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주⁄ 2022.01.19 13:41:31
악의적인 리뷰 및 별점 테러에 시달리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자영업자의 사연이 공개됐다.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며 피해자와 함께 분노했다.
지난 18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트에 ‘저는 올해 43세가 된 김OO라고 합니다. 저희 남편은 2021년 9월 7일 생을 마감했습니다’라고 시작하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사망한 자영업자의 아내였다. 작성자 A씨에 따르면 그의 남편은 음식점을 운영하며 청결과 맛을 1순위로 여겼다고 한다.
A씨 부부는 빚더미에 앉았을 때도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다’ 마음먹고 장사를 시작했다. 다행히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며 가게는 자리를 잡았다. 숱한 시행착오를 거친 후 찾아온 결과였다.
장사가 잘되고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졌다고 생각했을 때, 한 ‘손님’을 만나면서부터 문제가 시작됐다. A씨는 어느 날 손님 B씨에게 한 가지 요청사항을 받았다. “매운 것을 잘 못 먹으니 짬뽕을 최대한 맵지 않게 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A씨 부부는 요청대로 맵지 않게 조리해 배달했으나 B씨는 되려 “적당히 안 맵게 해야지 이건 너무 안 맵다”며 별점 1점을 달았다. A씨는 본인이 지역카페 우수회원인데 안 좋은 글을 올리겠다고 이야기했다.
A씨는 정중히 사과한 뒤 다음번에 주문할 때 음식값을 받지 않을 테니 용서해 달라고 빌었다.
그다음 날 1인 세트만 시키던 손님 B씨는 짜장면 5개를 비롯해 차돌짬뽕 4개, 탕수육 대(大) 사이즈 등 다양한 메뉴를 주문했다.
주문지를 받아 본 A씨는 확인 차 전화를 걸었다. B씨는 "공짜로 해 준다길래 먹고 싶은 것을 다 시켰으니 갔다 줘라"고 답했다. 참다못한 A씨는 '손님 정말 이건 아니지 않느냐'며 울분을 터뜨리며 전화를 끊었다.
얼마 안 가 B씨에게서 전화가 다시 걸려왔다. B씨는 비속어를 섞어 가며 두고 보란 식으로 엄포를 놨다.
그 후 가게 평판은 추락했다. 별점이 1점으로 도배되면서 평균 4.9점이 2.1점까지 떨어졌다. 리뷰 테러도 이어졌다. 배달이 늦다거나 음식이 맛없다는 내용이 주였으며 가게에 존재하지 않는 스티로폼이 나왔다는 리뷰까지 달렸다.
리뷰 테러에 하루 100건이 넘던 배달은 10건 아래로 떨어졌다. 단골 몇 사람을 제외하고 손님의 발길이 끊겼다.
남편은 굴하지 않고 하던 대로 하자고 A씨를 위로했지만 이미 가게는 위생적이지 못한 곳으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다. 몇 달 동안 사태가 반복되자 결국 가게를 닫았고 남편은 ‘저 사람들이 과연 내 음식에 입을 대보긴 했을까’라며 통탄했다.
가게 문을 닫은 지 약 한 달. A씨 남편은 한 달도 버티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A씨 남편은 세상을 떠났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A씨는 게시글을 통해 “처음 법적 절차를 밟아봤지만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가 종결됐다”고 호소했다.
그는 “아직도 조리실 내부 CCTV를 영구보관해 놓은 상태며 깨끗하고 청결하게 장사해왔다”고 토로했다. 이어 “인터넷의 힘을 빌려 저희 남편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을까 싶었다”며 긴 글을 작성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A씨의 사연이 각종 커뮤니티에 퍼지자 네티즌들은 다양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네티즌들은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인과응보가 무섭지 않나?” “이게 살인이랑 뭐가 다른 거냐”며 분노했다.
한편 배달앱의 ‘별점·리뷰’ 문제는 꾸준히 이슈되고 있지만 해결책은 부재한 상태다. 별점이 맛집의 척도가 된 시대. 업주들에겐 낮은 별점, 부정적인 내용 하나가 치명타인데 배달앱 측에선 제재하지 않는다.
리뷰 시스템을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더러 발생하는데도 업주가 ‘리뷰 블라인드’나 ‘블랙리스트 주문 차단’을 할 수 없다.
지난 1월 14일 방영된 SBS '궁금한 이야기 Y' 574회차에서는 ‘악성 리뷰’를 남기고 상습적으로 환불을 요구하는 블랙컨슈머와 고통받는 자영업자들 이야기가 다뤄졌다.
방송을 통해 전문가는 “블랙컨슈머에 대해서는 주문 차단 기능을 배달앱에다 넣도록 하는 게 맞다”고 주장한 바 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문화경제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