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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5G 가격인하, 지금 꼭 필요하고 충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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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74호 이동근⁄ 2020.04.15 09:47:28

지난 3일부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5G(5세대 이동통신)를 상용화한 지 1년이 됐다. 1년이 지난 지금, 5G는 성공적으로 안착했을까? 안타깝게도 실 사용자들은 대부분 ‘낙제점’을 준다. 품질과 가격 어느 쪽에서도 만족스럽다는 평가가 나오지 않는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불만을 표하는 것은 통신료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이동통신업계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5G 가격 인하였다. 이통사들은 투자비용은 높지만 단가가 높은 5G를 확대하고 싶어 했지만, 정부는 통신비 인하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만큼 가격을 인하하려 했다. 시민단체들도 5G 통신료 인하를 주장하고 나섰다.

그런데 조금만 뒤로 물러나서 생각해 보면 과연 5G 통신료 인하가 필요한지는 의문이다. 5G를 꼭 선택해야 할 이유조차도 애매한데, 굳이 요금제가 비싸다고 지적할 필요가 있는지조차 의구심이 든다.

 

2일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 KT스퀘어에 삼성전자 5G 전용 스마트폰 갤럭시S20가 진열돼 있다. 지난 2월 말 기준 국내 5G 이동통신 가입자가 536만명을 기록했다. 사진 = 연합뉴스


현재 5G는 사실 애매한 상태다. 실제로 5G를 사용하는 이들도 소수의 얼리아답터(새로운 제품 정보를 다른 사람보다 먼저 접하고 구매하는 소비자)를 제외하면 꼭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대표 서비스 중 하나인 VR, AR을 비싼 요금제를 써 가면서 길거리에서 사용하는 이들은 적고, 동영상만을 보는 목적이라면 4G만으로도 충분하다.

전국 모든 곳에서 다 터지는 것도 아니며, 음영지역이 너무 많다는 지적도 많다. 이는 5G의 특성과도 관계돼 있다. 주파수가 2G, 3G, 4G, 5G로 진화하면서 전송 속도는 빨라졌지만, 주파수가 직진성을 띄고, 전달 거리가 짧아졌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즉, 과거에는 건물 안에서도 주파수가 잘 퍼져서 음영지역이 적기 때문에 중계기를 많이 세우지 않아도 됐지만, 4G, 5G로 진화할수록 중계기를 더 꼼꼼하게 세우지 않으면 안된다. 전문가들은 5G를 원활하게 사용하려면 LTE 대비 3~4배 많은 기지국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지금 어떤 통신사도 그만큼 중계기를 세워 전국을 꼼꼼하게 커버하는 곳은 없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신형 스마트폰을 사용하고자 하는 이들을 제외하면 굳이 5G 기기를 사야 한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많을 리 없다. 게다가 100만원이 넘는 5G 전용기기(80만원대 기기가 있기는 하지만 현재까지 출시된 기종은 단 하나뿐이다)까지 구입해가면서 비싼 요금제를 굳이 선택하려 하는 소비자들이 많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실제로 5G 요금제를 선택한 소비자들은 전체 이동통신 사용자들의 10명 중 1명도 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빠른 속도에 소비자들이 익숙해지면 언젠가 “4G(LTE)는 느려서 갑갑하다”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 실제로 3G에서 LTE로 바뀌는 시점에서도 이런 지적이 나온바 있다. “3G만 해도 인터넷이 가능한데 굳이 4G로 바꾸는 것은 돈낭비”라며 저렴한 3G 요금제를 사용하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4G가 느려서 갑갑하다는 소비자들은 적다. 오히려 4G 요금도 부담된다며 와이파이존을 찾아다니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같은 상황에서 5G 요금제를 굳이 내려야 한다는 것에는 아무래도 의구심이 든다. 차라리 이통사들에게 비싼 요금제를 계속 출시하라고 하는 대신, 더 저렴한 LTE 요금제를 내놓도록 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 그리고 5G는 고가 요금제를 내더라도 일반 소비자들의 요구 목소리가 커졌을 때에 맞춰 조금씩 가격을 인하해도 되지 않을까.

5G가 보여주는 미래상은 너무나 멋지다. 인공지능(AI), 자율 주행, 무인 로봇, 홀로그램 등 놀라운 신기술이 5G와 함께 올 것이라고 이통사들과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소비자들에게 와 닿는 수준으로 5G가 와 닿기엔 아직은 좀 먼 것 같다.

정리하자면 지금은 가격 인하를 통신사들에게 강요하기보다는 현실적으로 5G가 이용 가능한 수준이 되도록 기다려 주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어차피 지금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 5G는 소수, 고성능을 갖춘 고가폰을 이용하고 싶어하거나, 신기술을 사용하고픈 이들에게나 어필하는 상품이다.

대신 LTE 가격이 더 인하될 수 있도록 유도하든가 하고, 5G는 제대로 된 인프라를 갖추고, 거기에 맞는 콘텐츠가 확보될 때 까지 기다려 주는 것이 맞을 듯하다. 5G가 비싸다고 해서 대중에게 평등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여기는 이들은 아직 많지 않고, LTE도 비싸서 부담스러워 하는 이들은 존재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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