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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맥주 아웃’ 빈자리 주인공은?

일본발 폭풍에 맥주시장 지각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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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46호 김수식 기자⁄ 2019.08.12 10:30:58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거세지고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8월 4일 서울의 한 마트의 주류 코너에 일본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김수식 기자)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맥주업계의 희비가 엇갈린다. 하이트진로는 신제품 ‘테라’가 인기를 얻으며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는 평가다. 반면, 오비맥주와 롯데주류는 온도차가 있다. 출렁이는 맥주업계를 들여다봤다.

맥주업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길어지면서 일본맥주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애국맥주’를 마시자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편의점에서 가장 먼저 변화가 일어났다. 한일 갈등이 불거진 7월초 이후 일본맥주 판매량이 크게 줄었다.

편의점 CU에서는 7월 한 달간 일본 맥주 매출이 전원대비 51% 떨어졌다. 반면, 일본맥주를 제외한 수입맥주는 7.5%, 국산맥주는 7.2% 올랐다. 또 GS25에서는 일본맥주가 44% 감소했고, 국산맥주는 5.5% 증가했으며, 세븐일레븐에서는 일본맥주가 33%줄고, 국산맥주는 4.3% 늘었다.

이 같은 상황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GS25,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편의점업계는 이달부터 맥주할인 행사에서 일본맥주를 제외했다. 기존 수입맥주 4캔을 묶어 1만원에 판매하는 행사에서 이제 아사히와 삿포로 맥주, 기린이치방, 산토리 등은 볼 수 없게 됐다. 그 자리는 칭따오와 호가든, 1664블랑으로 채웠다.

이렇듯 일본맥주 판매가 주춤하면서 국내 맥주업계의 수혜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 롯데주류(롯데칠성음료) 등 맥주 3사의 표정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하이트진로는 가장 큰 수혜자로 꼽힌다. 이 회사의 전신은 1933년 설립된 ‘조선맥주’다. 1952년 주력상품인 크라운맥주를 출시했고, 1993년 하이트맥주를 선보이는 등 순수 국내산 맥주로 꼽히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3월 신제품 ‘테라’를 출시했다. 출시 100일만에 1억병을 돌파하는 등 큰 인기를 누렸다. 이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 지난달 중순부터 새로운 영상 광고를 공개하는 등 마케팅에 박차를 가했다. 이 와중에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테라는 지난달 판매량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김정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신제품 테라 판매량이 3월 40만, 4월 67만, 5월 94만, 6월 134만, 7월 140~150만 상자로 월별 성장세를 지속 중”이라며 “생맥주가 출시되는 이달 이후 목표치는 월 200만 상자로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국내 맥주업계 1위 오비맥주는 좋은 기회가 왔음에도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매각설이 나온 데다, 임시적으로 진행하는 특별할인 이벤트도 반발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주류 3사 분위기 ‘온도차’

주류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최근 대주주인 AB인베브가 보유 지분을 매각하려 한다는 소문에 휩싸였다. AB인베브가 외국계 증권사들을 통해 롯데와 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과 국내외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에 인수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는 것.

이에 오비맥주는 매각설이 홍콩 증시 상장 철회와 함께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일 뿐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회사의 적극적인 해명에 매각설은 점차 수그러들었지만, 다른 문제가 생겼다.

오비맥주는 8월 한 달 간 ‘카스’와 발포주 ‘필굿’ 특별할인 판매를 시작했다. 카스는 병맥주 500㎖ 기준 출고가를 1203.22원에서 1147원으로 4.7% 내렸다. 필굿도 355㎖, 500㎖ 캔이 각각 10%, 41% 인하해 판매하고 있다.

이에 전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가 반발하고 나섰다. 이번에 출고가가 인하된 카스 병맥주 가격이 지난 4월 인상 전 가격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도매상들은 8월 성수기를 준비하기 위해 창고에 쌓아 둔 재고까지 할인된 가격에 팔아야 하는 부담이 생긴 것이다.

롯데는 반사이익은커녕 불똥을 맞고 있는 형국이다. 롯데칠성음료가 일본 아사히그룹홀딩스가 지분을 50% 갖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일각에선 롯데가 생산·판매하는 소주 브랜드 ‘처음처럼’이나 ‘클라우드’에 대해서도 불매운동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때 국내 수입맥주 가운데 가장 많이 팔렸던 아사히의 시장 점유율은 18%에서 15%로 줄었다.

이처럼 국내맥주 3사가 일본 맥주의 빈자리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는 이들도 있다.

여름성수기에 대비해 미리 일본 맥주를 대량 구입해둔 편의점주, 식당 사장들은 재고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한 편의점 점주는 CNB에 “술에 취한 손님이 편의점에 와서는 아사히 맥주를 전부 꺼내며 치우라고 했다”며 “일단 손님들이 눈치를 주니 창고에 쌓아두고 있는데 재고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자카야를 운영하는 한 식당 주인은 “식재료를 전부 국내산으로 바꾸고 있지만 손님은 계속 줄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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