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윤석열’발 환율 쇼크, 빨리 해결해야

정의식 기자 2024.12.23 16:16:42

2022년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린 날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274.60원이었다. 2년 반이 지난 2024년 12월 23일 기준 1450.30원이다. 불과 2년 반만에 환율이 약 13.8% 오른 셈이다.

당시 뉴스들을 살펴보면, 수많은 경제전문가들은 윤 정부의 취임 첫 과제가 ‘환율과의 전쟁’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왜냐하면 ‘환율 상승’은 ‘물가 상승’과 사실상 같은 의미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보유한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고, 해외에서 들여오는 물건의 가격은 비싸진다. 서민들의 삶의 질이 낮아지게 되고, 대통령의 인기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 극단적으로는 1997년 IMF 외환 위기 레벨의 재난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2020년부터 현재까지 약 5년간의 원·달러 환율 그래프를 살펴보면 전임 문재인 정부 시절,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며 하락세를 띠던 환율은 2020년말 1100원대 이하의 최저치를 찍었지만, 이후 문 정부의 레임덕이 시작되며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문제는 윤 정부가 이 상승세를 끊기는 커녕 오히려 불을 붙였다는 점이다. 환율 하락을 위해서는 통화 유동성을 줄이는 정책을 펼쳐야 했지만, 취임 직후의 지방선거 승리 및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통화량을 오히려 늘려버린 것이다. 이후로도 윤 정부의 환율 관리는 엉망이었다.

급기야 2022년 9~10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고강도 긴축에 달러가 초강세를 드러내며 환율이 최고 1444원(2022년 10월 25일 기준)까지 뛰었다가 다시 급락하기도 했고, 우여곡절 끝에 대충 1300원대에서 안정화되는가 했지만, 기어이 그는 막타를 때려버렸다.

 

2020년 5월~2024년 12월 원·달러 환율 그래프. 사진=SC제일은행

12월 3일 밤 11시 윤석열의 갑작스러운 비상계엄령 선포로 다음날인 4일 환율은 1440원까지 오르다 1425원으로 마감했다. 그나마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안을 통과시킨 덕분이었다.

지난 14일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지만, 여전히 환율은 급등세를 유지하고 있다. 아직 대한민국의 정치적 안정성이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12월 19일과 20일 2일 연속으로 환율이 1450원을 넘어섰는데, 이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다. 역사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1450원을 넘어선 것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9년 금융위기 2번밖에 없었다.

슬픈 것은 이번 위기가 과거 2번과 성격이 너무나도 다르다는 점이다. 1997년 외환 위기는 당시 급성장한 한국 경제가 글로벌 경제에 합류하면서 여러 문제점이 노출된 구조적 문제였고, 2009년 금융 위기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스템이 제어되지 못한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위기는 야당과의 협치를 거부하고 역대 최다의 ‘거부권’을 남발하면서 극우세력의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져 헌정 질서를 중단시키려 한 대통령과 일부 군 고위장성들의 야합으로 인해 발생했다.

다행히 해외에서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시스템이 국회를 중심으로 잘 작동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며,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상황은 그닥 만만치가 않다.

원화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것은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고, 수출 증가세도 둔화됐다. 게다가 트럼프 2기가 출범하면 미국과 중국의 대결이 한층 노골화되고, 양측의 보호무역 갈등도 높아질 전망이다. 이래저래 무역에 사활을 건 대한민국에 불리한 요소들이다. 이런 대외적 리스크를 줄일 방법이 없다면, 최소한 국내의 리스크 만이라도 빨리 해결을 해야 한다.

지난 12월 7일 미국의 유력 경제매체 포브스는 “윤 대통령이 ‘코리안 디스카운트’를 주장하는 투자자들이 옳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꼬집었다. 이미 전세계에 한국의 최대 ‘리스크’로 공인된 대통령을 빠르게 정리하지 못하면, 한국 경제가 영영 회생의 길로 나아갈 수 없을 거라는 경고다.

저물어가는 2024년을 배웅하고, 다가올 2025년을 맞이하며 문화경제는 ‘2025년 산업전망’을 특집으로 준비했다. 대부분의 업계가 올해보다 더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하는 와중에 비상계엄·탄핵사태까지 겹치며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전언이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희망을 잃지 말고, 우리 앞에 닥친 여러 문제들을 하나씩 차분히 풀어나갈 수 있다면, 이번 위기는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새해에는 서로간의 소소한 차이보다는 큰 공통점을 바라보며 힘을 모을 수 있는 그런 대한민국이 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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