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렌들리 마케팅④] 캐릭터 덕에 지자체가 귀여워졌다, 더 친근해졌다

강북구, 북한산 멸종위기종 여우·부엉이·삵·달팽이 모티브로 한 캐릭터 론칭… 송파구, 88서울올림픽 호돌이·호순이가 낳은 ‘하하 호호’로 매력 어필

김응구 기자 2024.10.04 14:56:13

강북구는 지난해 12월 청사 1층 로비에 캐릭터 포토존을 설치했다. 여우 ‘강백’, 부엉이 ‘하로’, 삵 ‘호야’, 달팽이 ‘새싹’이 북한산 숲속을 자유롭게 뛰노는 모습으로 조성해놓았다. 12월 4일 열린 포토존 제막식에서 이순희 강북구청장(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이 내빈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강북구청

지자체 캐릭터가 모바일 이모티콘으로 뿌려지는 세상이다. 캐릭터는 사람과 조직(기업·기관)의 틈을 아주 많이 좁혀준다. 더욱 친밀하게 만든다. 최근 들어 캐릭터 사업에 많은 공을 들이는 이유다.

지자체로선 더없는 구정(區政) 홍보 수단이다. 딱딱한 정보도 귀여운 동물이나 마스코트가 소개하면 좀 더 부드럽다. 귀에 쏙쏙 박힌다. 게다가 아이가 좋아하면 어른은 맞장구친다. 머릿속에 오래 남는다. 그만큼 지자체와 주민은 한 발짝 더 가까워진다.

캐릭터에 진심인 지자체, 서울 구청 두 곳을 소개한다. 보기 좋게만 만들지 않았다. 캐릭터의 정체성을 살려 그 안에 스토리텔링까지 입혔다. 한 곳은 캐릭터상(賞)까지 받았다.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부터 살펴본다.

강북구, 북한산 멸종위기종들로 캐릭터 4개 만들어

 

1년 전, 강북구는 구(區)를 상징하는 캐릭터 네 개를 세상에 선보였다. 여우 ‘강백’, 부엉이 ‘하로’, 삵 ‘호야’, 달팽이 ‘새싹’이 그것이다. 다른 동물들이어도 공통점 하나가 있다. 모두 강북구를 대표하는 북한산의 멸종위기종들이다. 캐릭터들은 비교적 귀엽고 순한 모습이다.

강북구는 이 캐릭터들을 “강북구민들과 함께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6~7월 후보 작품들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구민 투표를 진행했고, 높은 관심과 호응 속에 8월 최종 선정했다.

강북구는 캐릭터들에 사명감도 불어넣었다. 단순히 보기 좋은 그림으로만 소비하지 않겠다는 의미에서다. 그 사명감엔 스토리텔링을 덧입혔다. 넷은 산신령의 도움을 받아 신비한 능력과 생명력을 얻었고, 인간과 공존하게 됐다. 이후 사람들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면서 행복한 삶을 살도록 돕는다는 설정이다.

강백·하로·호야는 강북구를 상징하는 의미로 구 CI(기업이미지통합전략)인 북한산 세 봉우리를 각각 모자로 쓰고 있다. 새싹은 어깨에 북을 매 강북구의 ‘북’을 직접적으로 표현했다.

 

강북구 대표 캐릭터인 여우 ‘강백’의 여러 모습. 그림=강북구청
강북구 대표 캐릭터인 부엉이 ‘하로’의 여러 모습. 그림=강북구청
강북구 대표 캐릭터인 삵 ‘호야’의 여러 모습. 그림=강북구청
강북구 대표 캐릭터인 달팽이 ‘새싹’의 여러 모습. 그림=강북구청

 

저마다 이야기도 있다. 먼저, 토종여우 강백은 북한산 최고봉인 백운대(白雲臺) 여우굴에 살고 있다. 북한산을 지키던 아빠 여우처럼 강하고 기백 있게 북한산을 지키고 있다. 부엉이 하로는 북한산의 하늘을 수호한다. 낮에는 졸다가도 어두운 밤이 되면 눈에서 에너지를 발사하며 위험에 처한 사람과 동물을 구한다.

북한산을 호령하는 삵 호야는 귀여운 외모 때문에 간혹 고양이로 착각하지만, 호랑이처럼 용맹하고 강인하다. 북한산 깊은 숲에서 사는 달팽이 새싹은 식물의 새싹들이 잘 돋게 도와주는 생태계 선순환 캐릭터다.

강북구는 소셜미디어(SNS) 구정 알림이나 이벤트·축제, 교육프로그램 등 각종 온·오프라인 활동에 이들 캐릭터를 꾸준히 활용하고 있다. 특히, 캐릭터 인형 탈은 다방면으로 활약 중이다. 지난해 10월 ‘강북구민 한마음체육대회’를 시작으로 진로‧진학박람회, 우리마을 강북여행, 강북청소년문화축제 ‘강추’, 드림스타트 어린이 꿈축제 등 각종 행사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이에 더해 각종 굿즈로도 만들어 구민들에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청사 1층 로비에 캐릭터 포토존을 설치했다. 캐릭터들이 북한산 숲속을 자유롭게 뛰노는 모습으로 조성해놓았다. 강북구 홍보담당관 관계자에 따르면 포토존 명당은 강백이 바로 옆자리다. 12월 4일에는 이를 기념하기 위한 제막식도 열렸다. 이날 사회를 맡은 강북구 관계자는 캐릭터 인형 탈을 쓰고 진행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순희 강북구청장은 “강북구를 상징하는 캐릭터들을 활용해 구민들에게 유익한 구정 소식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온·오프라인 현장에서 더욱 활발하게 소통할 것”이라며 “강북구 캐릭터 강백이와 하로와 호야와 새싹이를 많이 사랑해달라”고 당부했다.

초등 교과서 삽화 ‘철수와 영이’ 강북구 특별명예구민증 받아

서울 강북구 우이천변의 한 담벼락에 ‘철수와 영이’ 벽화가 그려져 있다. 사진=강북구청

오래전 초등학교 교과서 삽화로 잘 알려진 ‘철수와 영이’는 강북구 특별명예구민이다. 최근에는 ‘참 잘했어요’ 도장 속 캐릭터로 인터넷 여기저기서 소비되고 있기도 하다.

‘철수와 영이’는 정부 수립 직후인 1948년 10월 5일 문교부가 펴낸 초등학교 1학년 1학기 국어 교과서 ‘바둑이와 철수’에 처음 등장한 캐릭터다. 이후 1970년대까지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렸으며, 최근에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소녀 로봇 ‘영희’로 주목받았다.

강북구에 따르면 ‘영이’는 흔히 ‘영희’로 알고 있으나 이는 일본식 이름이며, 처음 교과서에 실릴 당시에는 ‘영이’였다.

‘철수와 영이’ 캐릭터를 그린 원화(原畫) 작가는 고 김태형 화백(1916~1993)이다. 그의 장남 김주영(75) 씨는 1983년부터 강북구에서 이비인후과 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인연으로 강북구는 지난 5월 24~26일 개최한 ‘우이천변 페스타’를 사전 기획할 때 김주영 씨의 동의를 얻어 ‘철수와 영이’를 주제로 한 레트로 콘셉트 행사로 꾸몄다. 그리고 행사 첫날인 24일, 이순희 강북구청장은 ‘철수와 영이’를 대신해 김주영 씨에게 특별명예구민증을 수여했다.

이날 김주영 씨는 “아버님이 그린 ‘철수와 영이’는 아름답고 반듯한 그림”이라며 “이 그림을 통해 그때의 추억을 그리며 흥겨운 마음으로 축제를 즐겨주시길 바라고, 무엇보다 축제에 참여한 여러분이 바로 ‘철수와 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순희 강북구청장은 “김주영 씨의 선행으로 연결된 인연은 강북구의 축복”이라며 “마음이 따뜻해지는 ‘철수와 영이’ 그림처럼 그 마음이 강북구 전역에 퍼져 모두가 행복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파구 ‘하하 호호’ 작년 캐릭터 대상서 최우수상 받아

서강석 송파구청장이 지난해 11월 열린 ‘우리동네 캐릭터 대상’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후 ‘하하’(오른쪽), ‘호호’(왼쪽)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송파구청

지난해 11월, 송파구 캐릭터 ‘하하 호호’는 ‘우리동네 캐릭터 대상’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2018년 시작한 이 대상은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의 대표 캐릭터 중 최고를 뽑는 공모전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캐릭터 선발대회다. 지난해 대회 때는 총 137개의 지역·공공캐릭터가 출전했다. 올해 대회는 아직 열리지 않았다.

‘하하 호호’는 전문가 심사(50%)와 대국민 투표(50%)를 거쳐 최종 평가에서 최우수상으로 선정되며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송파구가 지난해 1월 1일 새롭게 선보인 ‘하하 호호’는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 도시인 송파구의 역사성을 스토리로 엮어 재탄생시켰다. ‘하하’와 ‘호호’는 서울올림픽 대표 마스코트로 아르바이트를 하던 ‘호돌이’와 ‘호순이’가 2002년 한일월드컵 거리 응원 도중 다시 만나 사랑에 빠지고, 이내 결혼해 탄생한 아기들이다.

‘하하 호호’는 귀여운 이미지로 구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다. 송파구청 로비의 포토존부터 ‘하하호호 장난감 도서관’까지 다양한 시설물에 활용되고 있다. 특히, 송파구의 대표 축제인 ‘한성백제문화제’에서도 크게 활약하며 매력을 잔뜩 뽐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도 만들어졌다. 지난해 4월 7일 배포한 이모티콘 ‘송파 긍정왕 하하 호호’는 배포 11분 만에 2만5000건 모두 소진됐다. 이뿐만 아니라 에코백이나 그립톡 등 관광기념품으로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4~5월에는 ‘하하 호호’의 주제곡 공모전도 열렸다. 구민들과 함께 ‘하하 호호’를 닮은 밝고 쾌활한 내용을 주제로 특별한 로고송을 만들어보자는 목적이었다. 그 결과 대상 ‘하하호호 행복해’ 등 모두 4명에게 총상금 200만 원을 지급했다.

송파구청은 88서울올림픽 도시의 역사성을 스토리로 엮어 대표 캐릭터 ‘하하 호호’를 탄생시켰다. 그림=송파구청

한편, 지난 3월 16일 일본 도쿄도(都) 분쿄구(文京区)에서 열린 ‘도시교류 페스타’에선 ‘하하 호호’가 높은 인기를 끌었다. 이 축제는 분쿄구가 국내외 교류 도시들의 매력을 지역 주민들에게 알리는 행사다. 송파구는 분쿄구 초청으로 이날 행사에 참여했다.

분쿄구는 도쿄도의 23개 특별구 중 하나로, 도쿄 중앙에 자리한 인구 24만4000여 명의 도시다. 도쿄돔, 도쿄대(東京大), 킹레코드 본사 등이 있어 관광과 교육의 중심지로 알려져 있다. 송파구는 지난 4월 26일 분쿄구와 우호협력도시 협약을 맺고 다양한 교류를 잇고 있다.

이날 송파구는 홍보부스를 운영하며 도시 브랜드(CI·캐릭터)를 알리고, SNS 팔로우나 응원 메시지 작성 같은 이벤트를 진행했다. 송파구에 따르면 ‘하하 호호’를 보기 위해 대략 1500명이 다녀갔을 정도로 그 인기가 대단했다.

관람객들은 “호랑이 탈을 쓴 캐릭터가 정말 귀엽다”, “서울과 송파구에 꼭 한 번 놀러 가고 싶다”, “서울올림픽을 기억하는데, 호돌이·호순이의 아이들을 캐릭터로 다시 만나니 반갑다” 등의 소감을 전했다.

서강석 송파구청장은 “올림픽 도시를 스토리텔링한 송파구 캐릭터 ‘하하 호호’를 응원하는 구민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하하 호호’와 함께 송파구의 브랜드 가치를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귀엽게 만들던 수준에서 이제 스토리까지 입히는 단계에 이르렀다. 앞으로의 캐릭터는 얼마큼 더 진화할지 몹시 궁금해진다. 이쯤 되면 지자체의 ‘넘버원 홍보대사’는 캐릭터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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