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공룡 편의점③] 음악·맥주축제로 7만명 끌어모은 GS25 ‘유통 티라노’

대규모 ‘뮤직&비어 페스티벌’ 10년째 이어와, 누적 관람 30만 명… 팝업 성지 ‘도어 투 성수’선 1년 내내 주류 아이템 선보여

김응구 기자 2024.11.19 16:33:30

GS25는 해마다 ‘뮤직 & 비어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올해는 8월 10일 부산을 시작으로 17일 경기 일산을 거쳐 31일 강원 속초까지 이어졌다. 10년간 누적 관람객 수만 30만 명을 넘는다. 사진=GS리테일

 

편의점이 대형 뮤직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시대다. 이제 더는 물건을 사고파는 유통 체인 역할만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는 해마다 ‘뮤직 비어 페스티벌(Music&Beer Festival·뮤비페)’을 준비해 대규모로 선보인다. 2015년 처음 열었을 때 5000명가량에 불과했던 관람객은 이제 10만 명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10년 차인 올해는 지난 8월 10일 부산을 시작으로 17일 경기 일산을 거쳐 31일 강원 속초까지 쉼 없이 달렸다. 처음 예상 관람객 수를 6만 명 정도로 잡았지만, 최종적으론 1만 명 늘어난 7만 명이 몰려 그 인기를 실감케 했다. 10년간 누적 관람객 수는 현장 기준 30만 명, 팬데믹 기간 중 실시한 온라인 콘서트까지 포함하면 130만 명을 넘는다. 클럽 파티로 시작했던 소규모 행사가 이젠 국내를 대표하는 여름 음악 축제로 성장한 것이다.

이 같은 뮤비페의 성공은 곧 GS25의 성장과 궤를 같이한다. GS25에 따르면 2015년 전국 매장 수가 9300개에서 현재 1만8000여 개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그런 만큼 뮤비페 관람객 수도 급증했다. △나만의 냉장고 △반값 택배 △와인25플러스 △퀵커머스 등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중심의 O4O(Online for Offline) 서비스와 시너지를 창출한 덕분에 지난해부터 100만 명 이상이 뮤비페 행사에 응모하고 있고, ‘우리동네GS’ 앱 역시 뮤비페 효과로 5~7월 평균 MAU(월간 활성화 이용자 수) 350만 명을 기록하며 오프라인 유통 앱 1위 자리를 확고히 했다.

뮤비페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GS25는 가장 큰 비결로 ‘고객 관점으로 섭외한 출연진’을 꼽았다. 편의점 이용 고객이 남녀노소 전 연령대인 점을 고려해 박재범, 비와이, 볼빨간사춘기, 에일리, god, 다이나믹 듀오 등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아티스트들로 섭외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이는 뮤비페 응모 고객 비중을 살펴봐도 알 수 있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2030세대 여성은 6%, 40대 고객은 10% 증가해, 성별·연령별 다양성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재작년부터 전국 투어로 돌려 지역 격차 해소에 힘쓴 점도 성공 요인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편의점은 전국 어디서나 만나는 곳인 만큼 뮤비페가 수도권 중심이 아닌 전국을 커버하는 축제로 커나가야 한다는 철학을 실천으로 옮겼고, 이에 고객들이 호응한 것이다. 재작년 일산·부산, 지난해 일산·부산·보령·양양에 이어 올해는 일산·부산·속초에서 진행하는 등 전국에서 고객들과 만나려는 노력을 계속 잇고 있다.

뮤비페를 총괄한 GS리테일 이정표 O4O부문장은 “뮤비페의 10주년 성과는 GS25가 넷플릭스·게임·음반·전시·스포츠 등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와의 협업을 통해 문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한 결과”라며 “올해는 한국관광공사와 협업해 외국인 관광객 5000여 명과도 함께한 만큼, GS25가 국내를 넘어 글로벌 문화 플랫폼으로 도약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팝업 성지 ‘도어 투 성수’… GS25 성장의 한 축 담당

팝업스토어를 얘기할 때 서울 성수동을 빼놓을 수 없다. 성수동 팝업을 말할 때면 ‘도어 투 성수’ 역시 빠지지 않는다.

도어 투 성수를 알기 위해선 ‘도어 투(DOOR to)’를 먼저 알아야 한다. ‘편의점의 새로운 길을 연다’는 의미로, GS25가 재작년 11월 새롭게 선보인 프리미엄 플래그십 스토어다. ‘도어 투 성수’는 도어 투 브랜드를 전면에 내걸고 선보인 1호 매장이다. 약 165㎡(50평) 규모이며, 외부 테라스를 포함해 30석 정도의 시식·시음 공간도 따로 마련돼 있다. 따로 운영 기간이 정해진 게 아닌 상설 매장이다.

 

디아지오코리아는 ‘도어 투 성수’에서 11월 19일부터 12월 8일까지 신제품 ‘조니워커 블랙 오징어게임 에디션’ 출시 기념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사진=디아지오코리아
 

당장 11월 19일 스카치위스키 ‘조니워커’의 팝업이 이곳에서 열렸다.

디아지오코리아는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 시즌 2 공개를 앞두고 ‘조니워커 블랙 오징어게임 에디션’을 11월 1일 한정 출시하고 판매에 들어갔다. 도어 투 성수에서의 팝업은 이를 기념하기 위한 이벤트이며, 12월 8일까지 운영한다. 위스키 애호가는 물론 오징어게임 팬들을 위해 체험형 엔터테인먼트나 스페셜 칵테일 등 여러 즐길 거리를 마련해놓았다.

참고로 이번 신제품은 오징어게임 에디션답게 드라마의 상징적인 요소들을 라벨 디자인에 반영했다. 조니워커의 상징인 ‘스트라이딩 맨’은 기존 클래식 정장 대신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모습으로 디자인한 점이 두드러진다. 병 상단에는 오징어게임의 한글 로고를 넣었는데, 이는 한국 시장에만 적용됐다. 특유의 사선 모양 라벨에는 오징어게임의 참가자 번호에서 영감받아 001부터 456까지 고유 번호를 새겼다.

 

지난 10월 1~14일 GS25 ‘도어 투 성수’에선 프리미엄 버번위스키 ‘러셀 리저브’의 팝업스토어가 열렸다. 이 브랜드가 단독으로 팝업을 연 건 이번이 최초다. 사진=GS리테일
 

앞서 10월 1일부터 14일까지 2주간은 프리미엄 버번위스키 ‘러셀 리저브’의 팝업을 운영했다. 이 브랜드가 단독으로 팝업을 연 건 이번이 최초였다. ‘도어 투 성수’가 팝업 메카로 유명해지면서 러셀 리저브와의 이례적 협업이 성사됐다는 게 GS25의 설명이다.

신규 라인업인 15년과 6년 라이위스키 등 한정판 2종이 당시 팝업에 처음 공개되기도 했다. 특히, 15년은 해외에서 화제를 모아 팝업이 오픈되기도 전 구매 문의가 쇄도했다고 편의점 측은 밝혔다.

당시 팝업은 최고급 위스키 전문점 콘셉트로 꾸며 관람객들의 눈과 입을 즐겁게 했다. 시음·시향을 즐기는 ‘러셀 리저브 바’와 ‘러셀 리저브 클래스’를 필두로 ‘러셀 리저브 한정판 굿즈 존’, ‘보틀 각인(刻印) 존’ 등 오감을 자극하는 체험 공간과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가장 눈에 띈 건 매장 전면 쇼윈도에 세워진 초대형 진열장이었다. 러셀 리저브 브랜드와 상품을 효과적으로 부각하기 위한 공간 연출로, 방문 고객들의 포토존으로 활용됐다.

‘도어 투 성수’는 앞서 밝힌 대로 팝업 메카로 유명하다. GS25가 성장하는 발판이 되기도 했다. ‘잭 다니엘스’, ‘라벨5’, ‘원 바이 펜폴즈’, ‘무통카데 로제 마틸드’ 같은 주류를 포함해 지금까지 서른 번 넘는 팝업이 열렸다. 그러는 동안 평균 2만5000명, 누적 75만 명 규모의 방문객을 유치하며 ‘도어 투 성수 팝업=흥행’이라는 공식도 만들어냈다.

 

지난 4월 25일부터 5월 12일까지 ‘도어 투 성수’에서 열린 팝업스토어 ‘선양카지노’는 소주 ‘선양(鮮洋)’과 카지노 콘셉트로 꾸며 ‘대박 인기’를 얻었다. 사진=선양소주
 

‘도어 투 성수’ 팝업으로 편의점과 주류업체가 상호 ‘윈윈’한 건 대전·충남 기업 선양소주(옛 맥키스컴퍼니)가 대표적이다. 언뜻 주류와 관계가 있는 듯 없는 듯한 카지노라는 아이템을 팝업의 주요 콘셉트로 설정했고, 한마디로 ‘대박’을 쳤다. 다소 의아한 조합, 그래선지 사람들이 더욱 반겼다.

선양소주에 따르면 지난 4월 25일부터 5월 12일까지 18일간 ‘도어 투 성수’에서 열린 팝업 ‘선양카지노’에는 약 1만2200명이 방문했다. 이 팝업은 소주 ‘선양(鮮洋)’ 640㎖ 페트 제품을 최저가로 GS25에서 출시하는 걸 기념하고자 선보인 이벤트다. 텃밭인 대전·충남에서 벗어나 서울·수도권을 공략하기 위해 MZ세대를 주요 소비층으로 설정하고, 이들의 관심을 끌고자 카지노라는 콘셉트를 가져와 인지도를 높이려 한 전략이 제대로 들어맞았다.

카지노 게임에 주류를 취급하는 팝업인 만큼 입장 시 신분증 검사는 필수였고, 입장 인원도 하루 100명가량으로 제한했다. 입장할 땐 게임에 쓸 수 있는 칩을 나눠줬다. 실제 카지노에서 사용하는 칩과 아주 비슷한 모양이다. 이것으로 카드 마술, 컵 마술, 빅 휠 같은 게임을 배팅할 수 있다. 게임을 진행하는 이들도 실제 딜러처럼 복장을 갖춰 입었다.

게임 한 판에는 칩 한 개를 걸 수 있다. 게임에 이기면 칩 하나를 주고, 지면 잃는다. 그렇게 모은 칩은 팝업 입구에 마련한 ‘선양 바(bar)’에서 선양소주로 만든 하이볼과 교환하거나 선양 볼펜, 크라운캡 자석 같은 굿즈로 바꿨다. 인증샷을 찍는 ‘선양사진관’ 부스도 인기였는데, 물론 여기서도 칩 하나를 내야 했다.

대개 주류 팝업이 시음 위주거나 제품을 상징하는 조형물로 관심을 유도하는 데 반해 선양카지노는 콘텐츠를 체험 위주로 구성해 무척 신선했다는 평을 얻었다.

흔히 ‘유통 공룡’이라고 말한다. 편의점을 두고 하는 말이다. 대개 인정하는 분위기다. ‘갑(甲)이 됐다’는 등의 뒷말도 따른다. 그러는 와중, 잊지 말아야 할 건 ‘재미’다. 지금 동네 편의점에만 가도 재밋거리는 차고 넘친다. 조금 더 나와 핫플레이스의 편의점에 가면 앞서 예를 든 흥밋거리가 1년 365일 쉬지 않고 이어진다. 재미를 좇는 소비자, 그에 맞추는 편의점, 유통 공룡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경쟁업체는 질투하거나 멍하니 쳐다만 볼 일이 아니다. 소비자는 언제든 또 다른 유통 공룡을 기다리고 있으니까.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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