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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덜트 성지순례] 롯데마트 구로점에 등장한 피카츄 “피카피카”

포켓몬스터 캐릭터 전문 숍 오픈하며 키덜트 겨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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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72호 김금영⁄ 2020.03.12 11:53:31

롯데마트 구로점에 문을 연 포켓몬스터 캐릭터 전문 숍. 사진 = 김금영 기자

롯데마트 구로점 지하에 들어서자 그곳은 바야흐로 캐릭터 천국이었다. 완구 전문매장 토이저러스에 다양한 캐릭터 상품들이 들어서 있어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새로운 캐릭터들이 바로 눈에 들어왔다.

롯데마트는 2007년 구로점에 토이저러스 1호점을 연 이후 구리점, 김포공항점, 수완점 등 43개점을 운영해 왔다. 최근 이 구로점 토이저러스 매장 영업 면적 83㎡(약 25평) 규모의 공간에 ‘캐릭터 전문 숍’이 새롭게 들어섰다.

 

매장 한 가운데에 자리 잡은 포켓몬스터의 피카츄 캐릭터 조형물. 사진 = 김금영 기자

기존 토이저러스 매장은 남아완구, 여아완구, 교육완구 등으로 상품군을 구성해 진열한 형태였다. 이 가운데 새로 등장한 캐릭터 전문 숍은 인기 캐릭터 하나를 중심으로 완구, 문구, 스택, 전자게임, 패션잡화 등 다양한 관련 캐릭터 상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도록 구성한 점이 특징이다.

롯데마트 측은 “기존에도 다양한 캐릭터 상품을 선보여 왔지만, 캐릭터 하나를 별도로 분리해 전문 숍을 구성한 건 이례적”이라며 “특히 캐릭터 라이선스 등의 문제로 인기 캐릭터를 기존엔 팝업스토어(임시 매장)에서 단기적으로 만날 수 있었던 경우가 많았다. 캐릭터 전문 숍은 이런 문제를 보완하고, 인기 캐릭터 제품들을 1년 내내 장기적으로 만나 볼 수 있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밝혔다.

 

포켓몬스터와 관련된 영상이 상영되고 있는 가운데 완구, 문구, 스택, 전자게임, 패션잡화 등의 상품이 함께 배치됐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캐릭터 전문 숍의 첫 주인공은 포켓몬스터다. 게임이 원작인 포켓몬스터는 유야마 쿠니히코 감독의 애니메이션이 히트를 치며 유명세를 탔다. 다양한 능력을 지닌 포켓몬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배틀에서 최강을 꿈꾸는 이들의 모험을 그렸다. 일본에서 1997년, 국내엔 1999년 애니메이션이 첫 방영됐고, 최고 시청률이 40%를 넘는 등 포켓몬스터 열풍이 불었다. 같은 해 개봉한 극장판 ‘뮤츠의 역습’은 북미 영화 시장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타임지 11월호 표지를 장식하는 등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포켓몬스터는 현재까지도 꾸준히 콘텐츠가 제작되고 있다. 애니메이션 일곱 번째 시리즈 ‘포켓몬스터 W’가 지난해 11월부터 일본에서 방영 중이며, 국내에는 올해 봄 방영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기에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우리가 그렇게 궁금하시다면 대답해 드리는 게 인지상정!”이라며 “이 세계의 파괴를 막기 위해! 이 세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를 외치는 악당 로사, 로이의 대사는 어린이뿐 아니라 포켓몬스터를 보고 자란 어른 세대의 기억에도 여전히 익숙하다.

 

진열장에 전시된 포켓몬스터의 캐릭터들 피규어. 사진 = 김금영 기자

이를 롯데마트 측도 인식한 듯하다. 롯데마트 측은 “포켓못스터는 팬층의 연령대가 아이부터 어른까지 한정되지 않고 폭넓다. 게임, 애니메이션 등 콘텐츠도 다양하고 꾸준히 인기가 있어 왔다”며 수많은 캐릭터 중 캐릭터 전문 매장의 첫 주인공이 포켓몬스터가 된 이유를 밝혔다.

매장 한 가운데에 떡하니 자리 잡은 포켓몬스터 ‘피카츄’

 

캐릭터 전문 숍은 포켓몬스터 캐릭터를 중심으로 관련 상품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사진 = 김금영 기자

토이저러스 매장 내부는 넓었지만 포켓몬스터 캐릭터 전문 숍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포켓몬스터의 주요 캐릭터인 피카츄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노란색을 테마로 매장이 꾸려져 눈길을 확 끌었기 때문. 매장 입구 또한 피카츄의 귀여운 두 귀 모양의 조형물로 만들어져 피카츄와의 연관성을 살렸다.

여타 상품군이 마치 줄을 서듯 빼곡하게 상품들이 들어서 있었다면, 포켓몬스터 전문 매장은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포켓몬스터 캐릭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집중할 수 있게끔 공간을 구성했다. 일단 매장 내부 한 가운데에 큰 크기의 피카츄 조형물을 세워뒀다. 사진을 찍기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포토존 용도로도 쓰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조형물을 중심으로 양쪽엔 피카츄와 관련된 영상을 틀어놓고, 게임, 애니메이션 관련 용품들을 배치해 놓았다. 피규어를 모으기 좋아하는 소비자를 고려해 다양한 포켓몬 캐릭터 피규어를 자그마한 진열장에 전시해 놓기도 했다.

 

롯데마트 구로점에 자리하고 있는 ‘키덜트 마니아’ 매장. 사진 = 김금영 기자

롯데마트가 캐릭터 전문 매장을 오픈한 것은 국내 캐릭터 산업의 규모가 매년 커지고 있기 때문. 롯데마트 김경근 완구 MD(상품기획자)는 “캐릭터 산업이 성장함에 따라 캐릭터 제품에 대한 고객들의 수요를 고려해 전문 숍을 기획해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8 콘텐츠산업 통계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캐릭터 산업 시장 규모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매출이 8.8% 증가하며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성장의 바탕엔 키덜트(kidult, 아이를 뜻하는 kid와 성인을 뜻하는 adult의 합성어)가 있다. 과거 아이들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캐릭터 산업이 실질적으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갖춘 키덜트를 주요 타깃으로 변화를 이뤄온 것.

 

애니메이션 ‘건담’의 대형 피규어가 전시된 모습. 사진 = 김금영 기자

특히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키덜트 캐릭터 산업은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함께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자신이 번 돈을 자신을 위해 오롯이 쓰고 취미에 집중하는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키덜트 산업도 점점 탄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른 시장 규모는 약 1조 6000억 원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한국콘텐츠진흥원은 “키덜트 캐릭터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소비자의 범위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시장 규모가 최대 약 11조 원까지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롯데마트 완구 매출 중 키덜트 완구 매출의 비중을 살펴보면 2017년 10.2%, 2018년 14.1%, 2019년 16.3%로 매년 지속적으로 신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롯데마트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완구를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키덜트를 주요 타깃으로 한 공간을 꾸준히 마련해 왔다. 2015년 구로점과 잠실점, 판교점에 키덜트 전문 숍인 ‘키덜트 마니아’를 열었고, 키덜트 층의 수요를 반영해 RC카, 프라모델, 블록완구 등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왔다.

 

영화 ‘어벤져스’의 인기 캐릭터인 헐크, 토르, 아이언맨의 대형 피규어가 ‘키덜트 마니아’ 매장에 설치돼 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캐릭터 산업, 아이들→키덜트로의 변화

 

이랜드월드의 의류브랜드 스파오는 1980~90년대 생에게 익숙한 캐릭터 ‘텔레토비’와 컬래버레이션을 전개했다. 사진 = 스파오

방문한 롯데마트 구로점에서 키덜트 마니아 매장도 볼 수 있었다. ‘원피스’, ‘건담’, ‘스타워즈’, ‘어벤져스’ 등 인기 만화와 영화 캐릭터 관련 상품들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작은 피규어부터 어른 크기의 피규어까지 크기와 종류도 다양했고, 가격대 또한 저렴하게는 1만 원 대부터 높게는 1500만 원 대까지 폭넓었다. 함께 마트를 방문한 가족 중 아이는 옆의 완구 코너에서 장난감을 구경하고 부모는 키덜트 마니아에서 피규어를 고르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롯데마트 측은 “기존 키덜트 마니아 매장부터 이번 포켓몬스터 캐릭터 전문 숍 오픈까지, 키덜트를 위한 공간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전개할 예정”이라며 “포켓몬스터 숍 또한 짧은 기간에 다른 캐릭터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운영하면서 판매 추이와 고객의 피드백 등을 살필 예정”이라고 밝혔다.

키덜트를 공략하기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은 캐릭터 컬래버레이션을 통한 상품 개발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랜드월드의 의류브랜드 스파오는 1980~90년대 생에게 익숙한 캐릭터 ‘텔레토비’와 컬래버레이션을 최근 전개하며 “미친 컬래버”라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짱구, 해리포터, 토이스토리 등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이 있었긴 했지만 텔레토비는 이와 비교해 협업이 활발하지 않아 희소성이 다소 컸기 때문. 이번에 출시된 ‘텔레토비 에디션’은 1997년 영국 BBC에서 방송을 시작한 뒤 1998년 10월부터 국내에 방영되면서 인기를 끈 캐릭터 ‘텔레토비’(보라돌이, 뚜비, 나나, 뽀)를 모티브로 한 의류 8종으로 구성됐다. 특히 후드티의 모자 부분에 텔레토비 캐릭터들의 뿔 모양을 디테일하게 재현해 “재미있다”는 반응을 얻었다.

 

주얼리 브랜드 클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애니메이션 ‘웨딩피치’와의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한다. 사진 = 클루

주얼리 브랜드인 OST, 클루, 로이드는 로맨틱한 주얼리의 특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애니메이션 ‘카드캡터 체리’, ‘웨딩피치’, ‘뮬란’와의 컬래버레이션 진행 소식을 최근 알렸다. 특히 클루는 지난해 이미 웨딩피치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주얼리 상품을 출시해 온라인 선주문 때 접속이 폭주하고 일부 상품이 품절 대란을 빚는 등 좋은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이번에도 웨딩피치 효과를 누릴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SPC그룹도 캐릭터 컬래버레이션을 활발히 전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올해 초엔 쥐띠 해 콘셉트에 맞춰 대중적인 캐릭터 ‘톰과 제리’를 허재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재해석해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파스쿠찌, 잠바주스, 빚은, 삼립까지 총 7개 브랜드의 다양한 상품에 입혀 선보였다.

 

SPC그룹은 올해 초 쥐띠 해 콘셉트에 맞춰 대중적인 캐릭터 ‘톰과 제리’를 활용한 상품들을 선보였다. 사진 = SPC그룹

이처럼 키덜트를 공략하기 위한 마케팅이 다각도로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대부분이 해외 캐릭터에 비중이 치우쳐져 있다는 점이 한계점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키덜트 축제나 키덜트를 대상으로 한 상품들을 살피면 대부분이 일본, 미국 캐릭터에 치중돼 있다”며 “먼 과거에 만들어진 캐릭터가 현재까지 사랑받는 현상을 보면 잘 만들어진 캐릭터 하나의 힘이 시장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오랫동안 미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렇기에 키덜트 시장에 대한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 해외 캐릭터에만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캐릭터를 개발해 내구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가운데 지난해를 기점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EBS의 캐릭터 ‘펭수’의 활약은 주목할 만하다”며 “과거 ‘뽀롱뽀롱 뽀로로’가 아이들을 대상으로 히트를 쳤다면, 펭수는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 전체 시청자 비율에서 만 25~34세가 40.2%, 만 35~44세가 21.8%에 육박할 정도로 단지 아이들 팬뿐 아니라 어른이(어른과 어린이의 합성어로, 아이 같은 어른을 뜻하는 말) 팬덤까지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변화가 느껴진다. 펭수의 사례처럼 흥미로운 세계관과 매력적인 비주얼을 가진 국내 캐릭터가 앞으로도 많이 개발돼야 키덜트 산업 또한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른이(어른과 어린이의 합성어로, 아이 같은 어른을 뜻하는 말) 팬덤에게 폭발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EBS 캐릭터 펭수. 사진 = 펭수 공식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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