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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 "‘적재적소 매각·중국 패션’ 키워드로 위기 돌파"

‘재무위기’ 최대 399% 달하던 부채비율 172%까지 낮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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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61호 옥송이⁄ 2019.12.10 08:44:56

이랜드의 경영 스타일을 요약하자면, 한 마디로 ‘승부사’다. 칠 때 치고 빠질 때 빠진다. 한때는 과감한 M&A로 인해 ‘미다스의 손’으로 불렸지만, 과도한 투자가 독이 된 적도 있다. 지난 2015년 그룹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면서 재무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그러나 최근 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다.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발휘하면서다. 핵심은 ‘적재적소 매각’과 ‘중국 패션 시장’ 두 가지다.

콘텐츠·브랜드력 자신감 “내가 팔기 싫은 걸 팔아야 팔린다”

기업에 있어 브랜드 매각은 쉽지 않다. 공들여 키운 자식을 하루아침에 남의 손에 맡겨야 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매각 골든타임을 놓치는 흔한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이랜드는 망설임이 없다. 의사결정을 내린 뒤에는 밀어붙인다.

‘M&A의 귀재’로 불리던 이랜드는 사실 부채를 바탕으로 성장했다. 인수 자금의 대부분을 차입으로 조달했지만, 성공적인 인수합병 등으로 문제없이 사업을 펼쳤다. 재무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진 건 중국 패션사업 수익성이 하락하면서다. 그 결과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됐고, 그룹 유동성 위기가 발생했다.
 

스파오 강남점. 사진 = 이랜드 


이에 이랜드는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부동산과 브랜드 등 핵심 콘텐츠 매각부터 시작했다. 처분 우선순위는 ‘아끼는 것’에 뒀다. 중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어 이른바 ‘효자 곰돌이’로 불리던 패션 브랜드 티니위니와 모던하우스를 매각한 것이 대표적이다. 각각 8700억 원, 7000억 원에 팔았다.

M&A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사업부를 매각할 때 실수하는 것이 ‘내가 팔기 싫은 걸 팔아야 팔린다’는 M&A 원칙을 잊는다는 것”이라며 “이랜드는 이를 명확히 인식해 시장에 어필했기에 성공적인 매각을 이끌어낸 것 같다”고 평가했다.

과감한 매각은 재무 상황을 빠르게 개선 시켰다. 지난 2013년 399%에 달했던 부채비율이 지난해 172%로 낮아졌고, 사 측은 올해 말 160%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과감하게 핵심 브랜드를 매각할 수 있었던 것은 이랜드가 ‘패션 콘텐츠’를 가진 회사이기 때문이다. 이랜드는 창사부터 자체 콘텐츠 육성에 주력했다”며 “외국 브랜드를 들여오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지만, 해외 진출에는 한계가 있다고 봤다. 이에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냈고 결국 비싼 가격에 살 수밖에 없는 브랜드를 만들어 냈다”고 말했다.
 

슈펜 매장. 사진 = 이랜드 


이어 “현재 이랜드그룹은 패션, 유통, 외식 등에서 150여 개의 브랜드를 운영 중”이라며 “많은 콘텐츠와 브랜드를 갖고 있기에 핵심 브랜드를 팔아도 영업을 영속시켜나갈 수 있었다. 즉 하나의 브랜드를 매각해도 다시 성장하는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패션 만리장성’ 넘은 이랜드, ‘효자 곰돌이’ 매각에도 광군제 500억 매출 달성

‘패션 만리장성’에서 일군 성과도 주목할만하다.

중국 패션 시장은 콧대 높기로 유명하다. 유명세로도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 세계적인 SPA 기업들은 물론 국내 대표 패션업체들도 도전장을 내밀었다가 쓴 잔을 삼켰다. 그러나 이랜드는 철저한 ‘프리미엄’ 전략을 통해 중국 패션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관계자는 “90년대 초반 생산시설을 시작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다년간의 생산과 유통 경험을 통해 중국에서 성공하려면 프리미엄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고급화 전략인 만큼 재질부터 디자인, 상품 가격대까지 모두 프리미엄이다. 중국인 현지 디자이너들이 디자인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쇼핑 사이트 티몰 내 이랜드관. 사진 = 티몰 캡처 


이어 “영업이익의 절반가량이 중국에서 나올 때도 있었지만, 현재는 중국 내 경쟁이 치열해지고 이랜드의 재무건전성 위기도 거치면서 브랜드 내실에 집중하는 형태로 변화했다”며 “40여 개에 달하던 중국 진출 브랜드를 실적 좋은 20여 개 핵심 브랜드로 정리하고 역량을 집중한 결과 안정권에 접어들었다”고 덧붙였다.

이랜드는 지난달 막을 내린 중국 대표 쇼핑 시즌 광군제에서도 돋보이는 성과를 올렸다. 11일 광군제 하루 동안 온라인 쇼핑몰 티몰에서 2.97억 위안화(한화 약 5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까지 포함됐던 브랜드 티니위니 매출을 제외하면 전년 대비 20% 성장한 수치다. 핵심 브랜드를 매각했음에도 기존 브랜드의 성장세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라는 것이 사 측의 설명이다.
 

중국 쇼핑 사이트 티몰 내 이랜드관. 사진 = 티몰 캡처 


관계자는 “이번 광군제를 통해 얻은 성과 중 하나는 중국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성공 방정식을 찾았다는 점”이라며 “인기를 끈 상품 가운데 하나는 SPA브랜드 스파오의 해리포터 컬래버레이션 상품으로, 약 4만 장이 팔리며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그 이유는 중국 인플루언서 왕홍, 라이브방송(즈보) 마케팅과 더불어, 알리바바와 함께 제작한 관련 웹드라마가 SNS 등에서 큰 호응을 얻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경쟁력 강화 키워드, 젊은 인재·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이랜드의 향후 키워드는 두 가지다. ‘젊은 인재 발탁’과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에 힘을 싣고 있다.

올해 초 주요 사업 부문별 대표이사에 30·40대 인사를 발탁한 데 이어 최근 재무총괄책임자, 국내운영본부장, 플랫폼사업본부장 등 주요 보직에 30대 초 중반 인재를 배치했다. 또 통합 채용을 통해 현장 근무자가 경영자까지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은 글로벌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계열사 이월드가 이랜드의 쥬얼리 사업부문 영업양수를 통해 2021년까지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중국 패션 쥬얼리 시장은 3200억 원 규모(한화 약 52조)로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 중 하나다.
 

이랜드의 주얼리 브랜드 로이드. 사진 = 이랜드 


이랜드 관계자는 “이랜드월드는 글로벌 SPA사업 집중이라는 청사진 아래 지난해 아동복 사업부분 이어, 쥬얼리BU까지 영업양도를 진행하게 됐다”면서 “특히 쥬얼리BU는 그룹 내 유일한 상장사인 이월드가 외부 투자자 유치를 통해 영업양수하고 이를 통해 중국 시장 등 해외시장 진출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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