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 재팬’이 어색하지 않은 요즘이다. 한류(韓流)의 반대인 일류(日流·니치류)도 만만치 않다.
춤꾼 야마모토 쿄카(山本恭華·오사카)의 인기가 대단하다. 댄서들의 경연 대회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WSWF·엠넷)’ 덕분에 더욱 빛나는 스타가 됐다. 때마침 그가 속한 ‘오사카 오죠 갱’이 22일 열린 결승전에서 우승까지 차지했다.
물론 인기만큼이나 실력도 최정상이다. 2016년 19세 나이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적인 스트리트 댄스 대회 ‘Juste Debout’(저스트 데부)에서 아시아 최초로 힙합 부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2019년 일본에서 열린 ‘World Dance Colosseum(월드 댄스 콜로세움)’에선 세계 파이널 힙합 부문 우승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11살 때인 2008년에는 한국 SBS 예능 프로그램 ‘스타킹’에도 출연한 적이 있다.
귀여운 외모와 대비되는 파워풀한 춤 실력에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 퍼포먼스, 여기에 그만의 감각적인 스타일링이 더해져 그는 현재 ‘적수’ 없는 춤꾼으로 승승장구 중이다.
방송 후 인기는 폭발적이다. 19만 팔로워였던 그의 인스타그램은 ‘스우파’ 후 76만6000 팔로워를 넘어섰다. 얼마 전에는 국내 패션 매거진 커버까지 장식했다.
“하루 종일 쿄카만 보고 있다.” “아이돌 덕질도 안했는데 이렇게 덕질하게 만들다니.” “완전 ‘입덕’했다.” “쿄카에 빠져 다 늙은 나이에 날밤 새서 쇼츠 봤다.” “계속 보다 보니 오사카까지 가고 싶어졌다.”
그를 향한 팬들의 진심은 계속해서 생성 중이다. 배우 금새록도 이 대열에 끼어들었다. 최근 본인의 소셜미디어(SNS)에 ‘쿄카 아니구 록카’라는 문장과 함께 쿄카의 스트리트 패션을 재현한 본인 사진을 공개했다. ‘록카’는 쿄카에 본인 이름 중 록을 합친 단어다.
슬슬 시동 거는 J-팝
올 상반기에만 요네즈 켄시(米津玄師), 아이묭(あいみょん), 유우리(優里) 등 J-팝 아티스트들의 내한공연이 줄을 이었다. 하반기에도 한국을 건너오는 아티스트는 적지 않다. 세카이 노 오와리(世界の終わり), 히츠지분가쿠(羊文学), 호시노 겐(星野源), 녹황색사회(緑黄色社会), 베비메탈(Babymetal), 아시안 쿵푸 제너레이션(Asian Kung-Fu Generation) 등이다. 모두 일본에서 유명한 싱어송라이터이거나 록밴드다.
지난해 12월 인천 중구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공연을 펼친 2인조 혼성 그룹 ‘요아소비(Yoasobi)’는 1만5000석을 꽉꽉 채웠다. 재작년 12월에 이은 내한공연이었다.
최근 일본 시티팝이 국내 유튜브를 뜨겁게 달궜다. 1970~1980년대 분위기를 기억하는 기성세대가 주 소비층이다. 그에 못지않게 앞서 소개한 J-팝 아티스트들의 플레이리스트도 연일 재생산되며 높은 조회 수를 올리고 있다. 이는 주로 10~20대가 소비한다. 그 중심엔 SNS가 있다. 팬들은 이들의 영상을 짜깁기해 짧은 영상으로 만들어 올리고, 또 다른 팬들은 이에 환호한다. 아이묭은 본인의 영상에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는 댓글까지 남겨놓았다. 팬들이 환호하지 않을 수 없다. 팬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국내에 J-팝 열풍을 불러온 장본인 중 한명인 이마세(いませ)는 지난해 데뷔 앨범 ‘Bonsai’를 발매하며 한국어 버전 특별반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의 노래 ‘Night Dancer(나이트 댄서)’는 국내에서 크게 히트하며, 온라인상에선 안무 챌린지가 연이어 벌어지기도 했다.
K-팝은 화려하다. 에너지가 넘친다. 가사도 직설적이다. 자꾸만 빨려 들어간다. 나도 신나고 모두가 신난다. J-팝은 담백하다. 요란하지 않다. 내밀하다. 은근히 빨려 들어간다. 가사는 일상의 소중함이나 내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한국의 20~30대가 바라는 바일지도 모른다.
1998년 김대중 정부는 일본 대중문화 개방을 추진했다. 반발은 거셌다. ‘문화 침략’을 대놓고 용인한다, 국내 음악 산업이 붕괴된다, 또 다른 문화 식민이다, 반대 여론이 들끓었다. 대략 30년이 흘렀다. 며칠 전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BTS 멤버 진의 첫 솔로 콘서트는 팬들의 요청에 따라 시야 제한석과 돔 꼭대기인 8층까지 전면 개방됐고, 물론 모든 좌석은 매진됐다. 일본의 5대 스포츠 신문 1면엔 진의 얼굴로 도배됐다. 앞서 소개했듯 J-팝 아티스트들의 내한공연은 호황이다. 어떤 무대든 좌석은 만석(滿席)이다.
이게 2025년 현재의 모습이다. 둘 다 지극히 정상적으로 상대국에 안착했다.
일본 여행은 소도시로
일본 여행은 언제나 붐이다. 지난 5월만 따져보자.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이 달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수는 대략 369만3300명이다. 작년 5월과 비교하면 21.5% 늘었다. 올해 4월 외국인 방문자보다는 21만여명 적지만, 5월 기준으론 역대 최다다.
외국인 중 한국인은 얼마나 될까. 모두 82만5800여명. 국가 순위에서 두 달 만에 1위로 복귀했다. 중국인은 78만9900여명, 대만인은 53만8400여명, 미국인은 31만1900여명이었다.
JNTO는 “충북 청주와 이바라키(茨城県)·오비히로(帯広)를 각각 잇는 항공편이 신규 취항하는 등의 영향으로 5월 기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올해 1~4월이라고 다르지 않다.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322만7800여명으로, 역시 중국(313만200여명)을 제치고 가장 많았다. 2024년 한 해 동안에는 882만여명이 다녀왔다. 2023년 대비 26.7% 증가한 수치며, 역시 여러 국가 중 가장 많았다. 주목할 건 재방문 비율이다. 이 중 2~3번째 방문이 35.5%, 4~9번째가 30.5%에 달할 정도 아주 높다.
한국인은 이제 도쿄(東京), 오사카(大阪), 후쿠오카(福岡)만 찾지 않는다. 최근 유튜브에는 일본 소도시 여행을 주제로 한 콘텐츠가 인기다. 주로 Z세대가 이 같은 트렌드를 이끈다.
대표적인 곳이 카가와(香川)현의 다카마쓰(高松)다. ‘사누키(讃岐) 우동’으로 잘 알려진 도시다. 가족이나 연인이 주로 찾지만 ‘혼행’(혼자 다니는 여행)으로 이곳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 7월 18일에는 인천~다카마쓰 노선이 신설돼 여행객이 더 많아졌다. 고토히라(琴平)궁, 다카마쓰성(城), 리쓰린(栗林)공원 등을 주로 찾는데, 어디를 가도 힐링된다는 추천 글이 온라인에 가득하다.
에히메(愛媛)현의 마쓰야마(松山)도 많이 찾는다.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모티브가 됐던 3000년 역사의 ‘도고(道後)온천’으로 유명하다. 여행의 첫날이든 마지막 날이든 로프웨이를 타고 마쓰야마성에 올라 에히메의 전경을 감상하는 건 필수다.
규슈(九州) 지역의 구마모토(熊本)도 체크해두면 좋다. 아소산(阿蘇山)이나 구마모토성이 유명하고, 먹는 걸로는 구마모토 라멘과 제주 한라봉의 원조 ‘데코퐁(デコポン)’이 잘 알려져 있다. 술을 좋아하는 이라면 산토리 양조장을 방문해보는 것도 좋다. 구마모토현의 마스코트 ‘구마몬(くまモン)’은 어디선가 한번쯤은 봤을 만한 캐릭터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