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타깃 마케팅②] “MZ가 레이블링 게임에 열광하는 이유” 소프트스피어 임하은 대표

우리은행, LG생활건강, SPC삼립 등 MZ세대 겨냥 브랜드 마케팅에 활용... “MBTI 아니고 레이블링 게임… 나와 너, 그리고 브랜드 사이의 이야깃거리를 만든다”

안용호 기자 2022.08.22 09:58:04

LG생활건강과 컬래버한 '첫인상 테스트'는 방구석연구소의 대표적인 레이블링 게임이자 브랜디드 콘텐츠이다. 사진=방구석연구소

내 첫인상은 어떤 느낌일까? 테스트 시작 버튼을 누르니 상큼한 질문들이 쏟아진다. 첫 질문은 ‘나를 가장 잘 표현하는 색으로 채워지는 유리병이 있다. 나의 유리병은 어떤 색으로 채워졌을까?’이다. 붉은색, 무지개색, 하늘색, 보라색, 검은색, 흰색 등 선택지 중 보라색을 선택했다.

다시 질문이 이어진다. ‘20년 뒤, 나는 집 한 채를 장만했다. 내가 살게 된 집은?’. 수영장이 있는 도심 속 고급 풀빌라와 정원 있는 고즈넉한 전원주택 중 첫 번째 답을 눌렀다. 향수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오랜만에 향수를 구매하려고 한다. 이때 나는?’. ‘인기 순위로 살펴본다’, ‘끌리는 디자인의 향수부터 눌러본다’ 중 후자를 선택했다.

약 7가지 질문과 답이 추가로 이어진 후 얻은 나의 첫인상은 ‘만인의 첫사랑 라벤더’였다. 귀여운 라벤더 일러스트와 함께 타인이 보는 나의 첫인상과 실제 나의 캐릭터에 관한 설명이 이어진다. 그뿐만이 아니다. 내게 어울리는 향수를 추천받고 결과를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등으로 친구나 가족에게 공유할 수 있다.

웹 콘텐츠 플랫폼 ‘방구석연구소’가 만든 ‘첫인상 테스트’는 참여자 수 186만, 테스트 공유 20만 회의 인기 레이블링 게임 테스트(이하 레이블링 게임)이다. 이 게임은 LG생활건강과 컬래버했다.

얼핏 보면 MBTI(성격 유형 검사법)와 비슷해 보이지만 뭔가 다른 매력이 있다. 국내 레이블링 게임의 선구자로 불리는 ‘방구석연구소’를 총괄하는 임하은 소프트스피어 대표를 만나, 레이블링 게임의 매력과 기업·브랜드가 MZ세대를 겨냥한 마케팅 수단으로 이 게임에 주목하는 이유를 들었다.

방구석연구소의 캐릭터 '꾸꾸'와 함께 포즈를 취한 임하은 대표. 사진=안용호 기자

-MBTI와 레이블링 게임은 어떻게 다른가.

“말 그대로 개인에게 라벨을 붙이는 거라고 할 수 있어요. 나는 이렇다, 너는 이렇구나! 식으로…. 기존의 MBTI(성격 유형 검사법)가 딱딱한 설문 형태로 질문이 어렵고 결과가 재미없었다면, 레이블링 게임은 좀더 트렌디하고 실생활과 관련 있는 질문과 결과를 통해 MZ세대가 게임처럼 즐기고 공유할 수 있도록 콘텐츠화한 거라고 보면 됩니다. MZ세대의 언어로 만들어 더 공감할 수 있고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면서 집에 갇힌 사람들끼리 소통하고 떠들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찾게 됐어요. 레이블링 게임 콘텐츠는 ‘테스트→결과 확인→다른 참여자와 비교→SNS로 공유’ 프로세스가 일반적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MZ세대가 원하는 소통의 니즈를 풀 수 있었죠.”

-유독 MZ세대가 좋아하는 이유가 뭘까?

“이전 세대가 표준, 모범을 추구했다면 MZ세대는 글로벌하고 다문화적인 것을 많이 접하면서 다양성과 개성을 말뿐이 아닌 진짜로 존중하게 됐어요. 나는 이런데 너는 이런 사람이라는 인식을 편 가르기가 아니라 다양성에 대한 인정으로 받아들이는 거죠.

MZ세대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저 멀리 미국에 있는 크리에이터를 팔로우하기하고 글로벌한 콘텐츠를 경험하기도 합니다. 세상에 정말 다양한 존재들이 있는데 그럼 나는 누군가 고민하기도 하고요. 레이블링 게임에 대한 MZ세대의 열광은 나를 알고 싶어 하는 마음과 남을 이해해야 하는 상황이 교차하며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수 있죠.”

-레이블링 게임 하면 방구석연구소가 먼저 떠오른다. 레이블링 게임 콘텐츠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방구석연구소의 공식 회사명은 소프트스피어(Soft Sphere)입니다. 뉴미디어 광고 대행사인 더에스엠씨(The SMC)그룹의 사내벤처로 시작되었죠. 방구석 연구소는 2020년 9월 론칭했는데 이 전부터 레이블링 게임 콘텐츠가 트렌드가 될 거라는 것을 리서치를 통해 인지하고 있었어요. 이왕 콘텐츠를 만들 거면 하나의 플랫폼 안에 모아 시너지를 내보자는 취지로 방구석 연구소가 출발하게 됐습니다.

연예 능력 테스트, 아이돌 포지션 테스트, 인터넷 고인물 테스트 등 3개를 준비해서 오픈했는데, 바로 그날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라가고 서버가 마비됐어요. 이후 기업·브랜드들이 브랜디드 콘텐츠로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기업·브랜드와 제휴하면서 사업이 성장해 지난해 8월, 모기업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했고 지난 4월부터는 ‘메타브’라는 플랫폼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메타브는 유형테스트, 온라인전시, 인터랙티브 아트, 미니게임, 비주얼 노벨 등 웹페이지 형태의 메타 콘텐츠를 누구나 자유롭게 업로드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이죠.”

우리은행이 후원한 '독립운동가 테스트'는 유저가 일제시대 3.1운동의 현장을 실감나게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한 스토리텔링형 콘텐츠이다. 사진=방구석연구소

유형 테스트 넘어 선한 영향력까지, 브랜드 마케팅 콘텐츠로 자리 잡아

-레이블링 게임이 MZ세대를 겨냥하는 기업·브랜드에 주목받고 있다. 방구석연구소의 브랜디드 콘텐츠 사례를 소개해달라.

“첫 브랜디드 콘텐츠는 LG생활건강과 함께했던 ‘첫인상 테스트’였어요. 브랜디드 콘텐츠로서 100만 건 이상의 참여를 이뤄냈던 콘텐츠라 상징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또한 우리은행이 후원한 ‘독립운동가 테스트’도 100만 명 이상이 참여했는데요. 레이블링 게임이 단순 유형 테스트의 수준을 넘어 하나의 게임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던 콘텐츠입니다. 단순한 질문·답 형식이 아닌 애니메이션, 음악, 스토리텔링을 넣어 유저가 주인공으로서 상황을 이끌어가는 콘텐츠로 만들었어요.

독립운동가 테스트는 일제시대 3.1운동 현장으로 돌아가 유저가 그날을 직접 경험하게 하고 잘 알려지지 않았던 독립운동가들을 소개해주는 내용입니다. 마지막 결과 이미지를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와 함께 공유할 때마다 어려운 환경에 처한 독립운동가 후손을 위해 1천 원씩 후원금 적립이 될 수 있도록 기획했어요. 많은 MZ세대 유저들이 참여했고, 특히 가수 이영지 씨가 자신의 인스타그램 피드에 자발적으로 공유해주며 선한 영향력을 보여주기도 했죠.”

부모BTI 테스트를 통해 어머니에 대한 선입견을 깼던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는 임하은 대표. 사진=안용호 기자

-MZ세대가 추구하는 선한 영향력이 레이블링 게임에 녹아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또 다른 순기능이 있나.

“이야깃거리가 많아지고 이를 통해 서로 소통하게 된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올해 어버이날 오픈했던 ‘부모BTI 테스트’의 경우, 내가 생각하는 부모님의 MBTI와 진짜 부모님의 MBTI를 비교해보는 콘텐츠인데요. 부모님과 소통의 기회를 마련해주자는 취지가 담겨있습니다. 자녀가 부모님 MBTI를 추측해서 카카오톡으로 링크를 보내면 부모님이 그걸 받아서 답변하는 방식이에요.

자녀가 생각했던 부모의 MBTI는 이럴 거로 생각했는데 실제 부모의 결과를 보면 다를 수 있거든요. 결국 자녀들이 부모에 대해 가지고 있던 선입견을 깨고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어요. 제 경우에도 저희 어머니가 감동하실만한 생일 선물이 정성 가득한 손 편지와 직접 만든 요리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현금 같은 실용성 있는 선물이라고 답변하셨어요. 테스트하며 어머니와 웃고 재미나게 이야기를 나눴어요.”

-이야깃거리가 생긴다는 점은 기업·브랜드에도 큰 매력이지 않을까?

“광고는 다양한 제품, 브랜드, 서비스 중에서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이거야 라고 계속 이야기를 던지는 거잖아요. 그런데 당신은 이런 성향이니 이게 당신에게 더 맞을 거라고 이야기하면 고객 입장에서 설득력이 더 높아지죠.

첫인상 테스트의 경우만 봐도, 당신은 딸기 케이크 성향이니 이런 향수가 잘 어울릴 거야, 그런데 지금 회원가입 하면 혜택을 받을 수 있네 라는 정보를 주면 유저가 굉장히 몰입도 있게 반응하게 됩니다. 고객의 성향에 빗대어 제품, 브랜드, 서비스를 추천해주니 내 얘기로 받아들여 더 큰 마케팅 효과가 나옵니다.”

테스트 결과 데이터가 삼립의 신제품 출시에 반영된 '포켓몬 테스트'. 사진=방구석연구소

-아직도 엄청나게 팔리고 있는 포켓몬빵 열풍과 포켓몬 테스트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나?

”SPC삼립과 함께했던 포켓몬 테스트는 빵 열풍만큼 인기가 좋았던 콘텐츠입니다. 대형 캐릭터·IP(Intellectual Property Rights, 지식재산권)를 보유하고 있어도 잘 활용하지 못하는 브랜드들이 있어요. 그런데 포켓몬 테스트는 레이블링 게임 형태로 기획해 신제품 출시까지 이어진 성공적인 사례죠.

유저들이 테스트 콘텐츠를 게임 하듯 즐기고 나면 가장 많이 선택된 포켓몬과 가장 선호하는 빵 맛이 결과로 나오게 됩니다. 또 테스트가 끝나면 띠부띠부실을 받을 수 있는 페이지로 랜딩 되어 이벤트로 이어집니다. 특히 레이블링 게임 결과를 신제품 출시를 위한 데이터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어요.”

나는 이런데 너는? MZ세대 함께 이야기하고 공유

-레이블링 게임 테스트 결과를 타인과 비교할 수 있는 장치가 있는데 어떤 의도인지.

“내 유형의 순위나 참여자 대비 비율 등을 볼 수 있어요, 이 점 역시 앞서 얘기한 이야깃거리 만들기와 연관이 있죠. 그냥 내 결과만 보는 것보다 전체에서 어느 정도 순위고, 참여자 중 나와 비슷한 유형이 몇 퍼센트나 되는지 알면 친구들과 나눌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더 풍성해지거든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공유로 이어져요. 테스트 결과를 캡처해서 SNS에 공유하며 수다 떠는 과정을 통해 콘텐츠가 계속 확산합니다. 레이블링 게임 테스트의 성공은 결국 공유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죠.”

'찐' Z세대가 만드는 콘텐츠를 지향하는 방구석연구소의 인턴십 '노른자'는 Z세대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사진은 후배 기획자와 콘텐츠에 관해 대화하는 임하은 대표. 사진=안용호 기자

-질문이나 결과를 설명하는 문장들과 단어들이 기발하다. 예를 들어 유형을 설명하면서 ‘멍뭉미’, ‘대형견 스타일’ 같은 Z세대나 이해할 법한 단어를 사용하는데, 콘텐츠 기획을 누가 하나?

”진짜 Z세대들이 만들고 있어요. 브랜드에서 저희를 찾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실 콘텐츠를 만드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중요한 건 사람들이 참여하고 확산할 수 있을 만한 워딩으로 만들어내는 거죠. 이를 위해 Z세대 기획자들이 실제 Z세대들과 직접 소통하면서 콘텐츠를 만들어요. 카카오톡에 ‘명예연구원방’이라는 소통 채널을 운영하는데 이분들을 회사로 모셔서 이야기를 나누곤 하죠.

기발한 콘텐츠 기획이 나오는 또 다른 원천은 인턴십 제도입니다. 10·20대들에게 인기 있는 ‘이십세들’이라는 유튜브 채널과 함께 ‘노른자’라는 인턴십을 운영하고 있어요. 벌써 3기째인데 Z세대 사이에서는 꼭 참여하고픈 인턴십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기업 인턴십이 대부분 어떤 소통의 장벽이 있는데, 저희 인턴십의 특징은 인턴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된다는 점이에요. ‘인턴이 답이다’라는 생각으로 이들의 기획이 실제로 콘텐츠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합니다. 이런 부분들이 방구석연구소의 콘텐츠 색깔을 더 도드라지게 만들죠.”

향후 레이블링 게임에서 스토리텔링과 인터렉티브의 요소가 더 강조될 것이라고 말하는 임하은 대표. 사진=안용호 기자 

-앞으로 레이블링 게임은 어떻게 진화할까?

“먼저 레이블링 게임이라는 용어 중 ‘레이블링’에 포커싱하자면, 나는 누구이고 너는 누구다와 같은 유형화 관련 콘텐츠의 수요와 공급은 계속 이어질 거로 봅니다. 이런 유형은 이런 방식의 ㅇㅇ이 필요하다는 식의 매칭 콘텐츠가 피트니스, 뷰티, 건강 등 다양한 산업 분야와 관련해 계속 나올 거예요. 또 단순히 유형화에 그치지 않고 스토리텔링이 강조되는 방식으로 진화할 겁니다.

레이블링 게임의 미래를 ‘게임’ 측면에서 보면 인터렉티브의 요소가 더 강조될 것으로 보여요. 글이라는 콘텐츠는 읽기(read), 이미지는 보는 것(view), 영상은 시청(watch)이 중심이었다면 인터렉티브는 참여(play)의 형태로 고차원화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크리에이티브한 게임 형태의 인터렉티브 콘텐츠들이 웹페이지 콘텐츠 형태로 계속 나오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에는 코딩 때문에 일반인은 웹페이지 콘텐츠 제작을 엄두도 못 냈어요. 그런데 요즘은 초등학교 때부터 코딩을 배워요. 누구나 레이블링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온 셈이죠.”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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