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동탄성심병원, LVAD 착용 1296일 이후 심장이식 성공… “건강 유지 중”

23살부터 숨 쉬는 것조차 힘들게 만든 심부전… “20년 투병 끝에 찾은 희망”

황수오 기자 2025.04.01 10:33:22

한림대동탄성심병원 LVAD수술 모습. (사진=한림대의료원)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은 지난 2018년 경기도 최초로 좌심실보조장치(Left Ventricular Assist Device, 이하 ‘LVAD’) 수술에 성공했던 A(여, 45)씨가 1296일간 LVAD를 착용한 뒤 2022년 5월 심장이식수술에 성공했고, 이후 현재까지 3년간 건강을 유지 중이라고 1일 밝혔다.

A씨는 23살이던 2002년부터 심부전을 앓았으며 이후 심부전이 점점 악화돼 2010년 ‘원인 불명의 확장성 심근병증’으로 진단받았다. 확장성 심근병증은 심장이 비대해지면서 심장 기능이 저하되는 말기 심부전 단계의 질환으로 궁극적인 치료법은 심장이식이다. A씨는 심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며 전신의 기능이 떨어졌고 병원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A씨는 당시 “다리가 너무 부어서 바닥에 발을 디디면 몸이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았고, 견딜 수 없는 통증이 매일 찾아왔다”고 말했다.

A씨는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심장이식 대기자로 등록했지만 이식 대기자 순위가 낮아 기약 없는 기다림을 이어갔다. 이식 대기 중 증상이 더 악화되자 LVAD 수술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LVAD는 개흉술로 심장과 대동맥에 인공펌프를 연결해 심장이식 전까지 심장 기능을 유지시킬 수 있는 기기다. 그러나 3억원이 넘는 고가의 비용 때문에 절망하던 A씨에게 희소식이 들려왔다. 2018년 10월 보건복지부가 LVAD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결정함에 따라 치료비의 5%만 지불하고 LVAD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순환기내과 심부전 전문의․흉부외과 전문의․전담간호사․사회사업팀․약제팀 등으로 이뤄진 LVAD팀은 수술을 준비했다. 2018년 10월 23일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에서 성공적으로 LVAD 수술을 받은 A씨는 이후 의료진의 관리를 받으며 3년 6개월간 LVAD를 착용했다. 이는 개월 수로는 42개월이고, 일 수로는 1296일이다.

2022년 5월 11일, A씨는 드디어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에서 심장이식을 받게 됐다. 성공적으로 이식 수술을 받은 A씨는 현재까지 3년 가까이 건강한 삶을 유지하고 있다.

A씨는 “23살부터 심부전을 앓다가 20년만에 건강한 심장을 선물 받았다”라며 “심장이식을 받은 후 이루 말할 수 없이 좋다. 전에는 숨 쉬는 것도 너무 힘들고 잠도 제대로 못 자서 우울증까지 왔었다. 이제는 잠도 편하게 자고 일상생활도 가능해져서 우울감도 사라지고 무척이나 행복하다”고 말했다.

“심장이식까지 막연한 기다림… 브릿지치료로 LVAD 수술↑”

 

LVAD 그래픽 이미지. (사진=한림대의료원)

심부전은 심장 기능이 저하되며 여러 장기에 혈액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해 발생하는 질환군이다. 특히 약물치료를 받아도 심장 기능이 회복되지 않고 증상이 지속되며 악화를 반복하는 상태를 중증 심부전이라고 한다. 중증 심부전 환자가 회복이 불가능한 비가역적인 상태로 예상 생존율이 낮은 경우 최종 치료로 심장이식을 고려하게 된다.

하지만 실제 심장이식을 받는 경우는 소수이다. 심장이식이 필요한 환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공여자는 줄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통계에 따르면, 2019년에서 2024년 6월까지 심장이식 대기자는 1110명이었지만, 같은 기간 이식을 받지 못하고 사망한 대기자는 634명이었다. 심장이식 평균 대기일수는 385일로 1년이 넘었다.

이처럼 심장이식이 필요한 중증 심부전 환자가 심장이식을 받기 위해 대기하는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LVAD 수술로 심장이식을 받을 때까지 심장 기능을 유지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특히, 심장이식을 받기 전 다리 역할을 하는 ‘가교(Bridge)치료’로써 LVAD의 우수성에 대한 연구도 발표되고 있다. 이전에는 심장이식 전 LVAD 수술을 받게 되면 치료의 복잡성이 증가하고 LVAD로 인한 합병증으로 인해 LVAD 없이 바로 심장이식을 받는 환자보다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올해 SCIE급 국제저널인 ‘Journal of Clinical Medicine’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LVAD 수술 후 심장이식을 받은 그룹과 LVAD 수술 없이 심장이식을 받은 그룹의 수술 7년 후 생존율과 합병증 발생률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LVAD 착용 기간 심장기능이 일부 회복되면서 다른 장기의 기능 또한 회복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순환기내과 이숙진 교수는 “중증 심부전 환자는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고, 폐동맥고혈압이 동반되거나 신장 기능이 망가져 심장이식을 받더라도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가 있다”라며 “LVAD는 심장기능과 함께 다른 장기의 기능도 함께 회복시켜 환자가 심장이식까지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들며, 추후 심장이식을 받았을 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교수는 “LVAD의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LVAD 착용 시 까다로운 관리가 필요하고 보호자의 밀착 돌봄이 요구됨에 따라 환자들이 치료를 주저하는 경우가 있다”며 “그러나 중증 심부전은 기존 심부전에서 시행하는 약물 및 기기 치료에 반응하지 않고 심부전이 지속해서 악화되는 상태이므로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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