국에서 설립한 회사였다. 각종 공시자료에 따르면, 사업의 99% 이상이 한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일본으로 배당금이 들어가고 있다”는 일부 누리꾼들의 주장도 사실이 아니었다. 쿠팡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투자를 받은 이후 이익을 낸 적이 없어 배당금을 지급한 적이 없었다.

쿠팡 관계자는 CNB에 “2만5000명의 일자리를 만들어 연간 1조원의 인건비를 우리 국민에게 지급하고 있다”며 “쿠팡을 음해하려는 집단이 퍼뜨린 거짓뉴스”라고 밝혔다.

이외에 동아오츠카, 에스원, 와코루, 라이온코리아 등도 일본기업과 관련이 있지만 사실상 한국 기업·브랜드에 가깝다는 이유로 노노재팬 불매 리스트에서 제외됐다.

먼저, 동아오츠카의 경우 동아쏘시오홀딩스(49.99%)와 오츠카제약(50%)의 합작사로 일본기업의 지분이 큰 건 사실이지만,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으며, 포카리스웨트 역시 국내에서 생산하는 완전한 국내제품이라는 해명이다.

보안서비스 ‘세콤’을 운영하는 에스원의 경우 한국지분이 약 38%로 일본세콤 지분 25.65%보다 많은 삼성그룹 계열 보안업체로 국내에서 약 약 6500명을 고용하고 있다. 와코루 역시 신영와코루 지분(45%)이 일본와코루홀딩스(25%)보다 많으며, 로열티를 전혀 지급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라이온코리아 역시 과거 CJ가 보유했던 지분이 모두 사라져 일본 라이온이 100%를 보유한 건 맞지만, 비트, 참그린 등 주요 제품이 모두 한국에서 개발, 생산된 브랜드이고, 국내에서 창출된 수익을 일본에 일체 지급하거나 배당하지 않으며, 국내 사회공헌 활동도 활발히 해온 브랜드라고 해명했다.

데상트·돌, 프랑스·미국 기업 아니었어?

반대로 일본기업이지만 국내에 그 사실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브랜드도 많다. 데상트, 돌(Dole), 미니스톱 등이 대표적이다.

데상트(Descente)는 그간 일본 브랜드라는 사실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대표적인 브랜드다. 데상트는 프랑스어로 ‘활강’이라는 뜻이어서 프랑스 기업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 하지만 데상트는 지난 1935년 일본에서 설립된 이시모토상점에서 시작된 브랜드다. 국내에서 엄브로, 르꼬끄 스포르티브, 르꼬끄 골프, 먼싱웨어, 스킨스, 데상트 골프 등의 브랜드도 판매하고 있다. 현재는 매출의 50% 이상이 한국에서 발생해 사실상 한국이 핵심시장이 됐다.

문제는 이 회사의 대주주가 일본의 유명 극우기업 ‘이토추상사’라는 점. 이토추상사는 일본의 5대 종합상사 중 하나로 미즈호그룹 소속이다. 이 회사의 전임 회장이었던 세지마 류조(1911~2007)는 구 일본군 장교 출신 기업가로, 패전 이후 일본의 전쟁범죄 부정, 침략행위 옹호 등 극우운동의 주도자 역할을 했으며, 일본정부의 비공식 한국 특사로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등에게 다양한 자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토추상사는 올해 초 데상트가 한국사업에 지나치게 편중됐다며 원래 보유했던 지분 30%를 적대적 인수합병을 통해 40% 이상으로 늘려 지배권을 강화했다. 이에 국내 소비자들은 “불매운동을 안 할 이유가 없다”며 적극적 불매에 나서는 분위기다.

바나나·파인애플 등 열대과일로 유명한 글로벌 청과회사 ‘돌’(Dole)도 일본기업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놀라움을 주고 있다. 돌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이 회사가 지난 2013년 포장사업부문과 아시아지역 청과 사업부를 일본 이토추상사에 약 17억달러(한화 약 2조원)에 매각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지역 청과 사업은 일본이 관리 중이며, 돌코리아 역시 일본기업에 속한다.

미니스톱의 경우 일본 이온그룹 산하의 편의점 브랜드로, 국내에선 점포수 기준 5위(2018년말 2533개)의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은 국내 대상그룹이 2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지난 5월 30일 대상그룹이 지분 전량을 일본 이온그룹에 매각하면서 일본 미니스톱 96.06%, 미쓰비시 3.94% 등 100%의 지분이 일본 기업 소유다.

이에 따라 노노재팬에서는 미니스톱을 일본기업으로 분류했으며, 대체상품으로는 GS25와 이마트24, CU 등 국내 편의점 브랜드를 소개하고 있다.

다만, 이온그룹이 일본에서 그간 재일외국인 투표권 운동에 꾸준히 동참해왔고, 창업주의 손자인 오카다 가쓰야 전 일본 외상이 과거 민주당 집권 시절 한국에 우호적인 입장을 피력한 정치인이라는 이유로 ‘#친한기업’이라는 해쉬태그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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