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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최선진 ‘개인 맞춤형 화장품', K뷰티 새바람 일으킬까?

제도 도입했지만 초기 비용·코로나19 등 숙제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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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74호 옥송이⁄ 2020.04.21 09:26:39

지난 2월 22일 전국 28개 고사장에 총 8837명의 응시자가 모였다. 이들이 치른 전형은 ‘맞춤형 화장품 조제 관리사’ 자격시험. 해당 고시는 식약처 주관 국가자격 시험으로, ‘맞춤형 화장품 판매업’ 제도 시행을 앞두고 조제 관리사를 배출하기 위해 치러졌다. 맞춤형 화장품은 정부가 직접 제도를 시행할 정도로 기대를 한몸에 받는 차세대 K뷰티 유망주다. 그러나 초창기인 만큼 우려와 걱정도 많다. 기대와 문제점을 짚어본다.

맞춤형 화장품, 앞날은 장밋빛?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의 공고에 따라 지난달 14일부터 ‘맞춤형 화장품 판매업’ 제도가 발효됐다.

맞춤형 화장품은 소비자 요구에 따라 제조·수입된 화장품을 덜어서 소분(小分)하거나, 다른 원료를 추가·혼합한 화장품을 뜻한다. 고시를 통해 선발된 조제 관리사는 맞춤형 화장품 판매장에서 개인의 피부 상태 측정 및 상담을 거쳐, 진단결과에 따라 화장품의 원료를 혼합하거나 화장품에 나누어 담는 역할을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사진 = 연합뉴스 


정부가 직접 나서 ‘맞춤형 화장품’ 관련 제도를 만들고 육성·발전시키는 것은 한국이 최초다. 식약처는 해당 분야를 통해 ‘K-뷰티’를 다시 한번 알리겠다는 포부다. 이 시장이 확대되면 조제 관리사에 대한 수요 급증으로 일자리 창출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기대도 잇따르고 있다. 피부 상태와 기호를 모두 반영해 개인에게 딱 맞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만큼, 시중 제품이 맞지 않아 관리에 한계를 느끼던 민감성 피부 소비자들에게 적합할 것으로 분석된다. 또 원하는 양만큼 구매할 수 있어 경제적이고 위생적이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다. 현재 가장 많이 지적되는 문제점은 ‘맞춤형 화장품 판매업’ 제도 자체에 대한 우려다.

현장에서 직접 제조하기 때문에 안전과 위생이 중요하지만, 맞춤형 화장품의 범위·위생·판매업종 등에 관한 가이드라인과 근거가 미비하다. 조제 관리사가 제품을 만드는 공간에 대한 위생이나 안전 조치도 내려진 바 없다.
 

맞춤형화장품 조제관리사 자격시험. 사진 = KPC 홈페이지 캡처


‘맞춤형 화장품 조제관리사’에 대한 의문점도 제기된다. 필기시험만으로 해당 자격을 취득할 수 있어 전문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 매장에서 여러 성분을 혼합해 제품을 만드는 것이 이들의 역할이지만, 현재는 실기시험이 없다. 전문성을 검증할 수 있는 체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용 부담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초기 정착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맞춤형 화장품을 제조·판매하기 위해서는 원료 개발과 확보, 제조 기기와 냉장시설 등 다양한 설비를 갖춰야 한다. 고객을 응대하고 제조 작업에 필요한 환경을 위한 공간도 필요하다. 이 때문에 업체 입장에서는 초기 비용이 부담되고, 대량생산이 불가능해 소비자가 치러야 할 비용도 많아진다. 게다가 피부 측정·상담 등 ‘비대면’ 할 수 없는 이 분야 특성상 코로나19는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이 맞춤형 화장품 주도

현재 맞춤형 화장품 사업은 뷰티업계 대기업들이 이끌고 있다. 원료 개발·설비 갖출 여력이 되는 것은 물론, 앞서 시범 사범을 꾸준히 이어온 결과다.
 

아이오페의 ‘맞춤형 3D 마스크’ 계측 모습. 사진 = 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은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아이오페 맞춤형 3D 마스크’를 선보인다. 해당 마스크는 개인의 골격과 사이즈에 맞춰 3D 프린터로 즉석 제조하는 하이드로 겔 마스크팩이다. 각자 얼굴에 최적화돼 만들어지기 때문에 들뜨지 않고 밀착된다. 사이즈뿐만 아니라 다양한 개인 피부 고민에 따라 이마나 눈가, 콧등, 뺨, 입가 등 부위별 성분을 다르게 만들 수도 있다.

아이오페는 지난 2017년 5개월간 아이오페 랩에서 3D 마스크와 개인 맞춤형 세럼을 체험하는 시범 서비스를 운영했다. 이후 연구개발을 통해 관련 기술을 발전시켰고, 올해 초 글로벌 전자제품 박람회인 ‘CES 2020’에서 맞춤형 3D 프린팅 분야 혁신상을 받았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아이오페의 맞춤형 서비스는 식약처 관할 지방청 신고 등을 마쳤으며, 오는 4월 말 오픈 예정”이라며 “앞서 에뛰드·이니스프리·에스쁘아·라네즈 일부 매장에서도 맞춤형 화장품 시범사업을 운영해왔으나, 본격적인 맞춤형 화장품은 아이오페 3D 마스크를 중심으로 펼쳐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3D마스크 제조과정. 사진 =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의 더마 브랜드 CNP 차앤박은 지난 2017년 9월부터 맞춤형 화장품 서비스를 시범 운영했다. 롯데 잠실점·갤러리아 센터시티점에서 해당 서비스를 선보였으며, 해당 제품은 ‘CNP Rx’라인이다.

매장에 방문한 고객의 피부 상태를 Rx-ray(피부 상태 측정 기기) 기기로 측정하고, 피부 고민에 맞춘 제품을 컨설팅한 후 기본 성분인 ‘베이스 앰플’에 개인 피부 맞춤형 성분을 혼합해 즉석 제조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현재 ‘CNP Rx’ 맞춤형 화장품 서비스는 중단된 상태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지난 3월 14일 맞춤형 화장품 판매업 발효 이후, 제도에 맞춰 준비 중”이라며 “시행규칙에 따라 맞춤형 화장품 판매업 신고 후 정식으로 판매하기 위해 조제 관리사 매장 배치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생활건강의 더마 브랜드 CNP의 맞춤형 화장품 서비스 모습. 사진 = LG생활건강 


한 업계 관계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지만, 잘 정착한다면 맞춤형 화장품은 K뷰티를 이끌 사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일단 제도 보완부터 돼야 한다. 위생과 전문성에 대한 검증이 있어야 소비자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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