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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오송금’ 골머리에 당정 불협화음

“예보가 구제해야” vs “개인실수인데 정부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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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53호 이성호 기자⁄ 2019.10.14 09:57:44

착오송금에 따른 피해 규모가 증가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은행 모습.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이성호 기자) 매년 잘못 송금되는 돈이 2100억원에 달하고 있지만 반환율은 절반에 불과한 실정이다. 금융소비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지만 대책은 아직까지 요원한 상태. 20대 국회 마지막 회기에서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온라인·모바일 금융거래가 늘어나면서 착오송금(송금인의 착오로 인해 수취금융회사, 수취인 계좌번호 등이 잘못 입력돼 이체된 거래) 규모 역시 커지고 있다.

국정감사 시즌을 맞아 고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착오송금 반환 청구건수는 40만3953건, 액수로는 956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5년 6만1278건(1761억원), 2016년 8만2923건(1806억원), 2017년 9만2749건(2398억원), 2018년 10만6262건(2392억원)이다. 올해에는 6월까지 6만741건, 금액으로는 1204억원이 계좌번호나 금액을 잘못 기입해 송금한 것으로 파악됐다.

연평균 9만명이 약 2100억원을 실수로 이체한 셈이다.

문제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잘못 송금한 돈을 돌려받기가 어렵다는 것. 법적으로 착오송금으로 인한 송금액은 부당이득에 해당하며 송금인에게 반환돼야 한다. 잘못 들어온 돈이라도 이를 인출·소비한 행위는 횡령죄에 해당된다.

그러나 송금된 이후 이를 회수하려면 수취인의 동의가 필요한 탓에 은행에서는 착오로 이체된 돈을 허락 없이 임의로 빼서 원래의 주인에게 반환할 수 없는 구조다.

즉, 수취자의 반환 거부나 연락두절(수취계좌가 휴면상태거나 수취자와 연락이 되지 않는 상태), 반환불가능(수취계좌가 압류계좌로서 임의 반환 불가) 등의 경우가 빈번해 절반가량만 돈을 되찾고 있는 실정이다.

 

금감원에 의하면 신한은행·경남은행·부산은행이 건수와 금액 기준 모두 60%대의 높은 미반환율을 보이는 등 최근 5년간 신한은행·우리은행·KEB하나은행·KB국민은행·NH농협은행·IBK기업은행·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한국씨티은행·수협은행·K뱅크·카카오뱅크 등 전체 은행권의 반환율은 건수 기준 55.1%, 금액 기준 50%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돌려받지 못할 경우 소송을 걸어야 하지만 이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이 큰 부담이어서 적용이 쉽지 않다.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구제안 등장…예보가 80% 대신 갚아줘

이미 해법은 제시된 상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9월 ‘착오송금 구제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수취인 거부로 반환되지 않은 착오송금 관련 채권(착오 송금일로부터 1년 이내로 5만원 이상 1000만원 이하)을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가 매입해(송금액의 80%) 송금인의 피해를 신속히 구제하고, 이후 예보는 착오송금 수취인을 상대로 소송 등을 통해 회수한다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100만원을 착오송금해 돌려받지 못했다면 예보로부터 우선 80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위는 이 같은 방안이 실행될 경우 연간 착오송금 발생건수의 약82%, 전체금액의 약34%를 원래 주인에게 돌려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관련법은 국회에 제출돼 있다. 민병두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12월 대표발의한 ‘예금자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예보 업무에 착오송금 피해 구제업무를 추가해 착오송금 관련 부당이득반환채권을 매입할 수 있도록 하고, 착오송금구제계정 및 자료제출요구권 관련 규정을 신설하는 등 금융위 방안이 실천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담았다.

또한 피해구제 재원은 정부 출연금과 자금이체 금융회사의 출연금 등으로 착오송금구제계정을 조성·설치토록 명시했다.

예보는 팔을 걷어 부치며 법이 통과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6월 위성백 예보 사장은 창립23주년 기념사를 통해 “잘못 송금된 금전을 돌려받는 일은 일반인들이 하기에는 너무나 번거롭고 힘든 절차”라며 “공사(예보)가 나서서 노하우와 공신력을 활용해 원활하게 해결, 금융소비자를 폭넓게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금융회사 부실이 발생했을 때에만 예보가 나선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평시의 예금 거래 실수로 인한 피해도 체계적으로 신속히 구제함으로써 예금자 보호의 지평을 넓혀나가겠다는 의지다.

은행권에서도 나쁘지 않은 반응이다. 앞서 착오송금 구제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CNB에 “제도가 시행되면 착오송금으로 인한 분쟁이 줄어들 것”이라며, 특히 금융사에서의 피해구제 재원 분담과 관련해선 “금융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볼 때 불필요한 비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재정 마련에 필요한 금융권 몫의 금액은 한 은행에 집중되는 게 아니라 모두가 나눠 내기 때문에, 부담될 정도로 액수가 크지 않아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충분히 지불할 수 있다는 부연이다.

정부 재정 투입 ‘논란’

반면, 예보의 개입에 우려의 시각도 상존한다.

국회 정무위원회 및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착오송금은 ‘민법’상 부당이득반환에 해당하는데, 사인(私人) 간 반환청구 및 민사적 구제방식을 통해 해결될 대상이어서 이를 특별히 취급할 것인지에 대해 따져볼 여지가 있다는 것.

무엇보다 민사 사안에 대해 정부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 적절한지, 은행으로 하여금 출연하도록 하는 것이 적절한지 등에 대한 논란이 있다.

기획재정부는 착오송금은 개인의 귀책사유로 발생한 사인 간의 금융거래행위라고 전제하며 재정은 공공목적 달성을 위해 지원되는 것이 원칙으로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착오송금으로 인한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정부 출연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국회 상임위에 전달한 상태다.

이밖에도 개정안에서는 예보가 이체 금융사 등의 장에게 수취인의 개인정보 등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함에 따라 적정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찬반이 엇갈리는 가운데 추가 개선안도 나오고 있다. 예보 등 제3기관의 역할을 압류계좌와 관련한 구제 등 최소한의 범위로 집중하거나, 과거 송금 기록이 없는 새로운 수취자에 대한 송금의 경우 직접 이름을 입력하도록 하는 등 송금에서의 확인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법안 논의가 국회에서 벌어져야 함에도 그동안 공전을 거듭했고, 최근에는 조국 장관 이슈까지 맞물려 법안 심사 여부가 감감무소식이라는 점이다. 20대국회 회기 만료가 코앞에 다가온 가운데 연내 처리되지 못하면 자동폐기될 공산이 크다.

법안을 냈고 국회 정무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병두 의원실 관계자는 CNB에 “(야당 등) 반대 측에서 착오송금 피해를 왜 국가가 나서서 구제해 줘야 하는지 묻고 있어 일단 개정안은 계류돼 있는 상황”이라며 “기본 취지가 1000만원 내에서 서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법안임을 감안, 20대 마지막 정기국회 일정 속에서 우선법안으로 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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