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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韓 기업” 反日 틈 탄 ‘애국 마케팅’ 떴다

탑텐 등 토종 SPA ‘약진’ … GS25 등 유통가도 ‘태극기’ 내세워 … 바디프렌드·푸조 등도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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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48호 이동근⁄ 2019.08.18 09:24:51

일본산 제품 불매 운동이 거세지면서 소위 ‘애국 마케팅’이 활발해지고 있다. 반사이익을 노린다는 비판도 일부 있지만, 당장 매출 상승 보다는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 입장에서는 놓치기 어려운 기회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다만 과도한 ‘애국’ 강조는 자칫 역효과로 이어질 수도 있어 소비자를 설득할만한 ‘이야기’를 배경으로 내세워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온다. cnb저널에서는 최근 진행되는 애국 마케팅 현황과 과서 사례를 살펴보았다.

 

일본 본사 임원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 폄하 때문에 한국에서 ‘공공의 적’이 된 일본계 SPA 업체 유니클로 모델(오른쪽)이었던 이나영이 한국 SPA 업체 탑텐의 모델(왼쪽)이 되면서 탑텐은 반사 이익을 크게 보게 됐다. 출처 = 신성통상·유니클로 에어리즘 광고

 

패션업계, 유니클로 대항마들 ‘약진’

애국 마케팅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분야는 패션업계다. 일본 SPA(Speciality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제조유통일괄형) 브랜드 유니클로가 논란이 되면서 신성통상의 브랜드 ‘탑텐’과 이랜드의 ‘스파오’ 등 국산 SPA 브랜드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탑텐의 경우 발빠르게 애국 마케팅을 벌여 빠르게 주목받았다. 7월 초 ‘8.15 캠페인 티셔츠’를 출시하는 등 관련 상품을 8월 전부터 연이어 출시해 온 것이다.

충실한 ‘이야기’도 뒷받침 됐다. 탑텐 측에서 공식적으로 ‘반일’ 메세지를 담지는 않았지만 일본 본사 임원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 폄하 때문에 한국에서 ‘공공의 적’이 된 유니클로의 홍보 모델이었던 배우 이나영이 탑텐의 공식 모델이 되면서 유니클로의 대척점에 서게 된 것이다.

게다가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이 유니클로 등 해외 SPA브랜드가 국내 시장을 지배하는 것에 자극 받아 탑텐을 만든 것이 알려진 사실도 주목받았으며, 기능성 내의 상품 ‘쿨에어’는 불매운동 대상이 된 유니클로의 ‘에어리즘’을 대신할 만한 상품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어려모로 유니클로 대체 브랜드로 꼽히는 분위기다.

다른 국내 브랜드 들도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이랜드월드의 SPA 브랜드 ‘스파오’는 환경부와 ‘쿨맵시 캠페인’을 벌이는 한편, 가수 노라조와 공동 작업한 쿨테크 상품인 ‘스파오 X 노라조’를 내세워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이랜드의 악세서리 브랜드 라템에서도 광복절을 기념해 무궁화를 테마로 한 ‘가장 예쁜 빛, 무궁화 시계·목걸이 2종 세트’를 출시, 수익금 일부를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에 기부해 독립유공자 후손을 도울 예정이라고 밝혀 애국 마케팅 색을 더했다.

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비, 즉 저렴하면서 좋은 상품)가 뛰어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는 무신사 스탠다드도 주목받고 있다.

SPA 브랜드는 아니지만 BYC도 ‘토종 브랜드’를 내세워 반사이익을 보고 있으며, 아웃도어 브랜드 K2도 ‘2019 코볼드 독도 에디션’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K2는 그간 일본이 지속적으로 언급한 독도 망언 등에 올해 러브코리아 프로젝트에서 3·1절 기념 재킷과 소셜 벤처 업체 독도문방구와 협업해 진행한 독도 티셔츠를 출시한 바 있어 호평을 받고 있다.

 

유행에 민감해서일까. 유니클로 논란도 있었지만, 애국 마케팅이 가장 먼저 펼쳐진 곳은 패션업계 였다. 위로부터 탑텐 ‘광복절 티셔츠’, 이랜드월드의 SPA 브랜드 ‘스파오’의 태권브이 콜라보 배너, K2 ‘2019 코볼드 독도 에디션’. 출처 = 각 사 홈페이지.


GS리테일 비롯 유통가도 ‘애국’ 앞세워

유통업계도 애국 마케팅이 한창이다. 특히 GS그룹의 창업주가 허만정 선생인 GS리테일의 경우 가장 적극적으로 꼽힌다. 허만정 선생은 100여 년 전 독립운동 단체인 ‘백산상회’ 설립에 후원금을 마련하는 등 독립운동에 이바지한 인물이다.

편의점 GS25는 ‘태극기 역사 알리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최근 모든 도시락 상품에 태극기의 역사를 알리는 스티커를 부착했으며 GS수퍼마켓, 랄라블라, GS프레시 등에서는 한반도와 독도가 그려진 ‘독도사랑 에코백’을 제공하고 있다.

CU는 8월 한 달간 프로필 사진 이벤트, 포토카드 인증샷 이벤트 등으로 이뤄진 '#독립 다시새기다' 캠페인을 실시하며, 세븐일레븐은 광복절을 맞아 국외 독립운동 사적지 탐방 기회를 제공하는 '나라사랑 이벤트'를 진행한다.

 

유통업계도 애국 마케팅이 한창이다. 위는 GS25의 도시락 스티커와 독도 사랑 에코백 이미지. 아래는 CU 광복절 캠페인 배너. 출처 = 각 사.

 

홈플러스는 오비맥주와 협업해 ‘카스 태극기 패키지’를 단독 한정 출시했다. 국산 맥주 판매 장려를 위해 기획된 이번 패키지는 카스 캔맥주 12개를 파란색 바탕에 태극 무늬가 프린트된 파우치에 담아 판매하고 있다.

이마트24는 독립군의 승리를 다룬 영화 ‘봉오동 전투’와 손잡고 만든 ‘반합 도시락’을 출시했으며, 이랜드리테일은 독립유공자 후손을 돕기 위해 ‘태극 물결 챌린지’ SNS 기부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홈쇼핑 업계도 광복절 마케팅에 참가 중이다. NS홈쇼핑은 15일까지 815 광복절 맞이 대표 상품을 온라인 최저가로 구매할 수 있는 5% 할인 쿠폰도 지급했으며, 공영쇼핑은 광복절을 맞이해 ‘러브K’를 실시, 적립금 지급 및 ‘러브K 패키지’ 증정 행사를 진행했다.

이밖에 바디프랜드가 1일 ‘동포에게 고합니다’라는 문구를 내세워 광복 74주년 기념 8·15 보상 운동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 회사는 아예 “항일(抗日) 우리는 일제 일색의 안마시장에 항거해, 극일(克日) 기술, 디자인, 품질, 서비스, 고객 만족 등 모든 분야를 실력으로 극복하고 승일(勝日) 마침내 따라올 수 없는 세계 1위로 우뚝 섰다”는 문구를 내세워 일제 안마의자와 바디프랜드 안마의자 이용 고객에 한해 바디프랜드 안마의자 신규렌탈과 구매 보상 혜택을 제공해 ‘반일’을 내세웠다.

 

바디프랜드 8·15 보상 운동 이벤트 관련 이미지. 출처 = 바디프랜드


한국 기업 중 대표로 꼽히는 모나미도 광복절을 앞두고 ‘FX 153 광복절 기념 패키지’를 선보였다. 투명한 몸체에 한글로 제품명을 넣었고, 내부에는 태극 무늬와 태극기의 건곤감리 4괘, 무궁화 이미지가 디자인된 볼펜심을 넣어 애국심을 자극했다.

한국 기업은 아니지만 드물게 프랑스 자동차 브랜드 푸조도 ‘애국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푸조의 공식 수입원 한불모터스는 광복절을 맞아 한 달 간 일부 모델 구매 고객 각 81명에게 최대 550만원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특별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국산차 업체들 마저 ‘정치적 부담’으로 애국 마케팅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상황에서 수입차 업체가 뛰어든 것이 이상해 보일 수도 있지만, 제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의 군수물자 요구에 저항하며 스스로 공장을 폭파하고, 프랑스 독립군(레지스탕스)을 후원했던 역사를 가진 푸조의 역사를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 지는 부분이 있다.

애국 마케팅, ‘실력’ 동반해야

일단 이같은 애국 마케팅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탑텐의 경우 7‘8.15 캠페인 티셔츠’의 전체 물량 1만장 중 95% 이상이 판매됐으며, 충북 충주와 충남 아산에 연 대형 교외형 매장은 각각 1억 3000만 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이 밖에도 애국 마케팅을 내세운 제품들의 매출은 상당히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성과는 ‘일본을 넘어서기 위해’라는 국민감정이 극도에 달한 상황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부 업체들이 일본과의 관련성 때문에 ‘친일기업’이라는 딱지가 붙어 회사의 대표가 물러나거나 매출이 급감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애국 기업’이라는 상징성을 획득하기 위한 활동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단기적인 효과만을 기대하고 애국 마케팅을 한다면 나중에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인 예로 꼽히는 것이 ‘815콜라’다.

 

1998년 범양식품이 출시한 이 콜라는 ‘콜라 독립’이라는 문구를 내세워 2위인 펩시콜라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으나 ‘맛이 일정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다가 결국 2004년 생산이 중단됐다. 참고로 현재 나오는 ‘콜라독립 815’는 웅진식품(구 범양식품 계열사인 건양식품)에서 상표권을 인수한 뒤 일화 초정공장에서 생산한 것이다.

‘애국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치다가 사실은 수입에 의존한다거나 ‘친일’로 해석 될수 있는 실수를 한다면 오히려 역풍이 불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애국 마케팅이 전체적인 매출에는 득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장기적으로는 일본 수출 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애국 마케팅과 거리를 두고 있다는 한 유통업계의 관계자는 “글로벌 시대에 있어 애국 마케팅을 자칫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며 “적당한 수준의 마케팅은 국내에서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수출에는 오히려 장벽이 될 수 있다. 특히 일본도 고객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털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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