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마케팅③]서비스형 뱅킹(BaaS)으로 빅테크 기업과의 연계 강화하는 금융사

카카오, 쿠팡 등에 임베디드 된 금융사의 고객 다변화 전략

김예은 기자 2024.03.26 14:25:41

서비스형 뱅킹(BaaS, Banking-as-a-Service)이 부상하며 금융회사와 이종 플랫폼 기업간의 전략적 파트너쉽이 강화되고 있다. 사진=Unsplash

금융라이센스를 보유한 금융회사가 비금융 회사에 금융 코어 기능을 주문형 서비스로 제공하는 서비스형 뱅킹(BaaS, Banking-as-a-Service)이 부상하며 금융회사와 이종 플랫폼 기업 간의 전략적 파트너쉽이 강화되고 있다.


고은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BaaS는 금융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는 금융회사가 금융 서비스를 기능 단위로 모듈화해 비금융 회사에 맞춤형 서비스로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기업 간 금융 라이선스 판매에서 더 나아가 소비자 연결로 이어지는 서비스로 임베디드 뱅킹으로도 일컬어진다. 즉, 은행이 핀테크, 비금융 업체와 제휴해 금융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운영체제와 응용프로그램 간 통신에 사용되는 언어)를 개방하고 제3자가 이들의 플랫폼에서 은행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구축하는 것으로서 금융회사, 비금융회사, 소비자 모두에게 이점을 갖는 상생(win-win-win) 모델로 꼽힌다.


먼저, 금융회사는 고객에게 직접 제공하던 금융 서비스를, 대규모 고객을 보유하고 있는 비금융 회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제공하여 새로운 고객 접점 채널을 확보하고 수수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최근 비이자수익 확대를 목표로 한 금융권이 BaaS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적극 활용하는 이유다. 특히 빅테크 기업과의 경쟁 환경하에서 금융회사는 BaaS 인프라를 통해 대규모 고객을 보유한 플랫폼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맺음으로써 리테일 고객을 확보하는 채널 접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좌측부터) 비제쉬 아이어 쿠팡페이 대표, 강한승 쿠팡 대표,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 이승열 하나은행장, 이호성 하나카드 사장이 지난해 12월 12일 잠실 쿠팡 사옥에서 쿠팡과 하나금융그룹간 소상공인 상생을 위한 혁신금융서비스 업무 협약 체결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쿠팡

은행 라이선스가 없는 비금융 회사는 라이선스 없이 은행 관련 서비스를 자사 플랫폼에 단시간에 구축하여 업무 효율성을 높이며, 고객에게 금융기관 코어 기능까지 제공함으로써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산업간 경계가 사라지는 빅블러(Big Blur) 시대에 비금융 회사는 지급결제, 대출, 카드발급, 계좌이체 등과 같은 핵심 금융 기능을 자사 플랫폼에 탑재하려는 니즈가 증가하고 있다.


소비자는 생활 플랫폼에서 금융 서비스까지 원스톱으로 제공받아, 금융사를 찾아가지 않고도 금융을 이용할 수 있어 편의성이 향상된다.


예를 들어 간편결제 핀테크 기업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말 신한은행과의 제휴로 BaaS형 신상품 ‘쓸수록 모이는 소비적금’을 출시했다. ‘쓸수록 모이는 소비적금’은 고객이 카카오페이로 결제할 때마다 결제 금액의 10~200%가 적금 통장으로 자동이체되는 방식으로 소비 행위에 적금을 연계시켰다. 서비스 가입은 카카오페이 앱페이지에 연계된 신한은행 비대면 계좌 개설 서비스를 통해 가능하다.


하나은행은 쿠팡 판매자 전용 애플리케이션 상에서 빠르고 편리하게 하나은행 계좌를 개설 후 판매·지출 내역을 실시간 확인하고 계좌 이체를 신청하는 셀러월렛 서비스를 출시했다. 하나은행이 네이버파이낸셜과 함께 출시한 '네이버페이 머니 하나 통장'도 BaaS 사업의 일환으로 대형 핀테크 서비스와 금융을 연계해 플랫폼 내에서 은행의 코어 기능 확장을 가능케 한다.


이 같은 서비스형 뱅킹(BaaS)의 핵심은 오픈(Open, 개방형)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제공하는 것에 있다. 즉, 풍부한 데이터 접근 권한을 통해 비금융 회사가 차별화된 금융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오픈 API’란 플랫폼 기능 또는 콘텐츠를 다른 이가 이용할 수 있도록 외부에 공개한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로써, 이를 활용하면 누구나 쉽게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0월 자체 ‘오픈 API’ 마켓을 오픈하고, 금융권 최초로 챗GPT를 활용한 API 개발지원, 코딩 오류체크 등 특성화된 AI 서비스를 접목했다고 밝혔다. 사진=신한은행 오픈API 마켓 캡쳐

신한은행은 오픈 API를 기반으로 한 은행 자체 ‘오픈 API’ 마켓을 지난해 10월 도입했다. 이를 기반으로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외화 환전’ 메뉴를 추가하고 싶은 여행사는 신한은행이 제공하는 ‘오픈 API’를 통해 자사의 플랫폼에 환전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오픈 API’ 마켓에 금융권 최초로 챗GPT를 활용한 API 개발지원, 코딩 오류 체크 등 특성화된 AI 서비스를 접목했으며 헬스케어, 프롭테크 등 7개 분야의 63개 ‘오픈 API’를 제공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하이픈코퍼레이션, 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빅테크플러스 등 비금융 업체와의 API 협업을 통해 금융 서비스뿐만 아니라 헬스케어, 모빌리티, 프롭테크(proptech, 부동산과 기술의 합성어로 인공지능, 가상현실, 빅데이터 분석, 블록체인 등과 같은 신기술을 결합한 부동산 서비스), 배송 서비스 등 다양한 생활 서비스를 연계해 오픈 API 생태계를 확장하고 새로운 수익모델을 발굴하고 있다.


이들과의 협업으로 API 이용자들은 금융, 외환, 대출 등의 서비스에 더해 11종 암 발병 AI 예측, 부동산 자산 AI 추정가 서비스부터 배달앱 정보 조회, 텍스트 및 이미지 번역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기존 API 비즈니스 경험을 바탕으로 금융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휴사의 API를 입점시켜 차별화된 서비스와 함께 특성화된 새로운 경험의 개발환경을 제공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하고 경쟁력있는 서비스를 제공해 ‘언제 어디서나 고객의 일상에 스며드는 에브리웨어 뱅크(Everywhere Bank), 인비저블 뱅크(Invisible Bank)’를 구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2020년 2월 그룹 내 6개 관계사의 공동 참여를 바탕으로 ICT 전문 관계사 하나금융티아이가 독자 기술로 자체 개발한 ‘오픈(Open) API 플랫폼’을 개설했다. 2019년 관계사인 하나은행이 독자적으로 오픈 API 서비스를 개시한 이후 그룹 내 하나생명, 하나손해보험 등의 관계사가 함께 오픈 API 플랫폼에 참여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KB금융그룹은 지난해 8월 30일 그룹 차원의 오픈 API 신규 포탈을 개설했다. 사진=KB금융 오픈API 마켓 캡쳐

2018년 12월부터 외부 제휴 오픈 API 인프라 구축에 착수한 KB금융그룹은 지난해 8월 30일 그룹 차원의 오픈 API 신규 포탈을 개설했다. KB국민은행, KB증권, KB손해보험, KB국민카드, KB캐피탈, KB라이프생명, KB저축은행, KB데이타시스템이 참여해 현재 116개 제휴사와 협업한 107개의 API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 플랫폼을 통해 KB금융그룹은 여행자 보험료 산출, 해외주식 KB리서치추천사유조회, 중고차 시세 조회 등의 서비스를 외부 핀테크 기업이 제휴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올해 시무식에서 디지털화가 심화하는 변화에 앞서나가기 위해 KB의 모든 서비스가 고객의 일상 속에 촘촘히 스며들 수 있는 금융 플랫폼 생태계가 구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행장은 이를 위해 고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1등 비금융 플랫폼들과의 전략적 제휴 및 금융 서비스 연계로 BaaS(임베디드 금융) 시장 선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빅테크 기업 못지않은 KB의 금융·생활 플랫폼 생태계를 완성해 그 안에서 다양한 고객 경험 제공과 고객 기반 확대를 이루어 나가자고 당부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2월 14일 우리은행 본점에서 메가존클라우드와 'BaaS 구체화 및 공동협력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우리은행 조병규 은행장(오른쪽)과 메가존클라우드 이주완 대표가 협약식 이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제공

우리금융은 지난해 말 그룹 IT 운영방식을 ‘그룹사 간 위수탁 방식’에서 ‘그룹사 직접 수행방식’으로 전환하고, 그룹 네트워크를 비금융 디지털 기반 신사업으로 확장한 신사업 모델 구상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 연말 기존 디지털혁신부를 미래혁신부로 확대 개편해 디지털 기반 신사업 추진 컨트롤 타워 기능을 강화했으며, 올해 초 이종산업과 제휴 및 BaaS사업 확장을 위해 은행에 신사업제휴추진부를 신설했다.


우리금융이 구상하는 디지털 기반 신사업은 모빌리티, 여행, 부동산, 통신, 프롭테크 등 생활 밀착형 업종 제휴를 통해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고 금융 거래로 이어지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난 2월 14일에는 클라우드 관리 전문기업인 메가존클라우드와 ‘BaaS 구체화 및 공동 협력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공동 플랫폼 개발에 착수했다.


한편, 경영전략 컨설팅기업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코리아는 2022년 글로벌 BaaS 시장 규모는 80조 원 이상으로 추정되며, 2028년까지 190조 원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골드만삭스, 그린닷은행 등 글로벌 선도 금융사들 역시 채널 확장과 추가 수익 창출 기회로서 BaaS 시장 진출 의지를 적극 드러내고 있다.

BCG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BaaS 시장은 연평균 약 15%의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며, 국내 시장 역시 연평균 20%에 달하는 빠른 성장률이 예상된다. 보고서는 BaaS 시장에서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필요조건으로 최적의 파트너십, 고객 맞춤형 상품·서비스 제공, 탄탄한 IT 역량 등을 강조했다.


BCG 박영호 MD파트너는 “급격한 디지털화와 기술 혁신의 시대에서 BaaS는 금융과 비금융 기업 간 창의적 혁신을 견인하고 있는 글로벌 트렌드”라며 “금융사, 비금융사, 핀테크사가 경계를 허물고 자유롭게 혁신과 성장의 기회를 탐색할 수 있도록 금융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과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BaaS를 기반으로 금융-비금융의 연결이 강화될수록 오히려 비금융업계의 경쟁력이 강화되는 한편, 금융사의 성장동력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이성엽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전 세계적으로 125개 은행이 BaaS를 도입했고, 실제로 많은 은행들은 BaaS 도입을 통해 손님 접점을 강화하고 사업 다각화에도 성공했다”면서도, “파트너십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오히려 은행 본연의 비즈니스와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BaaS를 하나의 은행 채널로 활용하되,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상품개발 경쟁력을 바탕으로 강력한 기술 인프라를 보유함으로써 핀테크의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전략적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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