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국내 건설사 최초로 미국 원전해체사업에 참여한다.
원전해체는 영구 정지, 안전관리 및 사용후핵연료 반출, 시설 해체, 부지 복원 등 최소 10년 이상이 소요된다. 긴 기간과 까다로운 기술, 관련 법령과 장비의 제한으로 전 세계에서 해체가 완료된 사례는 25기에 불과하다. 국내 역시 지난달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고리 1호기의 해체 승인을 결정하며 영구 정지 8년 만에 본격적인 해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현대건설은 1971년 고리 1호기를 시작으로 한국형 원전 24기를 시공하며 대한민국 원자력 시대를 주도해 왔다. 원자력 전 생애주기를 아우르는 포괄적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진입 장벽이 높은 원전해체 시장에서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고리 1호기 증기발생기 교체공사 등 국내 노후 원전의 설비개선 공사에 참여하며 다수의 해체 관련 경험과 기술을 축적하는 한편, 건설사 최초이자 유일하게 미국 원전해체 시장에 진출하는 성과를 이어갔다.
현대건설은 2022년 원전해체 분야의 독보적인 역량을 보유한 미국 홀텍과 인디안포인트(IPEC) 1~3호기 원전해체 협력 계약을 체결하고, 해당 분야 전문 직원들을 해체 현장에 직접 파견해 관련 노하우와 전문 기술을 상호 교류하며 글로벌 해체 역량을 강화해 왔다.
이 프로젝트에서 현대건설은 △원자로 구조물 절단 및 오염 장비 해체 △사용후핵연료 제거 및 저장시설 이송 △건물 해체 및 폐기물 관리 등 원전해체의 핵심 공정을 공동 수행 중이다. 아울러 원격 자동용접 시스템과 특수 인양 시스템 등 해체 작업자의 피폭을 최소화할 첨단 기술 활용에도 적극 참여했다.
현대건설은 글로벌 원전해체 최대 시장으로 주목받는 미국 현지에서 원전해체 공사를 공동 수행하고 선진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한 만큼, 이를 통해 확보한 기술과 경험을 고리 1호기를 비롯한 국내 원전해체사업에 적용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도 현대건설의 실적은 주목할 만하다. 2019년 한국수력원자력이 발주한 ‘해체 원전 부지 오염 및 규제 해제 안전성 평가’ 과제를 통해 △해체 원전 지하수 감시 및 오염평가 기술 △방사성 오염 토양·지하수 복원기술 △부지 규제 해제·안전성 평가기술 △부지 복원 관련 기술을 확보한 데 이어, 2022년에는 자체 개발한 방사성 오염 토양 복원기술로 이 분야 최초의 환경부 녹색인증을 받았다.
지난해부터는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 등 국내 영구 정지 원전의 부지 상태를 확인하고 원전해체 절차를 수립하기 위한 용역을 수행, 사실상 국내 원전해체의 전초전 단계를 담당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글로벌 원전해체 시장은 2050년엔 그 규모가 5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며 “현대건설은 미국 원전해체 경험이 있는 유일한 국내 건설사로, 오염 토양 복원 등 제반 기술은 물론 노후설비 관리와 구조물 해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 및 방사성 폐기물 처리 등 다양한 역량을 축적하고 있어 향후 발주가 확대될 국내외 원전해체 분야에서도 실질적인 수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