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경제

에로틱 영화계 거장 ’잘만 킹’ 감독, 마지막 유작 ’섹슈얼 어딕션’ 국내 개봉

왕진오 2013-08-29 15:35:22

지난 2012년 2월 3일 미국 최고의 에로티지즘 영화계의 거장이라 불리는 잘만 킹 감독이 암 선고를 받고 6년의 투병 생활 끝에 7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숨겨진 유작으로 전 세계의 기대와 주목을 받고 있는 영화 '섹슈얼 어딕션: 꽃잎에 느껴지는 쾌락과 통증'이 9월 5일 전세계 최초로 국내 개봉을 한다. ‘나인 하프 위크’, ‘투문정션’, ‘와일드 오키드’ 등 익숙한 여러 작품으로 전세계 에로티시즘 장르의 영화 붐을 일으켰던 잘만 킹 감독은 그의 마지막 유작인 ‘섹슈얼 어딕션 : 꽃잎에 느껴지는 쾌락과 통증’을 통해 파격적이고 실제적인 섹스 장면들, 스릴 넘치는 구성으로 에로틱 장르 영화의 거장이라는 극찬을 다시 한번 받았다. ‘섹슈얼 어딕션 : 꽃잎에 느껴지는 쾌락과 통증’ 영화는 관능적이고 아름다우며, 내면의 성적인 욕망이 강한 주인공을 통해 진정한 사랑과 쾌락 혹은 통증 사이에서 방황하는 현대 여성의 섹슈얼한 욕망을 잘 그려내고 있다.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 아름다운 여인 빅토리아는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했던 한 남자와의 치명적인 사랑 이야기, 심지어 그녀의 다리까지 잃을 뻔한 위험한 사랑과 섹스 중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주체할 수 없는 성 탐닉을 하게 된 여자, 바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빅토리아. 관능적인 카리스마가 가득한 그녀는 산타모니카 해변가 보석상의 디자이너. 그녀는 어느 날 우연히 만나게 된 멋진 남자 잭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도도한 매력과 동시에 순수한 마음을 가진 그녀를 처음 본 바로 그날 사랑에 빠지게 만든 잭은 부동산 사업가로 막대한 재력과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 매력을 지닌 남자. 많은 여성들의 유혹을 받으면서도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는 여자를 찾고 있는 중이다.

빅토리아와 잭은 파격적이고 본능적인 섹스를 즐기며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 마침내 결혼을 하게 된 빅토리아와 잭. 하지만 잭은 순수한 빅토리아의 감춰진 욕망을 테스트 하고 싶어 한다. 유혹적이고 매력적인 여자들과의 동성애, 심지어 쓰리썸 섹스까지 요구하는 그에게 빅토리아는 거부감을 느끼기 보다는 점점 자신의 숨겨져 있던 은밀한 욕망을 충족시키는 빠져나올 수 없는 마력을 느끼게 되고 걷잡을 수 없이 그에게 중독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데… 1980∼90년대 가장 왕성하게 활동했던 에로티시즘 무비에 예술적인 감각을 불어넣음 으로서 전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잘만 킹 감독은 미국 플레이보이의 휴 헤프너와 더불어 가장 유명한 에로틱 컨텐츠 제작자이다. 잘만 킹은 킴 베이싱어와 미키 루크 주연의 영화 ‘나인 하프 위크’의 제작자로 처음 이름을 전세계에 알렸다. 이후 쉐릴린 펜을 주연으로 ‘투문정션’을 연출해 전세계 젊은 관객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에로틱한 연출로 이름을 각인시킨다. 90년대에 그는 ‘와일드 오키드’로 실제 정사를 방불케 하는 파격적인 장면으로 에로틱 무비의 세계 최고 거장임을 다시 한번 재확인하고, 이후 ‘레드 슈 다이어리’ 시리즈로 섹슈얼 무비의 고유 명사가 된다.

1980년대 대표적인 섹스 심볼이었던 킴 베이싱어, 마릴린 몬로의 재림이라고 불리었던 쉘릴린 펜, ‘와일드 오키드’에서 미키 루크와의 파격적인 정사 장면으로 충격을 안겨주었던 재클린 비셋, ‘바디 랭귀지’에 사라 콜포드 등 한 번 눈에 들어온 여배우를 당대 최고의 섹스 심볼로 만드는 재주를 지닌 잘만 킹 감독은 ‘말레나 코건’이라는 이전까지 작품 활동이 전무했던 신인 여배우를 영화 ‘섹슈얼 어딕션’에 발탁함으로서 새로우 세대의 섹스 심벌로 자리하게 했다. 또 ‘엑스 파일’ 시리즈의 데이빗 듀코브니의 남성 섹슈얼리티와 미키 루크를 80년대 최고의 섹시 남자 스타로 키워 낸 잘만 킹의 특별한 눈은 ‘섹슈얼 어딕션’에서 잭을 연기한 신인 남자 배우 크리스토스 바실로포로스를 발견함으로서 그 둘을 영화사에 길이 남을 새로운 섹시 커플로 완성 시켰다. 잘만 킹이 제작하고 연출한 작품들을 이야기할 때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단연 여성의 욕망이다. 그의 영화는 하나의 공식을 반복하는데, 욕망이 억눌리거나 성적으로 아직 깨어나지 않은 여성이 어떤 계기를 통해 욕망의 분출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나인 하프 위크’의 엘리자베스(킴 베이싱어)는 존(미키 루크)이라는 남자를 통해 다소 '변태적인'(?) 관계를 즐기게 되고, ‘투 문 정션’의 에이프릴(쉐릴린 펜)은 결혼을 앞둔 상황에서 근육질의 노동자 페리(리처드 타이슨)를 통해 잠자던 야성을 발견한다.

섹슈얼 어딕션‘에서 빅토리아(말레나 코건) 역시 도도하고 관능적인 아름다움을 지녔지만 다소 보수적인 성향을 지닌 여성이지만 부동산 재벌 잭(크리스토스 바실로포로스)를 만나면서 감춰진 욕망을 폭발시킨다. 잘만 킹 감독만의 에로티시즘 세계는 페미니즘과 통한다. ‘나인 하프 위크’에서 킴 베이싱어는 뒤늦게 알게 된 자신의 성적 본능을 충실하게 실현한다. 미키 루크를 통해 성의 보수적인 관념을 깨버린 그녀는 변태적인 섹스에 대해서도 관대함이 아닌 자유로움으로 승화시켜 현대 여성들의 감춰진 성적 욕망을 잘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투문 정션’의 쉘릴린 펜의 경우 수영을 마친 후 샤워를 하던 그녀가 벽에 난 구멍으로 남성들의 나체를 보면서 마스터베이션을 한다. 그 다음은 '호기심'. 무단 침입한 페리를 거부하지 않고 결국은 받아들이면서, 이전까지 만났던 부잣집 도련님의 세련됨보다 거친 근육으로 무장한 하층민의 육체가 더 달콤하다는 걸 깨닫는 본능에 충실한 여성을 그려낸다. ‘델타 비너스’의 경우 여주인공 엘레나는 남자들이 자신에게 로맨틱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거라는 생각이 얼마나 나약한 것인지 각성함과 동시에 자신이 주체적으로 남자를 선택하게 된다. 영화 ‘섹슈얼 어딕션’의 빅토리아 역시 처음에는 잭에게 이끌려 자신의 본능을 각성하고 섹스를 자유롭게 즐기는 여 주인공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자신이 주체적 삶을 선택하는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실제로 잘만 킹 감독은 페미니즘 단체의 열렬한 지지를 얻었으며, 그 자신도 한 남자가 여러 여성과 섹스를 하는 영화는 매우 낡은 방식의 보수적인 관념의 영화들이라고 꼬집은 바 있다. 왕진오 기자