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내로라하는 청년작가들과 유럽의 개성파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해외 예술 교류전이 열린다. 오는 10월 29일부터 12월 14일까지 울산 장생포문화창고에서는 한국과 유럽 무대에서 이미 검증된 24명 작가의 작품 110점이 선을 보인다.
‘바니타스, 시간 그 너머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 교류전에는 각종 미술 전시회와 아트페어에서 ‘귀한 대접’을 받는 한국의 청년 작가들 11명과 특별 초청 작가 1명, 유럽에서도 ‘튀는’ 실력파 작가들 12명이 참여해 오랜 기간 다져온 자신들만의 깊고 섬세한 작품 세계를 펼쳐보인다.
이번 해외 예술 교류전은 기존 미술 전시회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몇 가지 변화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관심을 끌고 있다.
먼저, 세계적인 미술관 학자이자 미술 비평가이며 전시 전문가로 명성을 쌓은 마우리찌우 반니(Maurizio Vanni, 이탈리아 피사대학 교수)가 큐레이터로 참여해 한국과 이탈리아에서 활동하는 2명의 코디네이터와 함께 전시를 이끌고 있다. 그는 유행이나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그동안 수준 높은 자신들만의 작품 세계를 고집해 온 작가들을 직접 선정하여 이번 전시에 참여시켰다.
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시간’. 큐레이터인 마우리찌우는 인간의 삶에는 시작과 끝이 있고, 예술가들은 이러한 사실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그들의 작품을 통해서 현대미술의 새로운 흐름을 조망해 보겠다고 한다. 그는 이러한 컨셉과 관련하여 “시간 자체는 존재하지 않으며, 기껏해야 시공간에는 4차원의 네트워크만 존재할 뿐”이라고 전제한 뒤 “이러한 성찰을 인식하는 예술가들이 시간의 흐름에 대한 공포인 공허(Vantas)를 작품 속에서 어떻게 구현해내는지 주의 깊게 들여다보는 게 이번 교류전의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해외 예술 교류전은 한국의 작가들 작품과 유럽의 작가들 작품이 확연하게 대비되는 것도 색다른 볼거리라고 할 수 있다. 유럽의 작가들은 대체로 수십년간 작품활동을 해온 작가들이 주를 이루는 데, 그러한 작품 이력이 무색할 정도로 전반적으로 굉장히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작품들을 출품하고 있다. 반면에 한국 참여작가들의 작품은 ‘거장’의 작품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로 상당히 정제되고 세련된 특징을 보여준다.
또한 한국의 작가들은 100호 크기 이상의 작품을 1점 이상씩 선보이고 있는 반면, 유럽의 작가들은 모두 100 x 100 크기의 균일한 작품을 출품한 것도 여타 전시에서는 찾아볼 수 있는 특색있는 점이다.
이번 전시에 대해 서동욱 고래문화재단 이사장(울산 남구청장)은 “2025년 현재 한국의 청년 전업작가들의 실력과 작가 풀(pool)은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전세계 미술시장 점유율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이나 유럽에 본점이 있는 빅갤러리에서도 이제 한국의 유망한 작가들을 전속으로 스카웃 할 정도” 라며 “하지만 이는 선택된 극소수의 작가들에 한정될 뿐, 실력있는 많은 젊은 작가들의 해외 진출은 아직 요원하고, 그나마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국내외 글로벌 아트페어나 미술관 전시에서 젊은 작가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을 조금이나마 해결하고 젊은 작가들의 해외 진출에 보탬이 되고자 이번 해외 교류전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