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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회사의 모빌리티 ②] 현대차 "2025년엔 차 제조사 아닌 모빌리티 기업" 선언 왜?

킥보드부터 드론까지, 제품+서비스에 61조 투자 … 국내외 다양한 플랫폼 사업 도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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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61호 윤지원⁄ 2019.12.18 08:04:15

다임러, BMW, 현대자동차그룹, 토요타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최근 미래형 모빌리티 서비스의 글로벌 경쟁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차량공유, 구독형 서비스 등 그간 저마다 본국을 중심으로 선보였던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을 재정비하고, 해외로도 적극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한 것. 이에 CNB는 자동차 제조 및 판매라는 전통적인 사업 형태를 넘어 모빌리티에서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을 찾아 나서고 있는 이들 완성차 업체들의 최신 동향을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관련기사 : [자동차 회사의 모빌리티 ①] ‘모빌리티 강자’ 다임러, 한국서 새 실험

현대자동차가 2025년에는 자동차 제조사가 아닌 ’지능형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변신한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현대차는 4일 여의도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주주, 애널리스트, 신용평가사 등을 대상으로 중장기 혁신 계획인 ’2025 전략‘을 공개했다.

사업 구조를 ’지능형 모빌리티 제품‘과 ’지능형 모빌리티 서비스‘의 양대 사업 구조로 전환하고, 상호 시너지 극대화를 통해 전동차 시장 3대 기업으로 도약하고, 특히 플랫폼 서비스 사업에서도 수익 창출을 이뤄내겠다는 구상이다.

제품은 기존의 내연기관과 전동(하이브리드, 수소전기차 등 포함) 자동차는 물론이고 개인용 비행체(Personal Air Vehicle, 이하 PAV)와 로보틱스 등까지 확장한다. 그리고 플랫폼 기반 지능형 모빌리티 서비스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아 끊임없는(seamless) 이동의 자유로움과 차별화된 맞춤형 서비스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6년 동안 연평균 약 10조 원, 총 61조 1천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통 큰 계획을 선보였다. 지난 2월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공개한 5개년(2019~2023) 투자계획 45조 3천억 원보다 무려 16조 원 가량 늘어난 액수다.
 

현대자동차 이원희 사장이 지난 4일 열린 'CEO 인베스터 데이' 행사에서 현대자동차의 '2025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현대자동차)


지능형 모빌리티 서비스로 수익 낼 것

모빌리티 서비스의 비중이 향후 현대차 ’양대 사업 구조‘의 한 축을 담당할 만큼 커질 예정이라는 점이 특히 주목된다.

현대차는 플랫폼 기반의 서비스와 콘텐츠로 맞춤형 고객 가치를 제공하는 지능형 모빌리티 서비스를 새로운 사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자사 고객 중심으로 자동차와 정비, 관리, 금융, 보험, 충전 등 주요 서비스를 결합, 제공하고, 지능형 모빌리티 ‘제품+서비스’ 사업을 통합하는 모빌리티 플랫폼을 구축해 차량과 고객 사이에 발생하는 빅데이터를 분석, 활용해 파트너사와 함께 최적의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차는 보험, 정비, 주유, 중고차 등의 단순 제휴를 넘어, 쇼핑, 배송, 스트리밍, 음식 주문, 다중 모빌리티(Multi-modal: 다양한 교통수단 조합 서비스) 등 지능형 모빌리티 ‘제품+서비스’가 삶의 중심이 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맞춤형 모빌리티 라이프를 제공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대차는 지능형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지역별 특성에 맞게 ▲북미에서는 자율주행 상용화에 대비해 카셰어링과 로보택시 실증사업 전개 ▲한국, 아태, 동남아, 호주에서는 각 시장별 모빌리티 서비스 회사와의 제휴 추진 ▲서비스 시장이 성숙한 유럽과 러시아에서는 지능형 모빌리티 ‘제품+서비스’ 결합 사업 우선 실시 등 상세한 전략도 내놓았다. 그리고 이 중 일부는 이미 구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컨소시엄이 인천광역시 영종국제도시에서 시범 사업 중인 I-MOD와 I-ZET. (사진 = 현대자동차)


‘부르면 오는’ 버스 플랫폼 시범사업 중

이달 1일 현대차는 인천광역시 영종국제도시에서 I-MOD(Incheon - Mobility On Demand) 수요응답형 버스 시범 서비스를 개시했다.

수요응답형 버스란 기존 버스가 정해진 노선대로 정해진 시간에 정류장마다 정차하며 운행하는 것과 달리, 승객이 목적지 입력과 함께 호출할 때 실시간으로 가장 빠른 경로가 생성되고, 그에 따라 배차가 이루어지는 버스와 그러한 운영 플랫폼을 말한다.

승객이 I-MOD 앱에 현 위치와 목적지를 입력하면 운행 중인 버스들의 위치 및 경로에 따라 승객과 가장 가까운 버스 정류장에 차량을 배치하고, 신규 호출이 발생하면 운행 중인 차량과 경로가 비슷한 경우 합승시키도록 경로 구성 및 배차가 이루어진다.

기존 버스에 비해 수요응답형 버스는 승객에게는 기다리는 시간과 이동 시간이 단축된다는 장점이 있고, 버스 운용 주체인 운수회사나 교통당국 입장에서는 차량 간 최적 배차로 중복 운행 및 공차 운행을 최소화해 서비스 운영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 버스와의 공통점이라면 정류장에서 승객이 타고 내린다는 점 정도다.

수요응답형 모빌리티 플랫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불특정 다수의 승객으로부터 불규칙적으로 발생하는 이동 수요를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실시간 분석해 가장 적합하고 효율적 경로를 동적으로 찾아주는 ‘실시간 최적 경로 설정(AI Dynamic Routing) 기술’이다.

현대차는 I-MOD 플랫폼 사업에 현대오토에버, 씨엘, 연세대학교, 인천스마트시티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으며, 전반적인 사업 총괄 뿐 아니라 실시간 최적 경로 탐색 및 배차 알고리즘 개발을 담당했다. 플랫폼 및 앱 개발은 현대오토에버가, 차량 서비스 운영은 버스 공유 플랫폼 개발업체인 씨엘이, 시민참여 리빙랩 운영은 연세대가, 스마트시티 플랫폼과의 연계 지원은 인천스마트시티가 각각 분담해서 맡았다.

수요응답형 버스는 노선 체계가 갖춰지기 시작하는 도시개발 중간단계에 대중교통이 필요한 주민의 편의를 향상할 수 있는 모빌리티 솔루션으로 기대된다. 공영버스를 대체할 경우 탄력적인 재정 운용이 가능하고, 버스운수업자는 서비스 플랫폼을 제공받아 추가 수익모델 창출도 기대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와 KST 모빌리티의 협업 프로젝트 '커뮤니티형 모빌리티 서비스'. (사진 = 현대자동차)


마을버스 아닌 '마을 택시'

현대차는 또 마카롱 택시 등 혁신형 택시 브랜드를 운영하는 모빌리티 플랫폼 스타트업 ‘KST 모빌리티’(이하 KSTM)와 공동으로 추진 중인 ‘커뮤니티형 모빌리티 서비스’ 프로젝트를 내년 상반기 서울 은평뉴타운에서 시범 서비스로 선보일 예정이다.

커뮤니티형 모빌리티 서비스는 승객 호출에 의한 실시간 최적 경로 설정 및 배차 시스템을 갖춘 수요응답형 모빌리티 서비스라는 점에서 I-MOD와 유사하나, 정류장 위주로 경로가 지정되는 버스가 아니라 원하는 장소에서 태우고 최종 목적지에 내려주는 합승 형태의 대형 승합택시라는 점은 다르다.

또한, I-MOD가 영종국제도시 350여 개 정류장을 기반으로 하는, 비교적 넓은 범위를 대상으로 운영되는 서비스인 반면 커뮤니티형 모빌리티 서비스는 반경 2km 내외의 좁은 범위에서 운행한다. 즉, 학교, 학원, 지역 상점 등 생활 거점 내에서 이용 가능한 주거지 중심의 단거리 이동에 유용하게 쓰일 편리하고 안전한 이동수단으로 기대된다.

이는 기존의 마을버스와 학원차량 등을 효율적으로 대체할 수 있고, 불필요한 단거리 승용차 운행을 줄이며, 이를 통해 커뮤니티 활성화와 주차난 해소 등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커뮤니티형 모빌리티 서비스 프로젝트는 지난달 2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ICT 규제 샌드박스 실증 특례에 지정됐다,
 

현대기아차가 지난 8월 자동차 빌트인 타입 전동 스쿠터(킥보드)를 발표하며 공개한 콘셉트 영상의 한 장면. (사진 = 현대자동차)


'라스트 마일' 최종 목적지까지 책임진다

현대차는 이 수요응답형 모빌리티 플랫폼을 마이크로 모빌리티, 퍼스널 모빌리티 등 별개의 모빌리티 서비스와 연계하는 다중 모빌리티 솔루션에 대해서도 계획하고 있다.

예를 들어 I-MOD를 타고 정류장에서 내린 승객이 최종 목적지까지의 나머지 거리(last mile)를 이동하기 위해 편리하게 대여, 이용하고 반납할 수 있는 전동 자전거나 전동킥보드 공유 플랫폼을 연계하는 것이다. 특히 전동 킥보드 공유 서비스는 교통이 혼잡하거나 대중교통의 접근이 어려운 지역의 단거리 이동에 특화된 마이크로 모빌리티로 최근 각광 받고 있다.

현대차는 이미 올해 상반기 카이스트와 공동으로 전동킥보드 공유 시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했고, 지난 8월엔 서울과 제주도, 대전 등 지역에서 전동킥보드와 전기자전거를 활용한 퍼스널 모빌리티 공유 플랫폼인 '제트(ZET)' 구축을 마치고 중소 운영업체들과 협력해 라스트마일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한, 지난달부터 내년 1월까지 영종도 운서동 일대에서 I-ZET 서비스를 시범 운영 중이다.

I-MOD를 이용해 정류장에 하차한 승객은 정류장에 마련된 I-ZET 스테이션에서 전동킥보드를 대여해 최종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다. 또한, 사용한 킥보드를 가까운 정류장의 I-ZET 스테이션에 반납하면 여러 대중교통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는 포인트로 보상받을 수 있다.
 

현대차 윤경림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사업부장(부사장, 왼쪽)과 에릭 가세티 LA 시장이 지난달 14일 LA에서 열린 모션 랩 론칭 행사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 = 현대자동차그룹)


최대·최첨단 교통 도시에서 실전 대비

현대차는 이밖에도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 실증 사업을 위해 그룹 차원에서 미국 LA 시에 차세대 모빌리티 법인 ‘모션 랩’(Mocean Lab)을 설립하고, 시 정부와 관련 협약을 맺었다.

모션 랩은 지난달 14일 LA 시내 주요 지하철역 인근 환승 주차장 네 곳을 거점으로 지하철역 기반의 카셰어링 서비스를 론칭했다. 이날 론칭 행사에는 LA 에릭 가세티(Eric Garcetti) 시장, 니나 하치지안(Nina Hachigian) 국제부문 부시장, 윤경림 현대차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사업부장(부사장) 등 양측 관계자들이 참석했고, 모션 랩과 LA 시는 향후 모션 랩이 시내에서 모빌리티 서비스 실증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시 정부가 협력한다는 협의를 맺었다.

모션 랩은 향후 지하철역 기반 카셰어링 서비스 외에도 한인타운, 할리우드 등 여러 지역에서 기존 차량 포함 최대 300대의 차량을 제공, 차고지 제한 없이 차를 대여하고 반납할 수 있는 프리 플로팅(Free-Floating) 카셰어링 형태로 확장할 예정이다.

LA는 미국 내 최대 교통 도시인 동시에 세계 최대, 최첨단 교통 도시로 꼽히는 지역이다. 매년 LA 시민은 뉴욕(7907달러) 및 영국 런던(5445달러)과 비교해 크게 높은 1인당 평균 9741달러를 버스 및 지하철 이용에 쓰는 등 대중교통 이용도가 높다.

또한, LA 시내에서 운행되는 전기차는 미국 전체 전기차의 20%에 달하며, 대중교통 관련 스타트업이 뉴욕시보다 2배 이상 많을 정도로 모빌리티 서비스 산업 환경이 활성화돼 있다.

모션 랩 또한 LA를 기반으로 향후 로보택시, 셔틀 공유, 다중 모빌리티, 퍼스널 모빌리티, 도심 항공 모빌리티(Urban Air Mobility, 이하UAM) 등을 비롯한 차세대 모빌리티 서비스와 관련된 다양한 실증 사업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유인 드론이 주요 소재로 다뤄진 영화 '오블리비언'의 한 장면. (사진 = 영화 화면 캡처)


도심 항공 모빌리티 "시장 선점할 것"

현대차의 최근 모빌리티 사업 행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현대차의 미래 모빌리티가 자동차에 국한되지 않고 로봇, 소형 모빌리티 등 다양성을 띄고 있다는 점에 있다.

지난 10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본사에서 임직원과 가진 '타운홀 미팅'에서 "미래 현대차그룹은 자동차가 50%, 개인용 비행자동차가 30%, 로봇이 20%인 회사가 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특히 이번 ‘2025 전략’에서는 PAV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지능형 모빌리티 제품으로서의 PAV를 개발하고, 지능형 모빌리티 서비스로서의 UAM 플랫폼 사업을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을 포함했다.

현대차의 계획이 순탄하게 진행된다면, 빠르면 6년 후에는 사람을 태운 드론이 건물과 건물 사이를 오가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제 건물 옥상은 어머니들이 고추를 말리고, 흡연자들이 자유를 찾는 공간이 아닌, PAV 승하차장이 될 예정이다. 또한 지하주차장이 아닌 옥상 PAV 파킹 스테이션 개발이 시급해질 판이다.

이는 막연한 상상이 아니라 이미 구체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사업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9월, 도심용 항공 모빌리티의 핵심 기술 개발 및 사업 추진을 전담할 ‘UAM 사업부’를 신설하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 항공연구총괄본부 본부장 출신의 신재원 박사를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신재원 현대자동차그룹 UAM사업부 부사장이 지난해 8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특강하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신 부사장은 NASA에서 만 30년 동안 근무하며 경험과 전문성을 축적했으며, 특히 최근 10여년 동안은 플라잉 카(flying car)와 무인항공시스템, 초음속 비행기 등 신개념 미래항공 연구와 전략방향을 설정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러한 그의 경험이 향후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UAM 시장에 선제적으로 진입해 시장을 선점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현대차그룹 UAM사업부는 우선 도심 항공 모빌리티시장의 조기 진입을 위한 전체적 로드맵을 만든 뒤 항공기체 개발을 위한 형상설계와 비행제어 소프트웨어, 안전기술 등 핵심기술 개발·확보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신 부사장은 “UAM 사업부가 비행체와 핵심기술 개발을 통해 향후 20년 안에 1조 5천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가능성을 가진 도심 항공 모빌리티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이 업계를 선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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