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배서더(ambassador). 한 국가를 대표하는 공식적인 외교관, 즉 대사(大使)다. 언제부턴가 그 앞에 ‘브랜드’라는 단어가 더해지며, 하나의 상품을 대표하는 ‘홍보대사’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브랜드 앰배서더’로 부른다.
흔히 브랜드의 철학이나 가치를 대중에게 알리는 역할을 맡는다. 단순히 브랜드를 부각(浮刻)하는 광고모델과는 결이 다르다.
브랜드나 앰배서더에게 있어 캠페인은 아주 좋은 ‘도구’다. 이름 석 자는 몰라도 얼굴은 잘 알려져 있으니 몰입도가 좋고, 결과물 역시 나쁘지 않다. 대개 둘의 매치를 알림과 동시에 시작한다. 브랜드 앰배서더의 계약 기간은 짧으면 3개월에서 길게는 1년까지 다양하지만, 브랜드 캠페인에 따라 계약이 연장되기도 한다.
브랜드 앰배서더로 발탁하기 위해선 인지도만 보진 않는다. 브랜드의 특성이나 캠페인을 충분히 이해하고 이를 잘 흡수할 수 있는 인물인지가 중요하다. 그래야 소비자와 공감대가 잘 형성되기 때문이다.
‘스텔라 아르투아’는 권성준 셰프 ‘픽’
지난해 9월, 벨기에 프리미엄 맥주 브랜드 ‘스텔라 아르투아’가 스타 셰프 권성준을 브랜드 앰배서더로 발탁했다고 알렸을 때 고개를 끄덕였다. 맥주와 셰프의 조합, 꽤 단단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폴리 맛피아’ 권성준이 누구던가. 재작년 처음 방영돼 돌풍을 일으켰던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의 우승자가 바로 그다.
스텔라 아르투아 측은 권성준을 두고 “요리에 대해 엄격한 기준과 원칙을 지향하는 점이 항상 최고 기준의 품질을 추구하는 우리 브랜드의 가치와 잘 부합했다”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브랜드 앰배서더로 선정되면 대개 캠페인으로 둘의 협업을 시작한다. 스텔라 아르투아와 권성준 역시 ‘스타 스탠다드(The Star Standard)’라는 이름의 캠페인을 곧바로 선보였다. 캠페인 명은 별처럼 빛나는 최고 기준과 최상의 가치를 추구한다는 의미다.
먼저, 협업 한정판 패키지 ‘고메 챌리스 나폴리 맛피아 에디션’을 시중에 내놓았다. 스텔라 아르투아는 성배(聖杯) 모양의 브랜드 전용 글라스 ‘챌리스(Chalice)’와 한 몸이다. 이 글라스에서 영감받아 디자인한 5단 도자기 접시 세트와 권성준이 직접 개발한 레시피를 담은 카드 그리고 스텔라 아르투아 캔맥주로 구성했다. 스텔라 아르투아의 상징인 붉은 컬러가 돋보이는 도자기 접시 세트에는 에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다양한 요리를 담을 수 있어 특별한 식사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레시피 카드에는 ‘스텔라에 브레이징한 소고기찜’, ‘가지 카포나타’, ‘샤프란 리조또’, ‘티라미수’ 등 스텔라 맥주와 어울리는 네 가지 요리 레시피가 담겼다.
권성준은 이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스텔라 아르투아의 글로벌 행사 ‘렛츠 두 디너(Let’s Do Dinner)’에 한국 앰배서더 자격으로 참석했다. 문화·예술·스포츠 분야의 유명 인사 200여명이 모인 이 자리에서 권성준은 그의 대표 요리인 ‘밤 티라미수’를 선보였다.
스텔라 아르투아는 지난해 12월 ‘흑백요리사’ 시즌 2가 시작됐을 때 권성준을 내세운 캠페인 영상을 발 빠르게 공개하기도 했다. 요리에 몰입하는 순간 스텔라 아르투아를 발견해 이를 즐기는 장면인데, ‘셰프의 시선을 사로잡은 한 잔’이라는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전달했다. 이 영상은 스텔라 아르투아 유튜브 채널에서 조회 수 150만 회를 넘겼다.
오비맥주 하이엔드 브랜드 박상영 마케팅 상무는 “프로그램(흑백요리사) 매 회차 공개 시점에 맞춰 주요 장면과 메시지를 반영한 실시간 콘텐츠를 선보이며 방송 관심도와 소비자 접점을 동시에 확장했다”고 말했다.
맥주 브랜드와 유명인 앰배서더를 엮는 일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오비맥주 ‘카스’는 전(前) 쇼트트랙 국가대표 곽윤기를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의 앰배서더로 선정했다. 카스는 이번 동계올림픽의 유일한 주류 파트너였다.
곽윤기는 밀라노 시내에 마련한 ‘코리아하우스’에서 카스와 함께 대한민국 선수단에 응원 메시지를 전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가 조성한 코리아하우스는 한국의 문화와 라이프스타일 등을 소개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카스는 여기에 전시 부스를 마련하고 전 세계 방문객을 맞았다.
‘아사히맥주’가 선택한 K-팝 스타 블랙핑크
일본 아사히맥주는 지난해 여름, 더는 설명이 필요치 않은 K-팝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를 ‘아사히 수퍼 드라이’의 앰배서더로 선정했다.
10년 전인 2016년 8월 데뷔한 블랙핑크(지수·제니·로제·리사)는 여러 히트곡을 터뜨리며 글로벌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K-팝 아티스트로는 최초로 밀리언셀러와 더블 밀리언셀러 앨범을 기록했고, 아시아 여성 아티스트로는 처음으로 미국 ‘빌보드 200’과 영국 ‘오피셜 앨범 차트’에서 동시에 1위를 차지했다. 더불어 아시아 출신 아티스트로는 최초로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아사히 수퍼 드라이는 50개 넘는 나라에 진출한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다. 아사히 그룹은 한국, 일본, 중국, 대만, 홍콩, 몽골 등 동아시아 전역의 브랜드 앰배서더로 블랙핑크를 발탁했는데, 전 세계에 팬을 보유한 블랙핑크를 바탕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강화할 계획이다.
아사히 수퍼 드라이가 동아시아 전체에서 통합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며, 블랙핑크 멤버 전원이 맥주 브랜드 앰배서더로 활동하는 것 또한 처음이다.
캠페인은 지난해 7월부터 각 나라에서 순차적으로 진행 중이다. 한정판 오리지널 디자인 캔 출시, 프로모션 경품 제공, TV·디지털·옥외 광고 등을 전개하고 있다.
아사히맥주를 국내에 유통하는 롯데아사히주류 관계자는 “블랙핑크를 브랜드 앰배서더로 발탁함으로써, 한국에서 아사히 수퍼 드라이의 브랜드 가치 향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오지아’는 주우재, ‘탑텐’은 전지현 내세워
신성통상의 어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지오지아는 모델 겸 방송인 주우재를 앰배서더로 선정했다.
지난 30년간 수트 브랜드로 자리 잡은 지오지아는 수트의 정체성은 유지한 채 비즈니스 캐주얼 영역으로 확장하는 중이다. 최근 들어 출근 복장이 빠르게 캐주얼화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런 이유로 지오지아가 올해 내세우는 키워드는 ‘균형(Balance)’이다. 포멀(formal)과 캐주얼을 균형 있게 넘나들고, 일과 일상에서 모두 착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 캐주얼 스타일을 제안하고 있다.
지오지아는 주우재가 이 같은 방향성과 맞닿아 있어 브랜드 앰배서더로 손색없다고 판단했다. 스마트한 이미지와 위트 있는 캐릭터, 방송과 패션 활동을 통해 검증된 스타일 감각이 2040 남성 직장인이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는 것이다.
지오지아 관계자는 “주우재와 함께 제안하는 비즈니스 캐주얼은 수트 헤리티지 위에 현대 남성의 라이프스타일을 더한 것”이라며 “정장을 넘어 일과 일상 전반을 아우르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지오지아는 봄여름(SS) 시즌에 맞춰 주우재의 업무 현장과 여가 일상을 교차해 담아낸 캠페인 ‘오운 더 밸런스(Own the Balance)’를 공개했다.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달라지되 중심은 흔들리지 않는 스타일, 과하지 않으면서도 분명한 존재감을 지닌 스타일링을 통해 2040 남성들이 따라 하고 싶은 비즈니스 캐주얼을 제시하고 있다.
브랜드 앰배서더로 활동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2주간의 성적표만 봤을 땐 지오지아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지오지아에 따르면 주우재가 착용한 상품의 판매량이 2월 23일 캠페인 공개 후 2주 만에 직전 2주보다 55% 증가했다.
품목별로는 쿨맥스 와이드 슬랙스가 337%, 조직 셋업 재킷이 269% 증가했다. 주우재가 메인으로 착용한 레더 카라 블루종은 84% 늘었고, 캠페인 공개 열흘 만에 브라운 컬러 온라인 물량이 소진됐다.
참고로 이번 시즌 주력 아이템은 크리즈(crease) 소재 셋업과 포멀·캐주얼 어디에나 매치 가능한 셔츠다. 단품과 셋업 모두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해 실용성을 높였다. 비즈니스와 일상의 경계를 허무는 이지 라인, 트렌디한 캐주얼을 제안하는 엣지 라인, 데일리 기본 아이템 중심의 에센스 라인 등 3대 라인을 선보인다. 30년 수트 노하우가 집약된 시그니처 ‘미라클 수트’를 비롯해 ‘미라클 팬츠’, ‘미라클 셔츠’ 등 스테디셀러 라인도 함께 전개한다.
신성통상의 스파(SPA) 브랜드 ‘탑텐’은 브랜드 앰배서더로 배우 전지현을 선택했다. 그를 통해 브랜드 철학인 ‘좋은 옷(Good Wear)’의 가치를 일상 속에서 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전지현은 데뷔한 지 꽤 됐어도 변하지 않는 품격과 친숙함이 몸에 밴 배우다. 탑텐이 추구하는 ‘변하지 않는 가치’를 가장 설득력 있게 구현할 수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유행보다 편안하고 완성도 높은 스타일을 추구하는 그의 태도는, 탑텐이 지켜온 ‘매일 입어도 좋은 옷’이라는 기준과 맞닿아 있다.
탑텐은 전지현의 에이지리스(ageless) 이미지를 적극 활용해 20대부터 50대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브랜드로 포지셔닝을 강화할 계획이다. 특정 세대에 국한되지 않는 그의 이미지는 탑텐이 지향하는 브랜드 정체성을 한층 또렷하게 한다.
전지현은 이번 봄여름 시즌 쿨에어, UV 프로텍션, 수퍼스트레치 등 탑텐의 기능성 라인 스타일링을 선보인다. 한국인의 체형과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설계한 제품들로, 탑텐이 굿웨어 철학을 바탕으로 꾸준히 개발해온 주력 라인이다.
탑텐 관계자는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으면서도 품격을 유지하는 전지현의 모습은 탑텐이 지향하는 ‘굿 웨어’ 철학과 닮았다”며 “브랜드 앰배서더 선정은 단순한 모델 기용을 넘어, 고객의 일상에 상품 이상의 가치를 전달하겠다는 전략적 선택”이라고 말했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